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와 쌀값
2021년 12월 15일(수) 02:00
올해 지구촌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것 중 하나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꼽을 수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 속에 공급난이 겹치면서 자동차를 비롯한 제품 생산이 차질을 빚다 보니 중고제품 가격이 신차보다 비싼 ‘웃지 못할 현상’도 발생했다.

이에 따라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한국은행은 지난 8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0.25%씩 금리를 올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역시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시기를 앞당긴다고 선언한 데 이어 내년 봄쯤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서민들에게 아주 민감한 분야는 ‘밥상 물가’다. 엥겔지수(가계지출에서 식료품 지출의 비중)가 높을 수밖에 없는 서민들은 물가가 오르면 바로 타격을 입게 된다. 지난달 기준으로 국내 소비자물가는 1년 전에 비해 3.7% 올랐지만, 밥상 물가인 농축수산물 물가는 7.6%나 올랐다. 심지어 배추는 43.5%, 돼지고기(냉장 삼겹살)는 30.0%나 올랐고 계란도 11.8% 상승했다.

올해는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인한 물가 상승을 뜻하는 ‘애그플레이션’이라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 실감 난다. 한데 쌀값은 애그플레이션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지난해 7만 원이었던 수매가(조곡 40㎏)는 올해 6만2000원선으로 11%나 떨어졌다. 지속적인 소비량 감소에 올해 쌀 생산량이 10% 이상 늘어난 탓이다. 1984년 1인당 연간 130㎏이던 쌀 소비량은 지난해 57㎏으로 급감했다. 밥 한 공기에 드는 쌀이 100g인데 1인당 하루 158g을 소비한다. 밥 한 공기 값이 263원으로 자판기 커피 한 잔 값도 안 된다니 허탈할 따름이다.

급기야 성난 농민들이 그제 청와대 앞에서 쌀 시장 격리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농민들은 지난해 폐지된 ‘쌀 목표가격제’ 대안으로 정부가 초과 생산량에 대한 시장 격리를 약속하고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식량주권인 쌀은 매번 자유무역협정의 피해를 보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공급 과잉에 있지만 그렇다고 시장에만 맡겨 두어선 안 된다. 농촌 고령화를 감안한 청년 대농 육성과 작목 전환 유도 등 정책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장필수 제2사회부장 bung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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