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세대 초월 ‘문화’로 승화…공감 받는 ‘5월 유산’으로
2021년 05월 14일(금) 00:00 가가
[함께 내딛는 새로운 50년 <4> 세대 공감할 콘텐츠 만들자]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 안성기
“미래세대에 5·18 제대로 알려야”
뮤지컬 ‘광주’ 고선웅 연출가
“경직되지 않은 작품으로 진실 전달”
5월 순례길 콘텐츠 기획 사유진 감독
“기억의 전달보다 직접적 체험 중요”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 안성기
“미래세대에 5·18 제대로 알려야”
뮤지컬 ‘광주’ 고선웅 연출가
“경직되지 않은 작품으로 진실 전달”
5월 순례길 콘텐츠 기획 사유진 감독
“기억의 전달보다 직접적 체험 중요”


13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함평군 공직자들이 평화의 상징인 나비를 날리고 있다. 함평군은 이날 제41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묘지를 참배한 뒤 나비 518마리를 날리는 행사를 열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폄훼는 민주주의의 씨앗을 뿌린 ‘5월 광주’의 의미를 훼손하고 지역민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고 있다.
5·18을 경험해보지 못한 미래세대들은 5·18 민주화운동이 50년을 향한 첫걸음을 떼는 시기인데도, 여전히 광주를 부담스러워 하고 어려워한다.
이 때문에 5·18을 현대에 맞게 재해석하고 미래 유산으로 활용하려는 새로운 시도가 자유롭고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광주를 사회적·역사적 의미가 담긴, 세대를 초월한 ‘문화’로 승화해 누구나 공감하는 5월 정신으로 이끌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배우 안성기가 말하는 5·18 콘텐츠는=“영화를 통해서나마 치유되지 않은 분들의 아픔을 위로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배우 안성기(69)씨에게 ‘아들의 이름으로’는 지난 2007년 개봉한 영화 ‘화려한 휴가’ 이후 두 번째 출연한 5·18 영화다.
안성기씨는 광주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최근 개봉한 ‘아들의 이름으로’를 “1980년 5월 광주에 있던 한 남자가 아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반성을 하지 않는 자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배우 안성기씨는 영화에 노개런티로 출연했다. 그는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광주의 아픔과 상처가 우리 사회에 남아 있다는 생각을 하며 마음이 아팠다”고 5·18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안 배우는 1980년 5월 당시에는 광주에서 일어난 참혹한 현장을 알지는 못했다고 했다. 이장호 감독의 ‘바람 불어 좋은 날’을 촬영하고 있었다는 게 안씨 기억이다. 안씨는 “광주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뉴스에서 보도되는 정도로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고 진상에 대해 알게 된 것은 훨씬 시간이 지난 후”라고 회상했다.
5·18을 주제로 한 영화를 촬영하면서 다른 느낌을 겪었다는 게 안 배우 설명이다. 5·18영화를 찍는다는 소리에 광주지역 시민들이 도움을 주셨고 영화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안 배우는 “전문 연기자가 아닌 광주 일상에 사는 수많은 분들과 함께 연기를 하는 경험은 처음”이라며 “실제로 당시의 기억을 갖고 살아가고 계신 분들이 함께 했기 때문에 영화의 진실성이 더해졌다”고 했다.
안 배우는 ‘화려한 휴가’ 촬영 때는 시민군의 역할을 맡아 감정선이 복잡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1980년 5월 18일 민주화를 외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온 날, 그들을 진압한 공수부대원을 맡았다. 특히 아들에게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고 희생자 가족에게 용서를 구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는 아버지의 역할이기 때문에 복잡한 내면을 연기해야 해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안 배우는 영화에서처럼 “자신의 행동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진정한 반성의 시작”이라고 했다.
◇뮤지컬 ‘광주’로 또 다른 5·18 다룬 고선웅= “미래세대에게 과거의 아픔을 제 3자의 시각으로 보여주고 자신들 스스로 생각하고 진실을 찾아가게 하고 싶습니다.”
지난해 10월 초연하고 오는 15~16일 광주(빛고을 시민문화관)에서의 공연을 앞둔 창작뮤지컬 ‘광주’의 연출가인 고선웅(53)씨는 이번에도 조금 달랐다. ‘숭고한 민주주의 뿌리’라는 식으로 전달하는 게 아닌, 가볍게 춤추고 노래하면서 이해하는 작품으로 다가서고 싶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도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고 진실과 사실을 냉정하게 평가할 눈을 가졌다는 게 고 연출가의 생각이다.
