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면활동 빈 시간 스마트기기로 채웠다
2021년 12월 12일(일) 12:05
지난해 스마트기기 이용 광주 2.1시간·전남 1.7시간
전년보다 0.5~0.7시간 늘어…여가비 지출은 급감
고용절벽에 ‘기상 인증’ 등 눈물겨운 비대면 취업 준비

취업 준비를 위한 소셜미디어 스터디그룹 방에서는 매일 오전 칫솔에 치약을 묻힌 사진을 올려 기상을 확인받는 ‘기상 인증’과 ‘학습 인증’ 등을 위한 사진이 오르내리고 있다.ⓒPixabay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지난해 광주 평일 스마트 기기 이용 시간이 처음 2시간을 돌파한 반면, 한 달 평균 여가 지출액은 12% 급감했다.

기업들의 수시채용 전환과 채용규모 축소로 극심한 구직난을 겪고 있는 청년들은 ‘기상 인증’ ‘책상 인증’ 등 비대면 방법을 총동원하며 취업 준비에 열심이다.

12일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여가활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평일 기준 스마트 기기 활용시간은 광주 2.1시간·전남 1.7시간으로, 전년보다 각각 0.5시간, 0.7시간 늘어났다.

이는 조사가 이뤄진 지난 2016년 이후 가장 긴 시간이다. 주말 스마트 기기 활용시간 역시 광주 2.6시간·전남 2.1시간으로, 역대 최장을 기록했다.

반면 2020년 한 해 동안 여가생활을 위해 한 달 평균 지출한 금액을 물어보니 평균적으로 광주는 16만5000원, 전남은 14만9000원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보다 광주는 12.2%(-2만3000원), 전남은 13.9%(-2만4000원) 줄어든 금액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인해 지난 1년 동안 동호회 활동에 참여했다는 답변률은 광주 11%·전남 12%에 불과했다.

코로나19 시대 대면활동의 빈자리는 스마트 기기가 대신하고 있다.

지난해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여가활동으로는 광주에선 모바일 메신저(20%), 전남에서는 웹서핑(36.7%)을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지역에서는 전년에 비해 비율이 크게 늘어난 스마트 기기 활동은 인터넷 방송 시청(2.8%→13.5%)과 게임(10.1%→18.3%)였다. 전남에서는 웹서핑(10.8%→36.7%)과 인터넷 방송 시청(7.6%→15.9%) 비율이 크게 증가했다.

비대면 문화는 ‘불운의 코로나 학번’으로 불리는 취업 준비생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에 따르면 광주지역 4년제 대학교 졸업 이상 취업자 수는 감소세는 지난 10월까지 14개월 연속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9월 4년제 대졸자 취업자는 전년보다 9000명 줄더니 올해 10월까지도 2만6000명 감소하며 매달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고용이 회복되고 있다는 지표가 잇따라 나옴에도 광주지역 20대 취업자 수는 7개월 연속 줄고 있다.

이 같은 고용절벽 양상 속에서 청년들은 취업 준비마저 비대면 방식으로 하며 사회적 고립이 심화되고 있다.

사적모임이 제한되면서 취업 준비생들의 ‘스터디그룹’ 무대는 소셜미디어(SNS)로 옮겨졌다. 각 소셜미디어 스터디그룹 방에서는 ‘기상 인증’ ‘학습 인증’ 등을 위한 사진이 오르내리고 있다.

예를 들어 매일 오전 6시까지 칫솔에 치약을 묻힌 사진을 올려 기상을 확인받거나 책상 위에 타이머 시계를 올려놓아 각자 공부한 시간을 인증하는 방식이다.

약속한 시간 안에 사진을 올리지 않았거나 늦잠을 자면 벌금을 내야 한다. 이처럼 학습모임 구성원이나 교수 대신 ‘감시자’ 역할을 해줄 모바일 앱도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일상 속에 자리잡은 한국의 ‘언택트’ 문화를 조명하며 “언택트는 한국의 잠재적인 경제 엔진이자 사회에서 인간 상호 작용을 제거해 경제 성장 촉진을 목표로 하는 정부의 정책”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사회적 고립과 정보격차로 인한 분열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언급했다.

/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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