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재 ‘떡’
2021년 11월 02일(화) 01:30
가래떡, 개떡, 개피떡, 고사떡, 골무떡, 느티떡, 두텁떡, 망개떡, 무지개떡, 버무리떡, 봉치떡, 수리취떡…. 국립 민속박물관이 펴낸 ‘한국 의식주 생활사전-식생활’(2018년)에서 찾아볼 수 있는 떡의 이름들이다. ‘골무떡’이나 ‘느티떡’ ‘두텁떡’ ‘봉치떡’ 등은 생소하다. 사전을 찾아보니 ‘골무떡’은 멥쌀가루로 만든 골무만 한 절편이고, ‘느티떡’은 사월초파일 전후에 느티나무 어린잎을 쌀가루와 섞어 찐 떡이라 나와 있다.

또 ‘두텁떡’은 조선시대 궁중에서 잔치때 만들던 떡인데 찹쌀가루와 진간장 그리고 꿀과 잘게 다진 밤·대추·호도 등이 재료로 사용됐다. ‘망개떡’은 청미래덩굴잎 사이에 넣어 찐 떡이고, ‘봉치떡’은 봉칫날(혼인 전에 신랑 집에서 신부 집으로 함을 보내는 날)에 마련하는 붉은팥 찰시루떡을 의미한다.

장구한 역사를 품은 전통 농경사회에서 떡은 절기별, 지역별, 재료별로 다채로웠다. ‘떡타령’에 그러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정월 보름 달떡이요/ 이월 한식 송병(松餠)이요/ 삼월 삼진 쑥떡이로다.” “강안도(강원도) 강냉이떡이요/ 피안도(평안도)는 피떡이요/ 디미육지는 고구마 떡이요/ 해벤 놈은 칙가대떡이요/ 서울 놈은 모찌떡이라.” 떡타령은 이처럼 절기에 맞춰 먹는 떡과 지역마다 다른 떡을 노래한다.

관혼상제나 세시풍속에 맞춰 먹는 떡에는 어떤 심오한 의미도 담겨 있다. 설날 떡국을 끓이기 위해 만드는 긴 가래떡에 장수(長壽)와 재복(財福)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것이 그 한 예다. ‘봉치떡’에 들어가는 찹쌀은 부부의 금실을 상징하고, 붉은팥과 대추에는 액을 피하길 바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문화재청은 1일 ‘떡 만들기’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 찹쌀 등 곡식의 가루를 사용해 떡을 만들고 나눠 먹는 전통적 생활관습까지 폭넓게 아우른다. 요즘은 명절이나 의례 때 전통적인 떡을 만들지 않고 대신 기계화되고 프랜차이즈화된 떡집에서 개량된 떡을 사 먹는다. 그래도 새로 이사를 오면 이웃들에게 떡을 나누는 문화는 아직 살아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떡이 갖는 ‘나눔’과 ‘배려’문화가 오래도록 이어졌으면 한다.

/송기동 문화2부장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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