엄숙주의의 관점으로 40년이 지난 5·18을 보는 방식은 과거의 방식이고 이제는 5·18은 새로운 문화적 컨텐츠로 승화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 연출가는 그동안 5.18 민주화운동을 다양하게 그려왔다. ‘광주’는 연극 ‘들소의 달’(2009)을 시작으로 ‘푸르른 날에’(2011), ‘나는 광주에 없었다’(2020)에 이어 5.18을 소재로 한 그의 네 번째 작품이다. 하나의 소재를 다양하게 변주하는 만큼 비슷한 공식을 반복하지 않으려 한 노력이 엿보였다.
“광주를 소재로 할 때는 늪에 빠지기 쉬워요.” 슬픔과 비극 이라는 동어반복을 피하기 위해 고 연출가의 주특기인 슬픔에 빠지지 않는 정서를 담았다. 무대 위엔 춤과 노래로 그리고 웃음을 빼곡히 채웠다. 즐겁게 춤을 춰도 우는 것이고, 노래를 불러도 통곡하는 것이 되는 한국의 정서를 통해 광주의 아픔과 처절한 기억을 승화 한다는 것이다.
고 연출가는 “콘텐츠가 경직돼 있어서는 관객을 흡수할 수 없다. 자유로워야 하고 소재는 새롭고 특별해야 한다”면서 “이번에 광주에서 진행되는 뮤지컬에 광주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5월 순례길 콘텐츠 기획한 사유진=옛 전남도청에서 국립5·18민주묘지까지 14㎞를 걷으며 광주5·18 정신의 본질을 생각하는 순례길 컨텐츠, ‘5월 평화의 길, 미얀마와 함께 걷기’는 영화감독 사유진씨가 기획했다. 5·18이 과거의 역사적 사실에 머물러 있기보다는 현대에서 재해석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지난 2017년 ‘그해 오월 나는 살고 싶었다’를 제작한 바 있다. 광주 오월정신의 본질은 5·18당시 부상자들의 피가 부족하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헌혈을 시작한 순수한 인간애와 인간됨이라는 게 사 감독의 생각이다.
사 감독은 이같은 오월 정신이 과거에 머물지 않고 미래세대에게 전달되기 가장 좋은 방법으로 ‘직접적인 체험’을 꼽았다.
5·18 행사위원회의 올해 41주년 5·18 공모 사업에서 떨어졌는데도 스스로 순례길 콘텐츠를 진행하는 이유다.
순례길 사업이 정착돼 매해 인권의 문제나 사회적 이슈를 같이 연결하는 오월 프로그램으로 진행됐으면 한다는 게 사 감독의 바람이다.행사는 옛 전남도청에서 시작해 5·18 최초 발포지를 거쳐 4·19기념관과 말바우 시장을 통과해 국립 5·18 민주묘지까지 걸으며 광주의 41년 전 모습에서 현대의 미얀마 민주화의 열망의 이야기를 담는다.
인종과 국가 그리고 민족을 뛰어넘어 생명·민주·인권·평화의 민주화의 행진을 통해 숭고한 광주5·18 정신을 계승하려는 게 사 감독의 계획이다.
사 감독은 “젊은 세대에서 5·18을 ‘오일팔’이라고 읽지 않고 ‘오점일팔’로 읽고 있는다는 점부터 동시대에 살고 있는 세대간의 소통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면서 “정서의 교감과 소통은 문화매체 등의 다양한 콘텐츠로 실제로 같이 행동하면서 이뤄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끝>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5·18을 경험해보지 못한 미래세대들은 5·18 민주화운동이 50년을 향한 첫걸음을 떼는 시기인데도, 여전히 광주를 부담스러워 하고 어려워한다.
광주를 사회적·역사적 의미가 담긴, 세대를 초월한 ‘문화’로 승화해 누구나 공감하는 5월 정신으로 이끌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배우 안성기가 말하는 5·18 콘텐츠는=“영화를 통해서나마 치유되지 않은 분들의 아픔을 위로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배우 안성기(69)씨에게 ‘아들의 이름으로’는 지난 2007년 개봉한 영화 ‘화려한 휴가’ 이후 두 번째 출연한 5·18 영화다.
안 배우는 1980년 5월 당시에는 광주에서 일어난 참혹한 현장을 알지는 못했다고 했다. 이장호 감독의 ‘바람 불어 좋은 날’을 촬영하고 있었다는 게 안씨 기억이다. 안씨는 “광주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뉴스에서 보도되는 정도로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고 진상에 대해 알게 된 것은 훨씬 시간이 지난 후”라고 회상했다.
