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교 출신 초보 어부서 어촌 사무장으로…마을 미래 꿈꾸다
2021년 07월 14일(수) 06:15
남도에서 새 인생新 전남인 <11> 영광 구수대신어촌계 장문석 사무장
‘전남 어촌체험’ 참여 뒤 고향 순천 아닌 영광서 인생 2막
구수·대신마을 ‘어촌뉴딜 300사업’ 선정 사무장으로 활동
“청년 싱크탱크 활동…해양치유관광 특화마을로 키울 것”

귀어 3년 차인 장문석 영광 구수대신어촌계 사무장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3t 어선 ‘문석호’ 앞에서 구수·대신마을 특산물을 들어 보이고 있다.

“귀어해서 영광입니다!”

지난달 말 서울 양재동 aT 센터에서 사흘간 열린 ‘2021 귀어귀촌 박람회’에서 영광 구수대신어촌계 장문석(45) 사무장이 청중 앞에서 운을 뗐다. 2년에 걸친 자신의 귀어 생활을 15장 슬라이드에 담아 귀어 준비 과정과 성공 비결을 전국에서 몰려든 예비 귀어인들에게 소개하는 자리다. 장 사무장은 이날 발표를 거쳐 해양수산부와 한국어촌어항공단이 주관한 ‘우수 귀어귀촌인’ 최우수상 수상자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직업 군인 출신으로 5년의 준비와 2년간의 귀어 생활을 거쳐 어촌에 뿌리내렸다는 것을 자타가 공인하는 순간이다.

장 사무장은 육군 중령 출신으로 지금은 영광 구수대신어촌계 살림살이를 맡고 있다. 경기도에서 영광군 백수읍 구수·대신마을로 2년 전 귀어했다. 5년 전부터 빈틈없이 사전 조사를 해온 그는 고향 순천을 두고 연고가 없는 영광에 택했다. 2년 전 전남귀어귀촌지원센터 ‘3박4일 전남어촌 탐구생활’과 ‘도시민 전남 어민되다’ 등 활동에 참여한 뒤 고향보다 영광이 더 끌렸다고 한다. 구수·대신마을 주민들의 후덕한 인심과 끈끈한 정에 매료된 것이다.

장 사무장은 같은 해 12월 마을 이장과 어촌계원들의 도움으로 마을의 빈집을 빌려 마을 생활을 시작했다. 이어 마을 주민들의 지지를 받아 어촌계원이 됐고, 구수·대신마을이 해양수산부 ‘어촌뉴딜 300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어촌계 사무장으로 발탁됐다.

지난 6월 말 ‘2021 귀어귀촌 박람회’에서 우수 귀어귀촌인 최우수상을 받았다.
지난해 5월에는 정부에서 귀어귀촌 창업 사업대상자로 선정돼 빌려 쓰던 집을 사들였다. 지원금 7500만원에 8000만원을 보태 구입자금을 마련했고, 10년 넘게 비어있던 집을 조금씩 손보며 집 가꾸기에 한창이다.

오랫동안 꿈꿨던 ‘선장’이 되기도 했다. 저리 융자 지원금 1억5000만원에 자부담 4000만원을 더해 배를 사들였다. 그가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창업자금은 총 2억원 남짓으로, 앞으로 15년 동안 연 2%대 금리를 적용받아 갚아나가게 된다. 그는 뱃머리에 자신의 이름을 새긴 ‘문석호’ 건조를 최근 마무리했다.

“자기 이름을 따서 선박이름을 붙이는 뱃사람은 거의 없다고 들었어요. 저 자신을 내건 배를 몰면서 초심을 지켜야겠다 마음먹었습니다. 어디에 몸담고 있건 제가 속한 단체가 최고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장 사무장은 군 장교 출신답게 귀어 전, 4단계로 시간표가 짜인 ‘귀어 전략’을 세웠다.

전남귀어귀촌지원센터의 ‘귀어스몰엑스포’와 ‘한 달 살아보기’ ‘3박 4일 어촌 체험’ 등으로 영광과 인연을 맺은 지난 2019년 6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는 ‘탐색기’였다.

귀어에 도움이 될 만한 교육은 모두 참석하고 각종 자격증 취득에 집중했다. 특산품 판매와 문화활동을 융합한 ‘해양치유관광’ 사업에 눈독을 들인 그는 한식·양식조리기능사, 레크리에이션 자격, 무선종사자 기술자격 등 20종 넘는 자격증과 수료증을 따며 내공을 길렀다. 영광에 전입 신고를 한 지난해는 ‘정착기’로 이름 지었다.

장 사무장의 진심을 알아본 구수대신어촌계 사람들은 그를 일원으로 맞아줬다. 장 사무장은 동료 어민들의 배려에 보답하려고 ‘귀어 닥터’ ‘조개지킴이’ ‘영광 문화관광해설사’ 등으로 활동하며 재능 기부에도 힘썼다. ‘대신항 어촌뉴딜300 사업’ 사무장을 맡으면서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빠졌다.

