[단독 확보] 한 달 전 203동 ‘침하’ 감리보고서에는 ‘양호’
2022년 01월 18일(화) 21:00
‘화정아이파크 1, 2블럭 2021년 4분기 보고서’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원인 규명 수사에 착수한 경찰이 18일 증거물을 확보하기 위해 현장에 들어가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광주시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와 관련, 건설현장의 감리보고서가 형식적으로 작성됐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또 골조 공사 마무리 시한이 12월 말까지로 적힌 시공사측의 예정 공정표가 공개되면서 애초 계획과 달리 1월 초까지 공사가 지연되다 보니 공정을 서두른 것 아니냐는 건설업계 의혹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18일 광주일보가 단독으로 확보한 ‘화정아이파크 1, 2블럭 신축공사 2021년 4분기 분기보고서’〈사진〉를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203동 콘크리트 타설 도중 바닥 일부가 주저앉는 사고가 발생한 사실조차 기록되지 않는가 하면, 공정·시공·품질·안전관리 등이 ‘보통 이상’이라고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 건설 과정이 양호하다’는 감리보고서가 서구청에 제출된 10일 바로 다음날인 11일에 16개층이 무너지는 대형 참사가 났다. 경찰도 조만간 관련 서류 확보를 위한 강제 수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일보가 입수한 붕괴사고 현장의 4분기 감리보고서를 보면 감리기관측 종합분석·평가 검토의견에 ‘보통이상의 평가 기준으로 양호하다’고 적혀있다. 보고서에는 12월 말까지 골조 공사를 마무리한다는 취지의 공정표가 붙어있다. 실제 공정은 그러나 공정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올해 초 눈이 내리는 영하의 날씨에도 콘크리트 타설 공사를 진행했었다. 사실상 공정이 한 달 가량 늦춰졌음에도 보고서에는 지난해 말 기준 계획 공정 60.3% 대비 62.6% 실적으로 계획 대비 103.8% 달성했다고 기록됐다. 감리보고서가 형식적으로 작성됐다는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다.

감리회사측은 또 203동의 10월~12월 날짜별로 지상 30층~지상 38층까지 벽체, 바닥, 기둥 철근배근, 거푸집 설치에 따른 검측을 실시해 ‘적합’하다고 검측대장에 기록해 감리보고서를 제출했다. 경찰이 현장 작업자들을 조사해 “201동 붕괴사고가 나기 한달 전 쯤 203동 39층에서도 콘크리트 타설 도중 바닥 일부가 주저앉아 공사를 중단하고 재시공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과도 배치된다. 201동 붕괴 전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 203동 붕괴 사고는 아예 보고서에 빠져 있다.

낙하·붕괴 사고가 단 한 건도 없었다고 기록된 재해발생현황표.
감리보고서의 지난해 10~12월(4분기) 1·2단지 재해발생 현황표에는 노동자 추락 사고(1명 부상) 외 ▲낙하 비래(飛來)(높은 곳에서 떨어지거나 날아오는 물체에 다친 경우) ▲붕괴 도괴(넘어지거나 무너짐) 란에는 ‘0’으로 적혀있다는 점에서 지난 4분기 관련 사고가 전혀 없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통상 인명 피해가 나지 않았더라도 바닥 슬래브 붕괴 등의 사고는 재해발생 현황표(붕괴도괴 분야)에 표시한다는 게 건설업계측의 설명이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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