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처음 굴을 먹은 사람은 누구일까-코디 캐시디 지음
2021년 12월 05일(일) 10:00
역사가 기록하기 전 세상을 바꾼 사람들
신유희 옮김

역사상 가장 많은 인명을 살상한 이는 사람이나 전쟁이 아니라 천연두였다. 사진은 천연두 예방 접종을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아프리카 주민들. <클립아트 코리아 제공>

누가 처음 맥주를 마셨나? 제일 처음 굴을 먹은 사람은 누구인가?

사소하지만 한번쯤 의문을 가질 법한 질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문들은 수만 년의 역사에 비춰보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한 이후 30만 년을 24시간으로 본다면, 기록된 역사는 하루가 끝나기 겨우 30분 전에야 시작된다. 23시간 30분의 시간은 공백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역사가 기록되기 전에도 오늘날의 전형적인 인물들은 존재했다. 다빈치와 뉴턴에 견줄 만한 천재도 있고 바보와 배신자, 사이코패스도 있었다. 그럼에도 세상을 변화시켜온 놀라운 혁신과 그 뒤에는 천재들이 존재했다. 다시 말해 역사가 기록하기 전, 세상을 바꾼 이들이 있었다.

흥미진진하고 기발한 문명 탐험을 다룬 ‘제일 처음 굴을 먹은 사람은 누구일까’가 발간됐다. ‘그리고 당신이 죽는다면’의 공저자이자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는 코디 캐시디가 저자다. 그는 사소한 것들의 최초를 밝혀내기 위해 그 당시를 파헤친 많은 연구를 프로파일링한다. 특히 유전학에서 진화생물학, 고고학, 심리학, 인류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렌즈를 통해 오래전 가장 위대한 처음이 일어났던 시기를 드나든다.

그렇다면 언급한대로 처음 굴을 먹은 사람은 누구였을까? ‘걸리버 여행기’를 쓴 영국의 풍자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는 “그는 세계 최초로 굴을 먹은 대담한 남자였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러나 저자는 세계 최초로 “창백한 귓불처럼 생긴” 굴을 먹은 사람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였을 것이라고 본다. 16만 4000 년전에는 남녀의 역할이 엄격하게 구별돼 있었는데, 당시 채집은 여자의 일이었다는 얘기다.

역사상 가장 많은 인명을 살상한 이는 사람이 아니다. 바로 천연두다. 약 4000년 전 아프리카 북동부에서 작은 먼지에 실려 온 베리올라 바이러스다. 천연두의 원인이 되는 이 바이러스는 한때 신대륙을 쓸어버리다시피 했다.

“18세기 천연두는 매해 유럽인 4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20세기에는 세계 1차, 2차 대전을 합친 거소다 세 배나 더 많은 사람을 죽였다. 또한 유럽인들과 함께 신대륙에 상륙하여 아즈텍과 잉카 제국을 몰락시키는 데에도 지대한 역할을 했다.”

저자는 이 무시무시한 천연두는 4000년 전 오늘의 에티오피아 또는 에리트레아의 어느 지역에서 발생했다고 본다. 특히 낙타의 도입은 베리올라의 조상 바이러스를 확산시킨 위험이었다.

프랑스 남서부 아르데슈강 위에는 동굴이 있는데, 입구 뒤에는 석회암 벽에 붓질한 흔적이 있다. 선사시대 천재가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실재적 증거다. ‘판넬 오브 홀스’라 명명된 그림이다. 고고학자들에 따르면 3만3000 년 전 어느 화가가 불을 의지해 숯 막대기로 그렸다.

저자는 그 그림을 그린 사람을 “약 183cm 정도로 추정되는 남자”로 추정한다. 벨기에의 고예트 동굴에서 발견된 뼈의 DNA을 분석한 결과 외모가 현대인의 그것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책에는 인류 문명발전 과정을 집약해 놓은 흥미로운 내용들로 가득하다. 이색적이지만 한편으로 지나친 비약이 아닌가 싶은 부분도 있다. 상상은 독자의 몫이다.

<현암사·1만6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