올해는 ‘추진기’다. 마을 공동체 사업을 여럿 이끌며 영광 어촌의 인구 유입과 일자리 창출에 힘을 보태고 있다.

40대 중반인 장 사무장은 영광 칠산 앞바다에서 제2의 인생을 보낼 각오를 다졌다. 군인연금이 있지만, 이에 안주하지 않고 어선어업과 어촌 비즈니스 창업을 통해 밥벌이할 계획이다.

장 사무장과 뜻을 같이한 마을 주민들은 지난 5월 다락해 영어조합법인을 구성했다. 다락해 영어조합법인은 칠산 앞바다에서 나는 꽃게, 민어 등 각종 수산물을 수확하고 1차 가공까지 마쳐 유통하고 있다.

지난달 다락해 영어조합법인과 전남어촌특화지원센터는 상호업무협약(MOU)을 맺고 수산물·1차 가공상품 등의 홍보 마케팅, 판로 개척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다락해가 생산한 싱싱한 수산물은 전남어촌특화지원센터의 어촌계·도시민 직거래망 바이씨(buysea)를 통해 직거래 되거나 자숙·반건조 등 1차 가공한 상품으로 소비자를 만날 계획이다.

창업가로의 도약을 꿈꾸는 장 사무장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광주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추진하는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에 참여하며 사업비 1000만원을 지원받기도 했다.

‘문석호’의 탄생을 축하하는 아내 김성희씨와 성욱·대원·준철군 형제.<장문석씨 제공>
지난 5월에는 구수·대신마을의 큰 경사를 함께 했다. 영광 대신항 풍어제가 5년 만에 다시 열린 것이다. 구수대신 어촌계원과 마을주민 100여 명은 유서 깊은 마을 전통행사의 맥을 이어가며 만선과 풍어를 기원했다.

어촌뉴딜300 사업이 종료되는 2022년부터는 ‘안정기’에 접어들 것으로 장 사무장은 내다봤다.

“제 어촌 생활의 안정기는 받은 걸 돌려주는 시기가 됐으면 합니다. 최근에는 4명의 도시민이 귀어해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귀어인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영광군 청년 싱크탱크 위원으로 활동하며 정책 제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해양치유관광을 활성화해 우리 마을을 자생할 수 있는 특화마을로 키우는 게 장기적인 목표입니다.”

/글·사진=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



전남 귀어 3명 중 1명 50대

지난해 귀어 가구원 387명

20.5% 감소했지만 전국 최다

청년층 비중 3년 연속 줄어

<전국 기준>
지난해 전남에 귀어한 가구원 3명 중 1명은 50대이며, 가구당 평균 1.28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수산부와 통계청이 지난 달 발표한 ‘귀어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남 귀어가구원은 387명으로, 전년보다 20.5%(-100명) 감소했다. 전국 귀어가구원은 전년보다 3.0%(-37명) 줄어든 1197명으로 집계됐다.

귀어가구원수를 시·도별로 보면 전남과 충남이 387명으로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019년에는 전남이 충남보다 183명 많은 487명으로 1위에 올랐었다. 지난해는 충남 귀어가구원이 전년보다 83명(27.3%) 뛰면서 격차를 좁혔다.

전남·충남에 이어서는 전북 138명(30명 증가), 인천 110명(44명〃), 경남 87명(61명 감소), 경북 30명(3명 〃), 제주 16명(8명 〃), 강원 15명(17명 〃), 경기 14명(12명 〃), 충북 11명(6명 증가) 등 순이었다.

지난해 전남 귀어가구원 387명 가운데 33.3%에 달하는 129명이 50대였다. 60대가 25.6%(99명)로 뒤를 이었으며, 0~39세(20.4%·79명), 40대(16.0%·62명), 70세 이상(4.7%·18명) 순으로 나타났다.

전남 귀어가구원에서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줄고 있다. 39세 이하 비중은 귀어를 통계를 낸 지난 2013년 32.5%(252명 중 82명)이었지만 2020년은 20.4%로, 7년 새 12.1%포인트 감소했다.

전남 귀어가구원 청년층 비중은 34.7%(2017년)→29.2%(2018년)→27.9%(2019년)→20.4%(지난해) 등으로 3년 연속 감소 추세다.

전남 귀어 302가구 가운데 72.8%에 달하는 220가구는 단일가구, 나머지 82가구는 여러 가구가 모인 혼합가구 형태를 보였다.

지난해 기준 전남 평균 가구원수는 1.28명으로, 전국 평균(1.33명)을 밑돌았다. 전북 가구원수가 1.47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1.40명), 충북·충남(각 1.38명), 인천(1.36명), 경북(1.30명), 전남(1.28명), 경남(1.24명), 제주(1.23명), 강원(1.15명) 순으로 나타났다.

/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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