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물가 잡으려다 소상공인 잡겠네
2022년 01월 16일(일) 20:20
광주·전남 중기 지난해 10월 기준 대출잔액 58조
금리 0.5% 인상 땐 업체당 이자부담 8000만원↑

한국은행이 지난 14일 국내 기준금리를 11월에 이어 0.25%포인트 추가 인상하며 코로나19 이전 수준(1.25%) 금리로 되돌리면서 소상공인·중소기업의 대출이자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광주일보 자료사진>

광주시 동구 금남로에서 3년째 3D 콘텐츠 개발업체를 운영하는 A(43)씨는 지난달 직원 3명의 급여를 주기 위해 5000만원을 대출받았다.

지난해 초 A씨는 대출금리 2%대인 소상공인 지원자금을 신청해 시중은행으로부터 2000만원을 빌리기도 했다. 지난달 인터넷전문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금리가 6.5%에 달했지만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심정으로 돈을 빌렸다.

A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수주사업이 크게 줄어 지난해에는 인력 1명을 떠나보내기도 했다”며 “한 달에 130만원 가량 이자와 원금을 갚고 있는데, 더 낮은 금리의 대출상품을 찾아보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14일 국내 기준금리를 11월에 이어 0.25%포인트 추가 인상하며 코로나19 이전 수준(1.25%) 금리로 되돌아갔다.

3%대로 치솟은 물가 상승률을 잡기 위한 결정이었지만,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대출이자 부담 가중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은 금융부담을 우려하며 오는 3월 말 다가오는 대출만기를 추가 연장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16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광주·전남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해 10월 말 기준 58조3223억원에 달한다.

코로나19 국내 확산 전인 지난 2019년 12월 말 잔액(44조2859억원)에 비해 31.7%(14조364억원) 증가한 금액이다.

광주는 24조원에서 32조원으로 34.2%(8조원) 증가했고, 전남은 20조원에서 26조원으로 28.7%(6조원) 늘어났다.

지난 10월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잔액 가운데 31.9%(18조5961억원)는 비은행권이 차지했다. 비은행 예금취급기관 등 2금융권 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동안 61.9%(7조원) 급증했다.

인상된 기준금리는 시중 대출금리에도 빠르게 반영되면서 지역 중소기업들의 금리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말 이후 예금은행 대출금리가 0.5% 오른다고 가정할 때 광주·전남 중소기업 887개사의 이자 부담금액은 업체당 평균 8000만원이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에 이어 같은 해 11월과 올해 1월 0.25%포인트씩 3차례 연속 인상됐다.

지방은행인 광주은행의 사례를 보면 이달 13일 기준 대표 여신상품의 하나인 ‘KJB개인신용대출’의 월중 평균금리는 4.39%로, 기준금리를 올리기 직전인 7월(3.54%)과 10월(3.9%)보다 각각 0.85%포인트, 0.49%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수신상품인 플러스다모아예금(12개월 만기) 금리는 8월 초 0.9%, 8월 말 0.99%, 10월 말 1.29%, 이달 13일 기준 1.45% 등으로 인상됐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린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천정부지로 오른 물가를 잡기 위함이다.

한은 측은 “석유류와 농축수산물 가격이 오름세를 지속하고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 가격의 상승폭이 3%대 후반으로 높아졌다”며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월 전망경로를 웃돌며 상당기간 3%대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연간으로는 2%대 중반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대해서는 전망치를 지난해 11월 제시한 3.0%를 유지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 발표가 있었던 14일 논평을 통해 “중소기업은 기준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때 영업이익 대비 이자비용이 8.48%포인트 늘어날 만큼 금리 인상에 취약한 구조”라며 “3월 말 종료되는 대출만기도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추가 연장될 수 있도록 하는 등 조속히 후속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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