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소설 낸 손병현 작가 "창작하며 광주 만납니다"
2021년 05월 20일(목) 00:00
광주일보 신춘문예 출신
5·18 당사자와 가족들 이야기
“창작을 하면서 ‘광주’를 만난다”
유가족·시민 증언 등 도움
“단편집과 5·18 다룬 장편 계획”
“이전의 소설에서는 5·18민주화운동 주변부 인물들의 삶을 담아냈었죠. 그러나 이번에는 항쟁 당사자와 그 가족들의 삶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광주일보 신춘문예 출신 작가(1999) 손병현(50)이 두 번째 소설집 ‘쓸 만한 놈이 나타났다’(문학들)를 펴냈다. 몇 년 전 펴낸 장편 ‘동문다리 브라더스’에서 확보되지 못한 5·18 당시의 현장성을 살리는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모든 사건의 뿌리에서 발화하는 것이 소설의 힘인 것처럼 5·18 소설의 역동성과 진정성은 현장성에서 기인한다 할 수 있죠.”

모두 8편이 실린 소설집은 각기 다른 주제를 설정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5·18을 맞닥뜨린 개인의 삶으로 수렴된다.

오랜만에 소설집 출간을 알려오는 작가의 목소리는 어제 만난 것처럼 친근하게 느껴졌다. 손 작가와는 30대 중반 함께 소설 공부를 했던 인연이 있다. 문예창작이라는 카테고리 속에서 소설의 창작 방향 등을 공부하며 손 작가의 창작에 대한 열망을 익히 알고 있던 터였다.

그리고 얼마 후 손 작가는 창작의 무대를 바꾸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는 바람을 안고 서울로 올라갔었다. 당시 그는 “광주를 떠나면서 줄곧 광주가 뒤돌아봐졌다”며 “솔직히 떠나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이 떠난 측면도 있었다”고 웃었다. 아마도 “그 애증이 향한 곳이 결국 5·18”이었던 모양이다.

작가는 이번 소설들을 쓰기 위해 자료와 증언을 참조했다. 기존에 발간된 서적들과 전남대 5·18연구소의 자료 등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으며 증언은 유가족과 시민의 도움을 받았다.

손병현 작가
그는 “솔직히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숨과 어깨로부터 한 줄 한 줄 뽑아져 나왔다. 5·18 당시의 현장에서부터 현재까지 그 척박한 역사가 글쓰기를 가능하게 했다”고 말했다.

물론 이번 창작집에서도 ‘고발’이나 ‘트라우마’와 같은 이야기를 일정부분 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을 넘어서는 40년 성찰 또한 투영돼 있는 것이다.

소설 ‘민주유해자’의 홍철은 잔인한 계엄군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목숨을 걸었던 ‘민주유공자’였다. 그의 동지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옆집에서 총소리가 들린다며 여러 차례 흉기로 위협해 몇 차례 구속까지” 됐을 정도로 수없이 주변인을 괴롭힌다. 일종의 ‘민주유해자’가 돼 버린 것이다. 살아 있는 한 트라우마의 사슬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안 그는 사형수 심정으로 아파트 난간을 올라간다.

소설은 5·18의 40년 과정이 지난했던 것과 같이 소설 속 인물들의 삶 또한 부침을 거듭했을 거라는 사실을 전제한다. 김형중 평론가는 “민주유공자들이 민주유해자가 되는 경우 또한 적지 않았다. 그와 같은 사실들에 대한 정직하고도 성찰적인 기록, 그러나 손쉬운 매도나 비난보다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상처의 크기를 부각시키려는 사려 깊은 그런 미덕”이라고 평한다.

다른 소설 ‘배고픈 다리 밑에서 홍탁’, ‘태극기 아래서’ 등은 1인칭 화자의 자전적 고백 형식의 작품이다. 전자는 인터뷰이의 독백 형식을 취하고 있고, 후자는 실제 ‘오월 어머니’ 두 분과의 전화 인터뷰를 매개로 창작됐다. 말하는 자의 경험과 구체성이 생생하게 형상화돼 있어 독자들은 당시 정황을 충분히 그려볼 수 있다.

이처럼 손 작가 작품의 미덕은 5·18민주화운동 그 이면을 성찰하는 태도에 있다. 혹자는 ‘오월 문학’ 계보를 잇는 문학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그는 부모님과 형제자매들이 광주에 거주하고 있기에 일 년이면 몇 차례 내려온다. 소설가는 작품을 쓰는 것으로 존재하기에 “창작을 하면서 광주를 만난다”는 것이다.

“소설은 사람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인물이 살아있는 소설은 시퍼렇게 날이 서 있지요. 그동안 ‘사랑’을 주제로 단편 몇 편을 썼는데 올해 안에 작품집을 묶을 계획입니다. 이 작업이 끝나면 5·18을 다룬 장편에 도전할 생각이구요.”

그는 인터뷰 말미에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등단해 10여년 광주문학선배들을 쫓아다니며 막걸리를 얻어 마신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했다. “지나고 보니 그 얻어 마신 막걸리 속 누룩이 아니 선배들의 그 따순 품이 내 문학적 숙주가 아니었던가 싶어요. 문득문득 그때가 그립습니다.”

한편 손 작가는 광주대 문창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창작집 ‘해 뜨는 풍경’, 장편 ‘내 곁에 유령’, ‘동문다리 브라더스’ 등을 펴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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