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순태와 한승원
2021년 04월 12일(월) 05:30
끊임없는 창작 열정으로 주옥같은 작품을 발표해 온 두 소설가가 있다. 원로 작가 문순태와 한승원. 이들은 그동안 남도 문단을 넘어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로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겼다. 두 작가 모두 1939년생으로 올해 83세이지만 여전히 문학청년 같은 열정으로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문 작가의 글쓰기 여정을 담은 대표 작품 선집과 한 작가의 자전 에세이가 나왔다. 전남대 조은숙 박사가 엮은 ‘문순태 중·단편 선집’(소명출판)에는 중·단편 147편 가운데 최종 선정된 65편이 수록돼 있다. ‘징소리’ ‘철쭉제’ ‘문신의 땅’ 등 근현대사의 아픔이나 고향 상실과 한의 정서를 형상화한 대표작을 만날 수 있다. 어린 시절 겪은 6·25의 상흔, 5·18 당시 해직 경험 등 삶의 고비마다 찾아온 아픔은 문순태에게 소설 쓰기의 원동력이 됐을 것이다.

자서전 ‘산돌 키우기’(문학동네)를 발간한 한승원 작가 또한 여전히 이야기의 힘을 믿는다. 구도자와도 같은 글을 써 왔던 지난 시간에는 작가로 또는 아버지로, 그리고 선배로 살아온 삶의 발자취가 담겨 있어 잔잔한 울림을 준다. 특히 설화 속 ‘고려장’ 이야기를 예로 들며 어머니가 돌아갈 아들을 위해 산길에 솔잎을 뿌려주는 마음을 이야기하는 대목은 아련한 죽비처럼 다가온다.

동년배 소설가인 문순태와 한승원은 그동안 남도 정서를 모티브로 의미 있는 작품을 써 왔다. 서로 다른 면이 있지만 닮은 듯 보이는 이들을 문학적 의미의 ‘일란성 쌍생아’라고 평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오래 전 귀향해 후학을 가르치는 한편 창작을 멈추지 않는 두 작가를 보면 과연 문학의 최종 종착지는 어디이며, 글쓰기의 본질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인생 만년에 이른 두 작가의 말에서 문학을 왜 하며 삶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지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다.

“글을 쓰는 한 살아 있고, 살아 있는 한 글을 쓸 것이다. … 이야기의 힘이 나를 있게 했고 그것이 나를 건설했다.”(한승원) “소설은 내 스승이었고 종교였으며 생명이었다. 소설을 쓸 때만이 내 자신에 대한 실존을 확인할 수 있었다.”(문순태)

/박성천 문화부 부장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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