5·18을 주제로 한 영화를 촬영하면서 다른 느낌을 겪었다는 게 안 배우 설명이다. 5·18영화를 찍는다는 소리에 광주지역 시민들이 도움을 주셨고 영화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안 배우는 “전문 연기자가 아닌 광주 일상에 사는 수많은 분들과 함께 연기를 하는 경험은 처음”이라며 “실제로 당시의 기억을 갖고 살아가고 계신 분들이 함께 했기 때문에 영화의 진실성이 더해졌다”고 했다.
안 배우는 ‘화려한 휴가’ 촬영 때는 시민군의 역할을 맡아 감정선이 복잡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1980년 5월 18일 민주화를 외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온 날, 그들을 진압한 공수부대원을 맡았다. 특히 아들에게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고 희생자 가족에게 용서를 구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는 아버지의 역할이기 때문에 복잡한 내면을 연기해야 해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안 배우는 영화에서처럼 “자신의 행동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진정한 반성의 시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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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주’고선웅 연출가 |
지난해 10월 초연하고 오는 15~16일 광주(빛고을 시민문화관)에서의 공연을 앞둔 창작뮤지컬 ‘광주’의 연출가인 고선웅(53)씨는 이번에도 조금 달랐다. ‘숭고한 민주주의 뿌리’라는 식으로 전달하는 게 아닌, 가볍게 춤추고 노래하면서 이해하는 작품으로 다가서고 싶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도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고 진실과 사실을 냉정하게 평가할 눈을 가졌다는 게 고 연출가의 생각이다.
엄숙주의의 관점으로 40년이 지난 5·18을 보는 방식은 과거의 방식이고 이제는 5·18은 새로운 문화적 컨텐츠로 승화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 연출가는 그동안 5.18 민주화운동을 다양하게 그려왔다. ‘광주’는 연극 ‘들소의 달’(2009)을 시작으로 ‘푸르른 날에’(2011), ‘나는 광주에 없었다’(2020)에 이어 5.18을 소재로 한 그의 네 번째 작품이다. 하나의 소재를 다양하게 변주하는 만큼 비슷한 공식을 반복하지 않으려 한 노력이 엿보였다.
“광주를 소재로 할 때는 늪에 빠지기 쉬워요.” 슬픔과 비극 이라는 동어반복을 피하기 위해 고 연출가의 주특기인 슬픔에 빠지지 않는 정서를 담았다. 무대 위엔 춤과 노래로 그리고 웃음을 빼곡히 채웠다. 즐겁게 춤을 춰도 우는 것이고, 노래를 불러도 통곡하는 것이 되는 한국의 정서를 통해 광주의 아픔과 처절한 기억을 승화 한다는 것이다.
고 연출가는 “콘텐츠가 경직돼 있어서는 관객을 흡수할 수 없다. 자유로워야 하고 소재는 새롭고 특별해야 한다”면서 “이번에 광주에서 진행되는 뮤지컬에 광주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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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순례길 콘텐츠 기획 사유진 감독 |
사 감독은 이같은 오월 정신이 과거에 머물지 않고 미래세대에게 전달되기 가장 좋은 방법으로 ‘직접적인 체험’을 꼽았다.
5·18 행사위원회의 올해 41주년 5·18 공모 사업에서 떨어졌는데도 스스로 순례길 콘텐츠를 진행하는 이유다.
순례길 사업이 정착돼 매해 인권의 문제나 사회적 이슈를 같이 연결하는 오월 프로그램으로 진행됐으면 한다는 게 사 감독의 바람이다.행사는 옛 전남도청에서 시작해 5·18 최초 발포지를 거쳐 4·19기념관과 말바우 시장을 통과해 국립 5·18 민주묘지까지 걸으며 광주의 41년 전 모습에서 현대의 미얀마 민주화의 열망의 이야기를 담는다.
인종과 국가 그리고 민족을 뛰어넘어 생명·민주·인권·평화의 민주화의 행진을 통해 숭고한 광주5·18 정신을 계승하려는 게 사 감독의 계획이다.
사 감독은 “젊은 세대에서 5·18을 ‘오일팔’이라고 읽지 않고 ‘오점일팔’로 읽고 있는다는 점부터 동시대에 살고 있는 세대간의 소통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면서 “정서의 교감과 소통은 문화매체 등의 다양한 콘텐츠로 실제로 같이 행동하면서 이뤄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끝>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