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군 석두마을 김진숙씨, 46년 서울토박이, 바다에서 새 삶을 일구다
2021년 03월 17일(수) 00:00 가가
남도에서 새 인생新 전남인 <5>
가족과 함께 6년 전 귀어
2002년 어촌체험관광마을 지정
어촌계 사무장으로 활동
바다 데크 관리·카라반 운영 등
석두마을, 어촌뉴딜 300사업 선정
귀어귀촌빌리지·회의장 등 계획
가족과 함께 6년 전 귀어
2002년 어촌체험관광마을 지정
어촌계 사무장으로 활동
바다 데크 관리·카라반 운영 등
석두마을, 어촌뉴딜 300사업 선정
귀어귀촌빌리지·회의장 등 계획


지난 2015년 함평 석두마을에 귀어해 어촌계 사무장으로 일하고 있는 김진숙씨는 현재 카라반 운영을 비롯해 바다 데크 관리, 서류업무 등을 하고 있다. /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꿈과 낭만이 넘치는 바다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각박한 도시를 떠나 공기 좋고 물 맑은 어촌에서 제 2의 삶을 살아보겠다는 마음은 더더욱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그녀의 뜻과 달리 삶은 바다로 향했다.
올해 귀어 6년 차를 맞은 함평 석두(石頭)마을 어촌계 사무장 김진숙(52)씨의 이야기다. 함평읍 석성리에 위치한 석두마을은 깨끗한 바닷물과 은빛 찬란한 백사장, 넓은 소나무 숲이 어우러진 천혜의 절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2002년 어촌체험관광마을로 지정된 이 마을에서는 여름엔 해수욕, 겨울엔 해수찜을 즐길 수 있으며, 갯벌에서 나는 낙지와 석화는 전국구 특산품이다. 151 가구, 391명이 사는 이 마을에는 지난 4년간 5명이 귀어했다.
최근 석두마을을 찾아 김 사무장을 만났다. 남편 이충현(56)씨 그리고 두 아들과 이곳에 귀어한 그는 서울에서 나고 자란 서울토박이다. 대기업에서 일하다가 만난 이씨와 결혼해 28살, 14살 아들을 둔 평범한 주부이기도 하다. 자연보다 빌딩 숲이 익숙한 그녀의 귀어는 뜻하지 않게 진행됐다.
“2015년 시어머니께서 갑자기 아프셨어요. 남편이 하던 사업을 접고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할 무렵이었죠. 그런데 그 때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던 늦둥이 막내아들도 몸이 안 좋아 시부모님이 계시는 함평으로 내려오게 됐어요. 큰아들이 군대에 가있어 조금 고민하긴 했지만 시어머니도 보살피고, 막내도 자연에 살면서 건강을 회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귀어를 결심했어요.”
사실 귀어는 남편의 로망이었다. 기차 한번 타 본적 없는 천상 도시여자였던 김 사무장은 처음 함평에 내려왔을 땐 할줄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어 막막했다. 그래도 시부모님과 남편의 동생 부부가 가까이에 살고 있어 마음에 위안이 됐다.
김 사무장은 특별히 정부 정책에 도움을 받지는 않았다. 남편은 양파, 마늘, 파 등을 재배하는 부모님 농사를 도우며 마을 내 편의점을 위탁 운영하고 있고, 김 사무장은 함평에 내려오자마자 손홍주 어촌계장으로부터 마을을 위해 함께 일해달라는 제안을 받아 사무장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김 사무장은 군청과 어촌계에서 받는 급여와 남편의 편의점 수익으로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벌이는 서울에서 살 때보다 다소 줄어들었지만 김 사무장은 “소득은 줄었어도 마음엔 평화와 행복이 찾아왔다”고 말하며 웃었다.
김 사무장은 매일 오전 8시 돌머리캠핑장 바로 옆 컨테이너박스로 된 사무실에 출근한다. 그의 주요 업무는 바다 데크 관리, 카라반 운영, 서류업무 등이다. 여름이 되면 바닷가, 갯벌의 청결 상태를 확인하고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해수욕장 대여물을 관리한다. 이밖에도 마을 방송을 비롯해 어민들이 수확한 수산물을 업체로 보내고 수익을 배분하는 일, 군청 관련 사무 업무, 선진지 견학을 다녀오는 일 등이 모두 그녀의 몫이다.
