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40개 농협 조합장들 “쌀 시장격리 시행하라” 청와대 앞 시위
2021년 12월 13일(월) 20:10
전남 94명 상경 … “밥 한 공기 쌀값, 자판기 커피 한 잔보다 싸다니”

13일 청와대 앞 분수대 인근에서 농협미곡종합처리장 전국협의회 주최로 ‘쌀 시장격리 촉구를 위한 전국 농협 조합장 총궐기대회’가 열리고 있다. <농협 제공>

한낮 수은주가 영하권에 머문 13일 오후 청와대 인근 2개 차로 100m 구간은 빨간 머리띠를 두른 인파로 가득찼다. <관련기사 3면>

‘쌀값 보장하라!’라고 쓰인 머리띠를 두른 이들은 평균 연령 예순이 넘는 전국 140개 농협 조합장들이다.

산지 대표인 농협 조합장들이 확성기와 피켓을 잡은 건 지난 2004년 한국-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때 이후 처음이다.

이들은 저마다 ‘농민과의 약속 이행하라’ ‘쌀값 보장대책 수립하라’ ‘쌀 자동격리 즉각 시행하라’라는 문구를 들고 소리 높여 이를 제창했다.

산지 대표인 농협 조합장 140명과 미곡종합처리장(RPC) 대표이사 및 장장 220명 등 360여 명이 거리로 나선 것은 정부에 남아도는 쌀을 즉각 시장격리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전남에서는 조합장 55명 등 94명이 새벽 바람을 맞고 상경했다.

이들의 요구는 가격을 더 올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현 수준만이라도 유지하게 쌀이 시장으로 더 나오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다.

지난해 ‘쌀 목표가격제’가 폐지되면서 대안으로 마련된 시장격리 발동을 위한 법적 장치를 철석같이 믿었지만 첫해부터 삐걱대고 있다.

올해 전국 쌀 생산량은 388만1601t으로, 전년보다 10.7%(37만5022t) 증가했다. 신곡 수요량과 비교하면 7~8% 더 많은 31만t이 초과 생산된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시장격리 조건으로 내건 초과생산 비율 3%의 두 배 수준이다.

이날 참가자들의 주된 대화 소재는 ‘쌀 수매가’로 각 시·군별 가격을 물어보며 녹록치 않은 시세를 한탄했다.

올해 수매가(조곡 40㎏)는 6만2000~6만3000원 선에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만원에 비해서는 10~11% 가량 급락한 가격이다.

김용경(61) 광주·전남RPC장장대표협의회장은 “(도정된) 쌀 도매가는 20㎏에 4만5000~4만6000원으로, 통계청이 발표한 산지 쌀값 5만2000원 선과는 거리가 있다”며 “쌀 20㎏에 적어도 4만8000원은 받아야 하는데 오히려 1000~2000원 손해를 보고 팔고 있다. 농민도 판매자인 농협, RPC도 만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는 꼴”이라고 말했다.

붙 같이 일어난 농심(農心)은 쌀값을 물가 조정의 잣대로만 판단하는 기획재정부로 향했다.

장승영 해남농협 조합장(농협중앙회 이사)은 “밥 한 공기에 드는 쌀값은 260원 가량으로, 자판기 커피 한 잔에도 못 미친다”며 “나락 값이 40㎏ 포대당 1000원만 떨어져도 전남 농민 소득은 270억원이 감소할 판인데 과잉 생산물량 31만t을 시장격리한다 해도 내년 쌀 농가의 시름은 여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전국 농협 조합장들은 ‘쌀 공급과잉 물량 전량에 대한 시장격리’와 구조적 공급과잉 문제 해결을 위해 생산조정제 등 쌀 적정 생산대책을 시행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제 쌀값을 받아보자는 노력은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앞서 9일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은 민주당 전남도당사 앞에 나락 800㎏들이 60개를 쌓아 놓고 야적 시위를 벌였고, 8일에는 광주·전남RPC장장대표협의회 등 농민 5개 단체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간담회를 벌였지만 요지부동이다.

한편 ‘쌀 수급안정을 위한 시장격리’의 조속 시행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오른 지 2주가 되기 전에 7000명의 동의를 얻었다.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과 관계자는 이날 광주일보와 통화에서 “쌀 시장격리, 즉 추가 매입에 대한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서울=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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