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시민군 박남선씨 노태우 조문에 오월단체 부글부글
2021년 10월 28일(목) 20:25
“박남선씨, 개인 조문을 광주 대표하듯 호도 말아야”
박씨, 5·18유족회와 무관…역사적 단죄도 끝나지 않아
광주·전남 전체가 노씨를 용서한 것처럼 비춰져선 안돼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에서 시민군 상황실장을 맡았던 박남선씨가 27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유족인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아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 오월단체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노태우(89)씨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러서는 안된다는 오월단체를 비롯한 지역 시민단체들의 입장에도, 국가장을 결정한 데다. 5·18 유족이 노씨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면서 화해·용서의 계기가 됐다는 취지의 보도까지 터져나오면서다.

오월단체들은 제대로 사과를 받은 적도, 제 잘못을 제대로 인정한 적도 없는데, 무엇을 용서하라는 것이냐며 예전 사면 조치로 빚어졌던 전례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5월 단체들은 지난 27일 5·18 항쟁 당시 전남도청에서 시민군 상황실장을 맡았던 박남선(67)씨가 노씨의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한 내용을 5월 단체 전체의 뜻인 것처럼 표현된 데 따른 우려를 표시했다.

당시 박씨는 조문을 마친뒤 “광주학살 사건에 대해 전두환씨를 비롯해 그 어떤 사람도 사죄표명이 없었지만 노 전 대통령은 아들(노 이사장)을 통해 수차례 책임을 통감하는 말을 해 왔다”고 조문 이유를 밝히고, “노 전 대통령이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사죄 표명을 한 만큼 더 이상 어떤 책임도 물을 수 없는 시점이 됐다”고 용서의 뜻을 내비쳤다.

5·18유족회는 자칫 오월 단체의 분열로 보여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입장이지만 “박남선씨는 5·18 유족인 것은 맞지만 5·18민주유공자 유족회 활동을 한 사실도 없고, 유족회 대표·회장도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5·18유족회와 전혀 무관한 개인 행동이라는 입장이다.

김영훈 5·18유족회장은 “유족회는 노씨가 사망했을 때부터 국립묘지 안장과 국가장을 반대의 뜻을 밝히고 성명서를 내놨다”면서 “박씨의 개인 행보가 5·18의 희생자들이 모두 노씨를 용서하는 듯 처럼 비쳐질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오히려 오월단체(5·18 유족회, 부상자회, 구속부상자회)와 5·18기념재단은 “헌법을 파괴한 죄인에게 국가의 이름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한 정부의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면서 노씨에 대한 국가장 결정에 반대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광주·전남 시민사회단체들도 우려를 표했다. 광주경찰청·전남경찰청을 제외한 광주·전남의 대부분의 관공서가 조기게양을 하지 않고, 연일 문재인 정부의 국가장 결정에 유감을 표시하는 상황에서 박씨 개인적 행동이 지역 전체 의사로 받아들여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재만 광주시민단체협의회 대표는 “광주·전남의 민심과는 다른 한 개인의 조문이 광주·전남 전체가 노씨를 용서한 것 처럼 비춰지면 안된다”고 말했다.

박씨는 “5·18 당시 총부리를 겨눴던 시민군의 한 사람으로서 재헌씨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조문을 갔다”면서 “내가 유족 대표라는 표현은 일부 언론이 오보한 것이며 유족이라고 말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노태우 국가장 반대’라는 게시물이 올라와 이날 오후 6시까지 9600여명이 이 청원에 동의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실시간 핫이슈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