지금은 코로나 19 여파로 갯벌체험, 풍등 날리기, 참숯뱀장어잡기 등 거의 모든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못해 카라반 운영에 중점을 두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바닷가를 폐쇄했지만 오히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졌어요. 지난 겨울에도 카라반 오토캠핑장을 찾는 사람들이 평년보다 많았죠. 코로나 19로 답답하고 우울한 마음에 인적이 드문 바닷가를 찾아 오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인수인계도 없이 갑자기 맡게 된 사무장 일로 귀어 초기엔 외로울 틈도 없었다. 서울에 살면서는 갯벌체험을 가도 아이들이 체험하는 것을 보기만 했지 직접 체험프로그램을 관리·운영하려니 힘들기도 했다. 어민들과 꼬막작업을 같이 할 때는 처음 해보는 낫질에 손가락을 베기도 했다.
낯선 환경에 생전 처음 해 보는 일들에 매일이 ‘전투’였다. 시설물이 늘고 새로운 프로그램이 생겨도 마을 주민들의 시큰둥한 반응에 맥이 빠지기도 했지만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성실함을 인정받았다.
열심히 노력한 결과 김 사무장은 지난 2019년 우수귀어인에 선정되는 경사를 맞았다. 김 사무장은 “우수귀어인에 선정된 것은 손홍주 어촌계장님의 도움 덕분”이라며 “부지런하고 추진력이 좋은 계장님과 같이 일하다보니 자연스레 좋은 성과가 따라온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무장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농산물 관리센터 설립, 해수욕장 수익사업 확장 등 계속해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고 그녀의 노력으로 마을은 어촌체험마을 전진대회 최우수상, 어울림마을 콘테스트 최우수상, 어촌체험휴양마을 최우수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가장 반응이 좋았던 풍등 날리기, 어린이 맨손 새우잡이, 다육이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 역시 김 사무장의 아이디어였다.
그는 “열심히 활동한 결과 마을에 새로운 시설과 프로그램이 늘었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내가 와서 일으킨 변화를 볼 때 성취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사실 귀어 초기에는 잘 적응하지 못해 서울에 친구나 지인들을 만나러 왔다갔다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마을 일로 너무 바빠 서울 생각할 틈이 없습니다. 사실 사무장 같은 일자리가 없었다면 저는 서울로 다시 올라갔을거예요. 발전하는 마을을 보며 이제서야 조금 귀어의 행복을 느낍니다. 내 집이 있고 할 일이 있는 이곳이 진짜 내가 있을 곳이구나라는 생각이 이제야 들어요.”
김 사무장은 귀어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귀어는 내가 도시에서 직장을 잃거나 할일이 없을 때 어쩔 수 없이 마지막 방안으로 하는 것이 아니에요. 도시에서 어촌으로 이사만 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것은 오산입니다. 도시에서보다 10배로 일할 수 있는 열정과 의지가 있을 때 귀어를 해야 해요. 정신적으로는 외롭기도 하고, 환경이 바뀌고 몸으로 일해야 하니 힘들거든요. 게다가 시골마을이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데도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는 귀어를 계획했다면 어촌마을의 삶을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는 ‘귀어마을학교’ 프로그램을 추천한다. 또 한달살기, 일년살기 등 단기 체험을 통해 바다 일도 배워보고 마을 주민들과 시간도 보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김 사무장은 석두마을이 어촌 뉴딜 300 사업에 선정되면서 올해는 더욱 바빠질 것 같다. 기존의 귀어 마을학교가 귀어귀촌빌리지로 변신하고, 마을엔 회의장, 식당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코로나 19 때문에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못하는 게 많이 아쉬워요. 그래도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코로나가 좀 잠잠해지면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뉴딜사업으로 마을에 다양한 시설이 생기고 나면 더욱 발전한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앞으로도 석두어촌계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그러다 보면 제 귀어 인생이 더욱 빛나지 않을까요?(웃음)”
/전은재 기자 ej6621@kwangju.co.kr
올해 귀어 6년 차를 맞은 함평 석두(石頭)마을 어촌계 사무장 김진숙(52)씨의 이야기다. 함평읍 석성리에 위치한 석두마을은 깨끗한 바닷물과 은빛 찬란한 백사장, 넓은 소나무 숲이 어우러진 천혜의 절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2002년 어촌체험관광마을로 지정된 이 마을에서는 여름엔 해수욕, 겨울엔 해수찜을 즐길 수 있으며, 갯벌에서 나는 낙지와 석화는 전국구 특산품이다. 151 가구, 391명이 사는 이 마을에는 지난 4년간 5명이 귀어했다.
김 사무장은 특별히 정부 정책에 도움을 받지는 않았다. 남편은 양파, 마늘, 파 등을 재배하는 부모님 농사를 도우며 마을 내 편의점을 위탁 운영하고 있고, 김 사무장은 함평에 내려오자마자 손홍주 어촌계장으로부터 마을을 위해 함께 일해달라는 제안을 받아 사무장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김 사무장은 군청과 어촌계에서 받는 급여와 남편의 편의점 수익으로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벌이는 서울에서 살 때보다 다소 줄어들었지만 김 사무장은 “소득은 줄었어도 마음엔 평화와 행복이 찾아왔다”고 말하며 웃었다.
