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으로 일군 대추방울토마토 농장…6년만에 부농 꿈 이루다
2021년 03월 31일(수) 08:00 가가
남도에서 새 인생新 전남인 <6> 담양군 봉산면 오필선·김승미 부부
“좀 더 힘 남아있을 때 도전하자” 계획보다 10년 앞당겨 담양으로
농기센터 귀농학교 도움…자금 등 실현 가능한 영농계획 세워야
“좀 더 힘 남아있을 때 도전하자” 계획보다 10년 앞당겨 담양으로
농기센터 귀농학교 도움…자금 등 실현 가능한 영농계획 세워야


오필선(56)·김승미(50)씨 부부가 지난 24일 담양군 봉산면 양지리 부부의 농장에서 이제 막 수확한 대추방울토마토를 들어보이 있다. 서울에서 살던 부부는 지난 2014년 가을 담양으로 귀농했고 노력 끝에 억대 부농 반열에 올랐다. /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아내의 고향 보성도, 제 고향 장흥도 아닌 담양으로 귀촌한 이유요? 고향으로 가면 마음이 느슨해질 것 같고 그러다 진짜 실패하면 영영 고향을 등져야 하잖아요. 그냥 연고 없는 곳으로 와서 맨땅에다 부딪혀보자는 생각으로 내려왔죠. 벌써 6년이 지났네요. 아내랑 부둥켜안고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몰라요. 수십 번, 수백 번 울고 다시 일어서고 하다 보니 이제는 억대 매출을 올리게 됐습니다.”
담양군 봉산면 양지리에서 대추토마토 농장을 운영하는 오필선(56)·김승미(50)씨 부부의 귀농 6년은 고군분투의 연속이었다. 장흥 관산 출신의 남편 오씨와 보성 벌교 출신의 아내 김씨는 2014년 서울에서의 삶에 마침표를 찍기로 했다. 1998년 결혼 당시 약속했던 귀농에, 더 늦기 전에 도전하기로 했다. 남편 오씨는 IT(정보통신)쪽 직장생활을 해오다 관련 사업을 벌였으나 큰 재미는 보지 못했고, 부부는 나이가 더 차기 전에 농촌에서 인생 2막을 열기로 했다.
“결혼 초에 둘이 60세에 은퇴하고 시골 내려가 농사짓자고 합의했죠. 그런데 자리 잡는데 한 5년은 걸릴 것 같기도 하고 환갑에 내려간다는 게 좀 그래서 한 10년 앞당겼습니다. 직장을 다니고 사업도 하면서 큰 재미는 못 봤지만 어느 정도 돈을 모았고, 도시에서의 삶이 미련도 없고해서 내려온거죠. 하하.”
귀농 결심 이후 고심 끝에 선택한 곳은 담양이었다. 고향으로 가면 지인들이 있어서 마음이 약해질 것도 같고 어떤 의미에선 마음에 상처도 받을 것 같아 고향을 선택지에서 지웠다고 한다. 대신 “그럼 담양에서 딸기 농사 한 번 지어봐”라는 지인의 말을 듣고 현장 답사를 거쳐 담양에 터 잡았다. 2014년 9월이었다.
“아직도 잊지 않아요. 가을에 와서 아이들 전학 처리를 하고 빌린 농지에 시설 하우스를 지어야 하는데 11월은 내내 비가 왔고 12월엔 내내 눈이 왔어요. 우여곡절 끝에 2016년 1월 한 동(棟) 규모가 250평인 시설하우스 6개 동을 지어 올렸습니다. 그러는 사이 딸기농사철이 끝났고 초보 농군이 할 수 있는 품목 뭘까, 찾다가 육묘장에서 키운 모종을 사와 비닐하우스 시설에서 심고 기를 수 있는대추방울토마토를 택했죠. 1년에 2번 작물을 심고 수확 가능한 2기작이라는 점도 끌렸어요.”
3~4월에 하우스 1동을 제외한 5동에 동당 900주씩 총 4500주를 심었다. 농사라고는 어려서 집안일을 도왔던 게 전부였던 터라 부부는 농업기술센터가 운영하는 귀농학교를 다니며 기본을 익혔다.
선배 농가들을 찾아다니며 농사를 배웠다. 구체적인 가르침을 원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두루뭉술했다. “어 그거 환기 잘 시켜주고 물 적당히 주면 돼” “줄기나 잎에 곰팡이 피면 약 주면 돼”라는 식이었다. 돕기 싫었던 게 아니라 저마다 농법, 시설 환경에 차이가 있어 구체적으로, 단적으로 가르쳐줬다간 되레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부담 때문에 원론적인 답만 줬다는 걸 안 것은 한참 뒤였다.
