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우트와트’
2021년 04월 01일(목) 05:30
돈을 향한 인간의 욕심은 예나 지금이나 끝이 없다. 단기간에 쉽게 부자가 되겠다는 욕심은 투기로 이어지고, 안전하게 고수익을 얻고자 불법과 탈법이 난무한다. 정부나 지자체의 개발과 계획에 대한 정보를 독점한 이들은 그동안 손쉽게 부를 일궜다. 부실한 법과 제도는 벼락부자들을 양산해 내는 데 일조했다.

신도시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한 19세기 영국의 에벤에저 하워드 역시 당연히 사람들의 투기를 예상했었다. 그는 유명한 책 ‘내일의 전원도시’에서 과밀과 오염의 도시가 아닌 농촌과 도시를 결합한 ‘전원도시’(Garden City)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물론 ‘토지공유제’가 그 구상의 근간이었다. 공공재(公共財)인 토지에서 얻은 수익을 지역사회로 환원해 투기를 원천 봉쇄하자는 것이다. 그는 실제로 영국에 레치워스나 웰윈 등의 신도시를 만들어 내 그것이 불가능한 것이 아님을 증명했다.

개발 관련 불법·비리·투기는 이미 여러 곳에서 여러 차례 반복돼 왔다. 1989년 일산과 분당 등 1기 신도시를 만든 노태우 정부는 1990년 2월 수사에 착수한 결과 투기 사범 1만3000여 명을 적발해 987명을 구속했다. 금품 수수와 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구속된 공직자가 131명, 부정 당첨 공무원도 10명에 달했다. 2003년 김포·검단·동탄 등 2기 신도시를 건설한 노무현 정부에서도 공무원 27명이 포함된 1만5000여 명의 투기 사범들이 붙잡혔다.

아파트 등 부동산을 소유하거나 토지 개발 보상을 받은 이들의 ‘불로소득’이 과도하다는 것은 국민 모두가 이미 충분히 인식하고도 남는다. 80년 전 지금의 우리와 비슷한 여건이었던 영국은 1942년 ‘우트와트 보고서’를 통해 개발에 따른 이익을 환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개발지에 대해서는 정기적인 과세, 미개발지에 대해서는 개발권의 ‘유상 국유화’라는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개발을 장려하는 ‘용도지역제’의 폐지, 공공사업 토지 취득 절차 간소화 등도 주장했다.

진보는 정책으로 세상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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