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嫡子)
2021년 11월 24일(수) 01:30
적자(嫡子)와 서자(庶子)의 구별은 중국 고대 씨족 공동체 사회에서부터 엄격했다. 촌락 내부의 종족 간 엄격한 지배관계 성립 때문인 것으로 알려진다.

적자 가운데 가장 연장자는 적장자(嫡長子)로서 가계를 계승하는 의무와 권리를 갖는다. 서자들은 적장자의 종법적 권위에 복종해야 했다. 적자와 서자에게 주어지는 권리도 큰 차이가 있었다.

최근 일부 언론에 적자(嫡子)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정치인들의 이름 앞에 주로 수식어로 사용되곤 한다. 예를 들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진영에 합류한 장성민 전 의원을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적자’라고 하는 것이 그것이다. 전남 고흥 출신인 장 전 의원은 1987년 대선 당시 평민당 김대중 후보의 비서로 정치를 시작해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비서관과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인물이다. 본인은 이 같은 이력을 들어 스스로 DJ의 정치적 적자임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의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장 전 의원의 DJ 적자 세일즈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작심 비판하기도 했다.

김 의원뿐만 아니라 지역 정치권이나 지역민들도 장 전 의원이 ‘DJ 적자’라는 수식어를 사용하는 것에 상당한 불쾌감을 표현하고 있다. 그런 만큼 장 전 의원도 자신이 ‘DJ 적자’인지 스스로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전두환 정권에 의해 사형선고를 받은 사실을 뻔히 알고 있을 터인데도, 장 전 의원은 광주민주화운동에 북한의 특수 게릴라 관련성을 언급하면서 논란을 빚은 바도 있다. 그러면서도 ‘DJ 적자’를 자처하는 것이 민망하지도 않은가.

DJ를 통해 정치에 입문한 정치인들은 여전히 국내 정치권에 상당수 활동 중이다. 하지만 장 전 의원처럼 ‘DJ 적자’라는 수식어를 사용하지는 않는다. 김 전 대통령을 통해 정치에 입문하고 권력을 누린 것이 적자인지, 김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어 그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 적자인지를 되돌아봐야 할 때다. 언론 또한 ‘DJ 적자’라는 말을 사용할 때는 좀 더 신중해야 한다.

/최권일 정치부 부장 ck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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