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비가(悲歌)
2021년 03월 12일(금) 06:00 가가
2019년 11월 20일. 홍콩의 민주화 시위가 한창일 때 광주일보는 1면 머리기사 자리에 네 장의 사진을 올렸다. 1980년 5월 광주 금남로 공수부대원들의 만행을 담은 사진과 2019년 홍콩 경찰의 폭력 장면을 담은 사진을 나란히 편집한 것이다. 두 도시에서 일어난 광경은 39년의 시간 차이에도 불구하고 놀랍도록 닮아 있었다. 당시에도 홍콩 시민들은 광장에서 5·18을 상징하는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그 ‘임을 위한 행진곡’이 미얀마에서 다시 울려 퍼지고 있다. 시민들은 노래를 부르며 연일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외친다. 하지만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의 강경 진압으로 계속해서 희생자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군은 시위대를 향해 실탄 사격을 하는가 하면, 총격으로 숨진 시신을 도굴해 사인을 조작하는 만행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사격은 시위 현장뿐 아니라 주택가 대학 병원에서까지 자행됐다. 무차별 폭행과 고문으로 인한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과거 한국 군사정권의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 같다. 박정희 소장이 쿠데타로 정권을 탈취해 대통령이 된 후 유신체제를 옹호하기 위해 유정회에 국회 3분의 1의 의석을 배치한 것처럼, 미얀마도 국회의원 25%를 군부가 가져간다. 박 정권이 위기에 처하게 되면 늘 반공 이데올로기를 활용했듯이, 이들은 소수민족 탄압으로 모든 문제를 덮어 버린다. 이들이 내세우는 이른바 ‘미얀마식 사회주의’는 과거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수사와 판박이처럼 닮았다.
미얀마 사태가 심각해지자 아직도 5·18의 아픔을 잊지 못하고 있는 광주의 시민단체들이 먼저 나서서 연대를 선언했다. 5·18기념재단과 오월어머니회 등은 연대 기구를 만들어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미얀마 시민들을 지지하고 있다. 마스크 같은 생필품을 지원하기 위한 모금 운동도 한창이다.
1980년 광주와 꼭 닮은 미얀마의 참상을 보며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때의 아픈 기억을 되살리게 된다. 5·18은 이제 아시아 민주화운동의 모델이 되었지만, 그날의 진실은 4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묻혀 있다. 다시. 야만의 시대다. 미얀마엔 총탄이 쏟아지고 광주엔 ‘悲’(비)가 내린다.
/유제관 편집1부장 jkyou@kwangju.co.kr
1980년 광주와 꼭 닮은 미얀마의 참상을 보며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때의 아픈 기억을 되살리게 된다. 5·18은 이제 아시아 민주화운동의 모델이 되었지만, 그날의 진실은 4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묻혀 있다. 다시. 야만의 시대다. 미얀마엔 총탄이 쏟아지고 광주엔 ‘悲’(비)가 내린다.
/유제관 편집1부장 jk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