작물에 병충해가 와도 무슨 병균인지, 해충인지 알 수가 없었던 부부를 도왔던 건 수북면의 한 농약사였다고 한다.
“새벽에 나와 온도 체크하고 한 바퀴 쭉 둘러보는데 잎이 달라요. 어제와 달라. 이상해. 제가 IT쪽 일을 했잖아요. 휴대폰으로 사진 찍어 당장 농약사에 보냈죠. 그분은 7~8시에 문 여는데 4~5시에 불쑥불쑥 사진 찍어 보내고 물어봤죠. 무슨 병해충이냐, 어떻게 하면 되느냐. 지금 와서 생각하면 내가 급하다고 새벽에 문자 보낸 건 실례였는데, 그분이 좋게 봐주셨죠”
고난은 첫 수확 철에 찾아왔다.
보통 대추토마토는 입식 후 45일가량 지나 1~2개월 수확하는데 늦봄쯤 빨갛게 익은 열매가 쉴 새 없이 갈라지고 터지는 것이었다. 줄기에 매달린 채 터졌고 손으로 따면서도 터졌다. 중량 선별기 선별 과정에서 터지고 운송 과정에서도 터져 상품화된 것보다 갈라지고 터진 열매가 많았다.
“아이고 초반에 정말 많이 울었어요. 둘이. 정말 정말 셀 수 없을 정도로 울었어요. 물어물어 다 키운 게 여름에 터지고 갈라져서 버리는 게 많아서 거의 날마다 울었다고 보면 돼요.”
열매가 갈라지고 터진 이유는 물·온도 관리,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원인을 알아냈지만, 곧바로 문제는 곧바로 해결되지 않았다. 그 뒤로도 몇 년이 지나서야 당도를 끌어올리는 법, 재배 시기를 단축하는 법, 열매를 터지지 않게 잘 키우고 수확하는 법 등 농사 전반을 깨닫게 됐다.
부부는 올해 비닐하우스 2개 동을 더 늘렸다. 총 8동에서 올해 매출 목표는 2억4000만원이다. 전량 각화동 공판장으로 출하한다. 대추토마토는 이기작(二期作·1년 2차례 동일 작물 재배)을 할 수 있어 가능한 매출 규모다. 지난해 수해처럼 큰 재해가 없다면 부부는 모종비, 약제비, 양액비(비료), 인건비, 전기요금, 농지 임대료, 시설유지보수비를 제하더라도 1억원 이상은 손에 쥘 수 있다. 지난 6년간 쏟은 땀과 눈물방울이 부부를 성공한 귀농 부부로 만들었다.
부부는 귀농을 꿈꾸는 예비 귀농인들에게 시간을 두고 체계적으로 준비할 것을 권했다.
오씨 부부는 사전 계획을 치밀하게 하지 않아 농지를 빌리는 데 애를 먹었고 귀농 자금 대출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고 설명하면서 “계획했던 대출이 승인되지 않는 경우 등 최악의 상황도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귀농지 선택 전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사전 답사를 꼼꼼하게 하고, 해당 지역 시군 농업기술센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으로 들러야 한다고 당부했다.
남편 오씨는 “행정기관, 금융기관에서 요구하는 사업계획서(영농)와 실제 영농은 거리가 있다. 농사가 첫해부터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빚 지지 않고 동원 가능한 자금은 얼마인지, 대출 가능 자금은 어느 정도 인지, 자금 운용 계획을 포함한 실현 가능한 귀농 귀촌 계획을 반드시 짜야 하며, 막연한 환상을 품고 귀농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
“아직도 잊지 않아요. 가을에 와서 아이들 전학 처리를 하고 빌린 농지에 시설 하우스를 지어야 하는데 11월은 내내 비가 왔고 12월엔 내내 눈이 왔어요. 우여곡절 끝에 2016년 1월 한 동(棟) 규모가 250평인 시설하우스 6개 동을 지어 올렸습니다. 그러는 사이 딸기농사철이 끝났고 초보 농군이 할 수 있는 품목 뭘까, 찾다가 육묘장에서 키운 모종을 사와 비닐하우스 시설에서 심고 기를 수 있는대추방울토마토를 택했죠. 1년에 2번 작물을 심고 수확 가능한 2기작이라는 점도 끌렸어요.”
