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막' 광주비엔날레 결산] 팬데믹 상황에도 현대미술 진수 보여줘
2021년 05월 09일(일) 22:00
39일동안 8만5000여명 관람
치유·위로·연대 다양한 작품 감동
옛 국군광주병원 장소성에 주목
샤머니즘 주제 강조는 호불호 갈려

39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9일 폐막한 제 13회 광주비엔날레에는 모두 8만5000여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코로나 19로 인한 팬데믹으로 두 차례나 연기된 후 개막한 제13회 광주비엔날레가 9일 39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베니스건축비엔날레 등 전 세계 대형 예술축제가 대부분 연기된 상황에서 개막한 대규모 문화행사로 관심을 모은 이번 비엔날레는 철저한 방역 지침 속에 전시장을 운영하며 관람객들에게 현대미술의 진수를 선보였다.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Minds Rising, Spirits Tuning) 주제전과 광주정신을 다양하게 구현한 GB커미션 등이 광주 시내 곳곳에서 함께 열려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했으며 치유와 위로 연대의 의미를 담은 다양한 작품들은 감동을 전했다.

지난 4월1일 개막한 제13회 광주비엔날레에는 주제전 전시관인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을 포함해 모두 8만 5000여명(9일 오후 6시 잠정 집계)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올해 행사는 예전보다 일정이 대폭 축소된 39일간인데다 방역 문제로 사상 처음 월요일 휴관도 실시, 실제적인 전시관람 일정은 더 짧았으며 단체 관람객도 받지 않았다.

재단은 일일 관람객 수와 관람 시간을 제한했고 전시관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했다. 광주비엔날레 홈페이지 및 유튜브 채널 등에 공개된 온라인 전시는 총 16만5000여 명이 관람했으며 차별화된 콘텐츠의 오디오 어플리케이션과 전시 가이드북도 제공했다. 관람객들 역시 방역 수칙을 지키며 차분하게 음성오디오 등을 내려받아 전시를 관람하는 모습들이었다. 또 전시장은 다채로운 현대미술을 경험하는 전시의 장이자, 관람객들이 사진을 찍는 포토존 역할도 톡톡히 했다.

올해 주제전에는 40여개국 69작가(팀)가 참여해 40점의 커미션 신작 등 모두 450여 작품을 선보였다. 지난 제12회 행사 때 11명의 다수 큐레이터제가 도입돼 전시의 집중도가 다소 떨어졌던 데 반해 데프네 아야스·나타샤 진발라 공동 예술감독이 기획한 올해 전시는 샤머니즈적 요소를 강화한 치유와 회복, 강렬한 페미니즘, 민주화 연대, 인류 지성, 전 세계 토착민의 삶, 환경문제 등 다양한 주제를 관통하는 작품들을 일목요연하게 선보였다. 뉴욕타임즈는 이번 제13회 광주비엔날레에 대해 “미술을 통해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정설로 여겨지는 역사 이야기를 다시 쓸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고 평했다.

‘소통과 공감의 의미’를 담아 비엔날레 역사상 처음으로 무료 개방된 1전시관은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거닐며 ‘작품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공간으로 구성돼 눈길을 끌었다. 특히 1전시관에 소개된 작가들의 출품작은 이후 2~5 전시관으로 이어지는 작품의 ‘프리뷰’ 역할을 하며 관감객들의 흥미를 유발했다. 또 예년에 비해 영상 작품의 숫자는 줄었지만 흥미로운 내용이 많아 차분히 영상작품을 관람하는 이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올해 전시는 각각의 컨셉과 디자인으로 구성된 독특한 공간 연출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다양한 천조각과 커튼으로 전시공간을 구현한 3전시관은 전시장 벽면을 대형 유리로 구성해 푸른 신록이 전시장으로 그대로 스며들며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

국립광주박물관, 광주극장, 양림동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등으로 전시 공간이 확장되며 ‘광주의 장소’를 발견하게 한 점도 의미있었다. 특히 아트폴리곤에서 선보인 코라크리트 아루나논드차이의 영상 작품 ‘죽음의 노래’는 아름다운 대사와 의미있는 화면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전시 관람을 위해 양림동을 방문하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호랑가시나무 레지던시에서 열린 일반 전시에도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주제전 중 샤머니즘 관련 작품들이 많고, 일부 전시작은 샤머니즘에 대한 예술적 재해석 대신, 원초적인 요소가 너무 두드러져 관람객들의 호불호가 갈렸으며 죽음, 사후 세계 등 다소 어두운 주제들이 많아 일반 관람객들의 접근성을 떨어트린 점도 있었다. 또 시민들의 자유로운 소통 공간을 지향해 무료 개관한 1전시관은 의도를 살리기 위해 더 밝은 분위기로 연출, 관람객들이 좀 더 편안하게 머물수 있도록 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주제전과 함께 광주정신을 탬색한 GB커미션,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전 ‘메이투데이’, 국내외 미술관을 연결하는 파빌리온 프로젝트가 결합돼 광주를 동시대 문화예술 플랫폼으로 확장시킨 점은 의미있었다.

오월 항쟁의 현장인 옛 국군광주병원에서 열린 ‘볼 수 있는 것과 말할 수 있는 것 사이’전은 ‘장소’가 주는 묵직한 무게감이 전달되면서 많은 인기를 모았다. 지난해부터 진행된 ‘MaytoDay’ 프로젝트 일환으로 김설아·문선희·박화연 등 12명의 지역 작가가 참여해 5월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들려줬다.국군병원에서는 또 이불의 ‘태양의 도시’, 임민욱의 ‘채의진과 천 개의 지팡이’, 시오타 치하루 ‘신의 언어’ 등의 작품도 함께 전시됐다.

‘안전한 전시 개최’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운영면에서는 아쉬움도 있었다. 코로나로 관람 인원이 제한된 양림동 호랑가시나무 전시의 경우 길게는 4~5시간 기다려야 관람할 수 있어 외지 관람객들이 불편을 겪는 등 운영의 묘가 아쉬웠다. 또 현대미술의 난해성과 도슨트 해설이 없어진 점을 감안한다면 오디오 가이드 제공과 더불어 간단한 작품 설명 등을 부착해 관람을 돕는 게 필요했다.

그밖에 전시 개막 1주일만에 부당인사, 재단 대표이사의 갑질 등과 관련한 비엔날레 노조의 국가인권위 진정 등 재단 내부 문제가 불거진 점은 아쉽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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