김 사무장은 매일 오전 8시 돌머리캠핑장 바로 옆 컨테이너박스로 된 사무실에 출근한다. 그의 주요 업무는 바다 데크 관리, 카라반 운영, 서류업무 등이다. 여름이 되면 바닷가, 갯벌의 청결 상태를 확인하고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해수욕장 대여물을 관리한다. 이밖에도 마을 방송을 비롯해 어민들이 수확한 수산물을 업체로 보내고 수익을 배분하는 일, 군청 관련 사무 업무, 선진지 견학을 다녀오는 일 등이 모두 그녀의 몫이다.
지금은 코로나 19 여파로 갯벌체험, 풍등 날리기, 참숯뱀장어잡기 등 거의 모든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못해 카라반 운영에 중점을 두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바닷가를 폐쇄했지만 오히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졌어요. 지난 겨울에도 카라반 오토캠핑장을 찾는 사람들이 평년보다 많았죠. 코로나 19로 답답하고 우울한 마음에 인적이 드문 바닷가를 찾아 오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인수인계도 없이 갑자기 맡게 된 사무장 일로 귀어 초기엔 외로울 틈도 없었다. 서울에 살면서는 갯벌체험을 가도 아이들이 체험하는 것을 보기만 했지 직접 체험프로그램을 관리·운영하려니 힘들기도 했다. 어민들과 꼬막작업을 같이 할 때는 처음 해보는 낫질에 손가락을 베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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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돌머리 해수욕장에서 열린 ‘맨손고기잡이’ 체험 모습. |
열심히 노력한 결과 김 사무장은 지난 2019년 우수귀어인에 선정되는 경사를 맞았다. 김 사무장은 “우수귀어인에 선정된 것은 손홍주 어촌계장님의 도움 덕분”이라며 “부지런하고 추진력이 좋은 계장님과 같이 일하다보니 자연스레 좋은 성과가 따라온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무장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농산물 관리센터 설립, 해수욕장 수익사업 확장 등 계속해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고 그녀의 노력으로 마을은 어촌체험마을 전진대회 최우수상, 어울림마을 콘테스트 최우수상, 어촌체험휴양마을 최우수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가장 반응이 좋았던 풍등 날리기, 어린이 맨손 새우잡이, 다육이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 역시 김 사무장의 아이디어였다.
그는 “열심히 활동한 결과 마을에 새로운 시설과 프로그램이 늘었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내가 와서 일으킨 변화를 볼 때 성취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사실 귀어 초기에는 잘 적응하지 못해 서울에 친구나 지인들을 만나러 왔다갔다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마을 일로 너무 바빠 서울 생각할 틈이 없습니다. 사실 사무장 같은 일자리가 없었다면 저는 서울로 다시 올라갔을거예요. 발전하는 마을을 보며 이제서야 조금 귀어의 행복을 느낍니다. 내 집이 있고 할 일이 있는 이곳이 진짜 내가 있을 곳이구나라는 생각이 이제야 들어요.”
김 사무장은 귀어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귀어는 내가 도시에서 직장을 잃거나 할일이 없을 때 어쩔 수 없이 마지막 방안으로 하는 것이 아니에요. 도시에서 어촌으로 이사만 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것은 오산입니다. 도시에서보다 10배로 일할 수 있는 열정과 의지가 있을 때 귀어를 해야 해요. 정신적으로는 외롭기도 하고, 환경이 바뀌고 몸으로 일해야 하니 힘들거든요. 게다가 시골마을이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데도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는 귀어를 계획했다면 어촌마을의 삶을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는 ‘귀어마을학교’ 프로그램을 추천한다. 또 한달살기, 일년살기 등 단기 체험을 통해 바다 일도 배워보고 마을 주민들과 시간도 보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김 사무장은 석두마을이 어촌 뉴딜 300 사업에 선정되면서 올해는 더욱 바빠질 것 같다. 기존의 귀어 마을학교가 귀어귀촌빌리지로 변신하고, 마을엔 회의장, 식당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코로나 19 때문에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못하는 게 많이 아쉬워요. 그래도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코로나가 좀 잠잠해지면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뉴딜사업으로 마을에 다양한 시설이 생기고 나면 더욱 발전한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앞으로도 석두어촌계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그러다 보면 제 귀어 인생이 더욱 빛나지 않을까요?(웃음)”
/전은재 기자 ej6621@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