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로, 게임으로…미래세대 눈높이로 광주정신 알리기
2021년 05월 12일(수) 00:00
[함께 내딛는새로운 50년(2) 오월정신 씨앗 뿌리는 교사들]
학생 관점서 5·18 얘기할 수 있게
‘시, 노래가 되다’ 5·18 수업 효과
방탈출게임 활용 교육은 전국 전파
왜곡·폄훼 끊을 인정교과서 집필
산재된 5·18자료 모으기 앞장도

광주 동명고 학생들이 5·18민주화운동 41주년을 맞아 학교에 ‘오월의 길’을 조성해 전시회를 갖기로 한 가운데 5·18 당시의 역사적 사건을 재현하기 위해 ‘라이프 캐스팅 기법’을 이용한 전신상과 오브제를 만들어 시연하고 있다. 특수분장의 하나인 라이프 캐스팅 기법은 살아있는 인체에 테이프를 이용, 형태를 그대로 복사해 내는 제작 기법이다. <동명고 제공>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이 올곧게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미래세대에게 그 의미를 전달, 계승해나가는 게 중요하다. 광주지역 교사들이 5·18 민주화운동을 경험하지 않은 어린이들 교육에 신경쓰는 것도 ‘5월의 씨앗’이 제대로 뿌리내리도록 하기 위해서다.

◇아이들 눈 높이에 맞춰 5월 정신을 알려야=“어린 아이들 스스로 5·18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5·18 민주화운동의 교육 방법인 ‘오일팔.com’, ‘어린이 시, 노래가 되다’, ‘민주시민교육 교류 수업’을 제안하고 직접 맡아 진행하고 있는 광주 운암초교 이해중(39) 교사는 5·18 교육의 의미를 이렇게 말했다.

올해로 교사생활 12년째인 그는 지난해 학생들이 좋아하는 ‘방탈출게임’을 활용해 ‘오일팔.com’이라는 교육자료를 만들었다.

5·18 현장을 방문할때마다 설명만 들으며 따라다니는 것 보다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방안을 고민하면서 만들어졌다.

그가 제안한 방탈출 프로그램은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전국에서 2만 2000명이 넘는 학생이 참여해 즐길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프로그램을 접한 이들 상당수가 ‘5·18에 대해 더 많이 알고싶다’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올해는 또 다른 시도를 했다. 아이들이 5·18 수업을 들은 뒤 느낌을 시로 적도록 하고 노래까지 만드는 ‘어린이 시, 노래가 되다’라는 프로그램이다.

전국 학생들이 1600편의 시를 썼고 이들 가운데 30여편의 노래가 만들어졌다. 이 교사는 더 나아가 뮤직비디오 만들기 챌린지를 계획중이다.

이 교사는 “5·18 50주년에는 5월 정신이 아이들의 건강한 시민의식 형성을 위한 역할의 선두에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대로된 5·18 교과서로 왜곡·폄훼 끊어야=“아이들이 자신들 언어로 5·18을 이야기 하도록 하고 싶습니다.”

김영주(41) 광주여고 교사는 지난해 제작된 ‘5·18 민주화운동’ 인정교과서 집필진이다. 지난 2013년 제작된 5·18중등 인정교과서 이후 두번째 참여였다.

김 교사는 집필진에 참여하면서 학생들이 궁금해할 내용을 우선적으로 추려내는 한편, 우리 일상과 연결짓는 데 초점을 맞추려고 힘썼다. ‘5·18은 광주에서만 일어났나요?’ ‘시민들은 왜 총을 들었나요?’ ‘광주사태는 어떻게 민주화운동이 되었나요?’ 등 학생들이 5·18에 관해 궁금해 할 법한 질문들로 구성됐다. 두번째 참여라서 그만큼 공을 들였지만 보다 자세하고 최신 내용을 담지 못해서 아쉽기만 하다.

김 교사는 5·18의 교육의 구체적인 담론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미래 세대에게 오월 정신을 계승해줘야 한다는 거대담론은 많지만, 교육현장에서 구체적인 교육방법과 활용방안 등의 실체적인 교육담론에 대한 고민들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 교사는 “미래세대와 5·18를 통해 민주주의·인권·소수자·국가폭력·시민의 역할 등 현대의 문제를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아직도 흩어진 자료 많은 5·18자료 한데 모아야=“광주에 있는 교사들이라면 매년 올해 5·18 교육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고민에 빠집니다.”

극락초 백성동(33) 교사는 5·18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세대지만 5·18에 대한 활동은 그누구 못지 않았다.

해마다 5월이 되면 국립5·18민주묘지 해설사로 활동해온 백 교사는 지난 3일 전교조 참교육실 동료교사들과 함께 ‘오일팔수업.com’ 사이트를 개설했다.

그동안 제작되온 5·18교육 자료들이 여기저기 산재해 있어 5·18 교육자료 찾기에 고민에 빠진 다른 교사들을 돕고, 학생들에게도 좋은 자료를 소개해주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백 교사는 광주에서 나고 자란 청년이자 교사로서 5·18 교육이 막연했다고 한다. 5·18수업 자료들이 정돈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백 교사가 올해 교사들과 교육공동체를 꾸려 5·18수업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나선 이유다.

오일팔수업.com 사이트에는 5·18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각종 영상과 그림책, 민주시민교육자료 뿐만 아니라 사이버참배 공간도 마련했다.

과거의 자료에만 그치지 않고 현대의 문제에 5·18의 고민을 녹여내는 작업도 포함하고 있다. 올해는 ‘오월 광주, 미얀마와 눈 맞추다’는 주제로 80년5월 광주와 닮은꼴인 미얀마의 연대를 추진한다.

백 교사는 지난해 근거 없는 논리로 5·18에 대한 왜곡 영상을 만들어 퍼뜨린 가짜 광주청년의 행태에 반박하는 영상을 제작해 ‘오일팔[5.18]TV’에 올려 6만6000천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백 교사는 “미래세대에게 오월 정신의 계승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하다”면서 “5·18 이후 돌아가신 민족·민주 열사의 묘역에 잠들어 있는 구묘역에도 많은 관심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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