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임하마을] 해안선 4.8㎞ 곳곳이 촬영 명소 ‘사진찍기 좋은 섬’
2021년 08월 28일(토) 08:00
해남서 유일하게 육지와 연결된 섬
행안부 ‘찾아가고 싶은 33섬’ 뽑혀
암초 ‘앞여끝’ 사진 작가들이 사랑
주민들 어선어업·전복·김양식
바다식물 잘피 군락·해삼 산란장
4월 숭어떼 쫓는 상괭이 광경 장관

수산자원만큼 산림이 풍부한 해남 임하도(林下島)는 하늘에서 보면 섬이 말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마도(二馬島)’라 불리기도 했다.

몇 시간을 달려서든 꼭 가고 싶은 섬. 해남 임하마을에 어울리는 수식어다. 해남군 문내면 임하도는 지난 6월 행정안전부 선정 ‘2021년 찾아가고 싶은 33섬’에 이름을 올렸다. ‘제2의 섬의 날’(8월8일)을 기념한 이번 행사에서 임하도는 전국 3800개가 넘는 섬 가운데 ‘사진 찍기 좋은 섬’ 대열에 들 정도다.

4.8㎞ 펼쳐진 해안선을 따라 걷다 보면 발이 멈추는 곳마다 촬영 명소다.

사철 내내 푸른 소나무들이 지키고 있는 암초 ‘앞여끝’은 사진작가들이 사랑하는 ‘일몰사진 맛집’이다. 암초는 썰물이면 임하도와 연결됐다가 밀물이면 섬이 된다.

솔 끝에 닿을락말락하는 석양을 카메라 앵글에 담으며 낙조의 아쉬움을 달래는 사진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임하도는 해남에서 유일하게 육지와 이어진 섬이다. 지난 1988년 문내면 예락리를 오가는 180m 길이 임하교(林下橋)가 설치돼 군내버스로도 오갈 수 있다. ‘안섬’과 ‘바깥섬’ 두 개의 섬이 있는데, 작은 다리로 이어져있다. 섬 남쪽으로는 진도 신기마을, 서쪽으로는 신안 마진도를 마주보고 있다.

임하도는 하늘에서 보면 섬이 말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마도(二馬島)’라 불리기도 했다. 근대 들어 마을이 울창한 산림을 이루자 임하도(林下島)라 바뀌었다는 얘기도 있다.

주민 88명 중 30명이 어촌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어선어업 30%와 전복 양식 30%, 김 양식 20% 등으로 나뉘고 조개·낙지 등 맨손어업 비중도 20% 가량 된다. 소일거리 삼아 밭에 고추, 마늘, 무를 키우기도 한다.

면적 0.55㎢ 작은 섬 임하마을에는 선착장이 두 개나 있다. 작은 섬을 지나 해안도로 따라 북쪽으로 가면 첫 번째 선착장이 있고, 서쪽 끝자락에도 하나 있다.

해안에서 시작하는 데크길을 따라 10분 정도 오르면 새하얀 무인등대가 반겨준다.
늦은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계절이면 이곳 숭어를 맛보기 위해 전세버스를 대절해 오는 행락객들이 잇따른다.

임하도는 해남 우수영의 울돌목을 거슬러 올라온 숭어가 남해로 이동하는 길목이다. 기상여건이 좋을 때는 하루 2t 가량의 활어를 위판하기도 한다.

보리가 익어갈 무렵인 5월에서 6월 가장 맛있다는 ‘보리숭어’의 인기가 절정이다. 어민들이 배에서 직접 잡은 숭어를 손질해주기도 한다. 만원 한 장이면 네다섯 명 거뜬히 숭어 2마리를 맛볼 수 있다.

임하마을 앞바다는 바다 식물 잘피 군락과 해삼 산란서식장이 있는 청정해역이다.

세계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빠른 조류가 흐르는 울돌목이 직선 5㎞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잘피 군락지는 바닷물을 정화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어린 물고기들의 서식처가 되어준다. 덕분에 임하 앞바다에서 나는 전복은 건강하고 살이 두툼하며 오독오독하고 식감이 쫄깃하다. 다양한 어족자원들이 잘피 군락에서 나온 풍부한 플랑크톤을 먹고 살찌운다.

김과 전복을 키우는 가두리 양식장도 제법 보인다.

임하어촌계에는 전복 양식장 36㏊·김 양식장 10㏊ 등이 운영되고 있으며, 가구당 억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마을 토박이 조인석(65)씨는 임하도 전복과 김은 때깔부터 다르다고 입이 마르게 자랑한다.

“남해안의 거센 조류를 맞고 자라온 임하도 전복과 김은 필수 아미노산과 미네랄의 보고(寶庫) 그 자체입니다. 그동안 알음알음으로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판매해왔지만 마을공동기업을 만들어 전국적인 유통망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2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임하도를 내건 특화 브랜드를 만들고자 하는 구상도 있습니다.”

암석해안으로 둘러싸인 임하도는 곳곳이 갯바위 낚시 명당이다. 감성돔, 농어, 숭어, 장어 등 다양한 어종이 가득해 낚싯대가 쉴 틈이 없다.

때로는 가족 단위로 온 캠핑족들이 갯벌에서 낙지와 꼬막, 바지락을 캐가기도 한다.

임하도 최서단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기암괴석으로 수놓은 암석해안이 500m 길이로 한눈에 펼쳐진다.

만세토록 파도에 깎이고 다듬어진 암석해안의 굴곡은 마치 임하마을이 걸어온 나이테 같다. 해안 지척에는 임하마을의 수호신과 같은 무인도 ‘동섬’이 있다.

임하도에는 이렇다 할 산(山) 없이 해발 고도 30m 안팎의 구릉지만 여럿 분포한다. 마을 전체에 완만한 경사의 산지와 평지가 어우러져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하기 좋다.

해안을 잇는 데크길을 따라 10분 안팎 언덕배기로 오르면 새하얀 무인등대가 고즈넉한 바다 풍경을 자아낸다. 1980년 세워진 이 등대는 인근 서해바다를 항해하는 배들의 파수꾼이자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등대 옆에는 문내임하 상괭이 관찰대가 마련돼 있다. 멸종위기종인 고래 상괭이는 입 꼬리가 올라가 있어 웃는 인상을 준다.

울돌목 숭어가 돌아오는 4월부터는 상괭이가 무리를 지어 숭어떼를 쫓아 물 밖으로 뛰어오르는 진귀한 광경이 펼쳐진다.

임하마을을 찾은 이날 해무 탓에 상괭이를 발견하기는 힘들었지만, 조금만 인내를 갖고 기다리면 상괭이를 만나는 건 어렵지 않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박상준(60) 임하마을 이장은 “삼림이 우거진 임하(林下)마을은 봄에는 야산에 철쭉이 만발하고 여름에는 풋풋한 바다 내음과 한적한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며 “임하교를 건너 사진 명소 ‘앞여끝’에서 해변, 데크길로 이어지는 등대까지의 둘레길을 추천한다. 물때를 맞춰오면 싱싱한 수산물을 갓 잡아 맛볼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광주일보 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

/사진=광주일보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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