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의 별
2021년 07월 27일(화) 01:00 가가
김홍빈 대장을 처음 만났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마 남극 최고봉인 빈슨 매시프(해발 4897m)를 등정한 2009년 무렵일 것이다. 그는 거침없이 오른손을 내밀었다. 손가락이 없는 뭉툭한 손이었다. 순간 악수를 망설이다 엉겁결에 그 뭉툭한 손을 움켜잡게 됐는데, 의외로 힘이 느껴졌다.
열 손가락이 없다는 것은 엄청난 신체적 핸디캡이다. 하지만 고산에 오르고자 하는 그의 발걸음을 막는 장애가 될 수는 없었다. 세계 7대륙 최고봉 등정을 모두 마치고 히말라야 8000m 급 14좌 도전에 나섰을 때 기자는 마음속으로 응원을 보냈다. 수년 전 14좌 등정을 하나하나 이뤄 나가는 과정에서 인터뷰에 응한 그는 손가락을 잃게 된 1991년 북미 매킨리 등정과 사고 경위를 담담하게 들려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손가락을 잃게 한 ‘과거’에 묶여 있지 않았다. 14좌 완등 도전이라는 ‘미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김 대장은 지난 18일 오후 4시 58분(현지시간)께 14좌 가운데 마지막인 브로드피크(8047m)에 올랐다. 장애를 극복하고 완등한 위업이었다. 하지만 하산 도중 실종됐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모든 국민들은 그의 ‘생환’(生還)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러하지 못했다.
희박한 공기와 영하 수십 도의 강추위를 무릅쓰고 산악인들은 왜 극한의 8000m급 설산에 오르는가? 영국 등반가 조지 맬러리(1924년 에베레스트 등반 도중 실종)는 이렇게 답했다. “거기에 산이 있으니까.”(Because it is there)
극한의 환경을 뛰어넘는 산악인들의 도전은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준다. 특히 ‘열 손가락 없는 산악인’ 김 대장의 도전은 더욱 그러했다. 지난해 여름 광주 시립 사진전시관에서 열린 ‘김홍빈 산악사진전’에서 그는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 열정’이라고 일일이 사인을 해 주었다. 그의 산 인생을 압축하는 키워드일 것이다.
김홍빈 대장에 대한 추가 수색이 가족들의 요청으로 어제 중단됐다. ‘히말라야의 별’이 된 그는 우리의 마음속에 살아 영원히 빛날 것이다.
/송기동 문화2부장 song@kwangju.co.kr
극한의 환경을 뛰어넘는 산악인들의 도전은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준다. 특히 ‘열 손가락 없는 산악인’ 김 대장의 도전은 더욱 그러했다. 지난해 여름 광주 시립 사진전시관에서 열린 ‘김홍빈 산악사진전’에서 그는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 열정’이라고 일일이 사인을 해 주었다. 그의 산 인생을 압축하는 키워드일 것이다.
김홍빈 대장에 대한 추가 수색이 가족들의 요청으로 어제 중단됐다. ‘히말라야의 별’이 된 그는 우리의 마음속에 살아 영원히 빛날 것이다.
/송기동 문화2부장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