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와 차 한잔 - 김선욱 지음
2021년 12월 10일(금) 15:00 가가
한나 아렌트(1906~1975)는 독일 출신의 정치 이론가이자 철학가로 공공성 문제를 탐구했다. 독일 출신의 유대인이라는 점은 그의 존재 방식을 규정했다. 아렌트는 지난 1930년대에서 1950년대 초반까지 유대인 문제에 천착했다. 당시의 글은 대체로 ‘전체주의의 기원’에 수렴되며 사상적 단편은 제자 제롬 콘이 편집한 ‘이해의 에세이 1930~1954’에 정리돼 있다.
아렌트 사상 가운데 핵심은 “정치 행위는 곧 언어 행위”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아렌트학회 회장인 김선욱 숭실대학교 철학과 교수의 책 ‘한나 아렌트와 차 한잔: 그의 사상과 만나다’는 아렌트의 사상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텍스트와 학적 계보에만 머물지 않고 아렌트가 견지했던 삶의 태도와 시대 분위기 등도 들여다본다.
아렌트는 무엇보다 거짓 정보의 기만이 정치적 대화를 근간에서부터 흔든다는 위험성을 인식했다. 사실의 중요성과 시민의 책무를 강조한 것은 그러한 맥락이다. 언어의 마비가 정치의 중단을 일으키고 종국은 자유 상실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저자는 아렌트가 말하는 정치 개념 외에도 정치가 언어와 경제, 철학과 갖는 관계에 주목한다. 특히 오가는 말로 이루어지는 대화의 행위는 설명과 공감이 주된 요소이며 이의 목적은 설득에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논리적 증명보다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
저자는 “대화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설명’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설명은 이론적 증명, 즉 논증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의견을 어떻게 해서 갖게 되었으며 그 이유가 무엇인지 말하는 것”이라고 부연한다. <한길사·2만8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아렌트는 무엇보다 거짓 정보의 기만이 정치적 대화를 근간에서부터 흔든다는 위험성을 인식했다. 사실의 중요성과 시민의 책무를 강조한 것은 그러한 맥락이다. 언어의 마비가 정치의 중단을 일으키고 종국은 자유 상실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