3~4월에 하우스 1동을 제외한 5동에 동당 900주씩 총 4500주를 심었다. 농사라고는 어려서 집안일을 도왔던 게 전부였던 터라 부부는 농업기술센터가 운영하는 귀농학교를 다니며 기본을 익혔다.
선배 농가들을 찾아다니며 농사를 배웠다. 구체적인 가르침을 원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두루뭉술했다. “어 그거 환기 잘 시켜주고 물 적당히 주면 돼” “줄기나 잎에 곰팡이 피면 약 주면 돼”라는 식이었다. 돕기 싫었던 게 아니라 저마다 농법, 시설 환경에 차이가 있어 구체적으로, 단적으로 가르쳐줬다간 되레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부담 때문에 원론적인 답만 줬다는 걸 안 것은 한참 뒤였다.
작물에 병충해가 와도 무슨 병균인지, 해충인지 알 수가 없었던 부부를 도왔던 건 수북면의 한 농약사였다고 한다.
“새벽에 나와 온도 체크하고 한 바퀴 쭉 둘러보는데 잎이 달라요. 어제와 달라. 이상해. 제가 IT쪽 일을 했잖아요. 휴대폰으로 사진 찍어 당장 농약사에 보냈죠. 그분은 7~8시에 문 여는데 4~5시에 불쑥불쑥 사진 찍어 보내고 물어봤죠. 무슨 병해충이냐, 어떻게 하면 되느냐. 지금 와서 생각하면 내가 급하다고 새벽에 문자 보낸 건 실례였는데, 그분이 좋게 봐주셨죠”
고난은 첫 수확 철에 찾아왔다.
보통 대추토마토는 입식 후 45일가량 지나 1~2개월 수확하는데 늦봄쯤 빨갛게 익은 열매가 쉴 새 없이 갈라지고 터지는 것이었다. 줄기에 매달린 채 터졌고 손으로 따면서도 터졌다. 중량 선별기 선별 과정에서 터지고 운송 과정에서도 터져 상품화된 것보다 갈라지고 터진 열매가 많았다.
“아이고 초반에 정말 많이 울었어요. 둘이. 정말 정말 셀 수 없을 정도로 울었어요. 물어물어 다 키운 게 여름에 터지고 갈라져서 버리는 게 많아서 거의 날마다 울었다고 보면 돼요.”
열매가 갈라지고 터진 이유는 물·온도 관리,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원인을 알아냈지만, 곧바로 문제는 곧바로 해결되지 않았다. 그 뒤로도 몇 년이 지나서야 당도를 끌어올리는 법, 재배 시기를 단축하는 법, 열매를 터지지 않게 잘 키우고 수확하는 법 등 농사 전반을 깨닫게 됐다.
부부는 올해 비닐하우스 2개 동을 더 늘렸다. 총 8동에서 올해 매출 목표는 2억4000만원이다. 전량 각화동 공판장으로 출하한다. 대추토마토는 이기작(二期作·1년 2차례 동일 작물 재배)을 할 수 있어 가능한 매출 규모다. 지난해 수해처럼 큰 재해가 없다면 부부는 모종비, 약제비, 양액비(비료), 인건비, 전기요금, 농지 임대료, 시설유지보수비를 제하더라도 1억원 이상은 손에 쥘 수 있다. 지난 6년간 쏟은 땀과 눈물방울이 부부를 성공한 귀농 부부로 만들었다.
부부는 귀농을 꿈꾸는 예비 귀농인들에게 시간을 두고 체계적으로 준비할 것을 권했다.
오씨 부부는 사전 계획을 치밀하게 하지 않아 농지를 빌리는 데 애를 먹었고 귀농 자금 대출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고 설명하면서 “계획했던 대출이 승인되지 않는 경우 등 최악의 상황도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귀농지 선택 전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사전 답사를 꼼꼼하게 하고, 해당 지역 시군 농업기술센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으로 들러야 한다고 당부했다.
남편 오씨는 “행정기관, 금융기관에서 요구하는 사업계획서(영농)와 실제 영농은 거리가 있다. 농사가 첫해부터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빚 지지 않고 동원 가능한 자금은 얼마인지, 대출 가능 자금은 어느 정도 인지, 자금 운용 계획을 포함한 실현 가능한 귀농 귀촌 계획을 반드시 짜야 하며, 막연한 환상을 품고 귀농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