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 석두마을 7년차 손성혜 씨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의 의미 찾기 위해 귀어 결심했죠”
2021년 02월 17일(수) 06:00 가가
남도에서 새 인생新 전남인 <3>
컴퓨터·축구 등 방과후 무료학습
바다·갯벌·텃밭은 생태체험장
아이들 교육문제 걱정 없어
자연과 조화이룬 보금자리
‘주택신축 융자지원’ 내집마련 도움
문해교육 지도사 자격증 취득
컴퓨터·축구 등 방과후 무료학습
바다·갯벌·텃밭은 생태체험장
아이들 교육문제 걱정 없어
자연과 조화이룬 보금자리
‘주택신축 융자지원’ 내집마련 도움
문해교육 지도사 자격증 취득
바닷마을에서 살게 되면 영화 ‘건축학개론’에 나오는 제주도 ‘서연의 집’ 같은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하늘과 바다가 맞붙은 수평선을 오롯이 마주할 수 있는 그곳의 전망을 동경했기 때문이다.
함평군 함평읍 석성리 석두마을에서 만난 손성혜(40)씨의 집은 내 이상향과 닮았다. 창가에는 사시사철 푸른 바다와 갯벌이 담겨있고, 목재 바닥이 인상적인 현관은 언제나 손님을 반길 준비가 돼있다.
1층 집을 둘러싼 150평(495㎡) 부지는 곳곳이 알차다. 뒤쪽 텃밭에는 배추와 상추, 옥수수, 고추, 오이, 감자 등 제철 채소가 식탁을 풍성하게 하고, 포도가 자라는 비닐 온실은 아이들이 좋은 생태체험장이 된다.
올해는 손씨가 이곳으로 귀어한 지 7년째 되는 해다. 석두마을은 그가 나고 자란 고향이자 친정이다. 광주에서 가정을 꾸려온 손씨는 둘째를 낳은 직후인 지난 2015년 귀어를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오랜 타지생활을 해온 그에게 함평은 고향이라는 것 외에는 어떤 접점도 없었다. 손씨는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 보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해답을 찾고자 귀어를 결심했다.
“목포에서 대학을 나오고 서울과 광주에서 보육교사로 일했던 저는 피로가 쌓일 대로 쌓였어요. 보육교사 일은 더는 하고 싶지 않을 정도였죠. 당시 제게는 세 살배기 아들이 무엇보다 중요한 존재였어요. 아들이 아토피를 심하게 앓아서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귀어를 택했어요. 돌아보면 가장 잘 선택한 것 같아요.”
아들과 온 가족을 괴롭혀온 아토피는 전원주택으로 옮기면서 씻은 듯 사라졌다. 내년 초등학교 입학 예정인 둘째 딸의 건강은 말할 것도 없다.
함평 석두마을은 다른 해안 마을보다 도로 사정이 좋아 광주의 어느 시가지든 1시간 안팎으로 닿을 수 있다. 덕분에 손씨 남편은 광주 직장생활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었다. 마을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함평초등학교가 있어 아이들 교육 걱정도 덜었다.
“도시를 떠나면서 가장 많이 하는 걱정 중 하나가 교육 문제인데 그건 오해예요. 바다와 갯벌에서 뛰놀며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것 외에도 아이 키우기 좋은 여건이 수두룩하죠. 초등 3학년인 아들은 방과 후 컴퓨터와 축구를 무료로 배우고 있어요. 무안 등지에서 역점사업으로 들고 있는 항공 교육 문을 두드리면 아들의 조종사 꿈에 한발짝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하고 있습니다. 둘째 어린이집 비용은 5만원이 채 들지 않고 있어요. 아이들은 영어와 드럼, 판소리, 검도 등을 마음껏 체험하고 있죠. 덕분에 저도 아이들과 검도를 배우며 ‘취미 부자’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손씨가 귀어를 하며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내 집 마련’이었다. 손씨는 친정과 가까운 곳에 방 3개 짜리 1층 집을 지었다. 주변 자연과의 조화, 구조에서부터 마감재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신경을 쓰다 보니 완공하는 데 2년이 걸렸다. 30대 초반 당시 자금조달이 어려웠던 손씨 부부에게 지자체 융자 지원정책은 큰 힘이 됐다.
손씨는 함평군 ‘귀농 주택 신축’ 융자지원 제도를 활용해 6000만원을 지원받으며 공사비용 1억원을 마련했다.
전남도와 함평군은 귀농·귀어인에게 다양한 융자를 지원하고 있는데, 그 중 ‘귀농 주택구입·신축’ 지원대상에 선정되면 최고 75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신청 대상은 만 65세 이하 세대주이며, 귀농·귀어한 지 5년이 넘지 않으면 된다.
시중보다 낮은 2% 대출금리에 5년 거치 10년 상환 조건이라 젊은 귀어인 사이에서 인기다. 수산업에 종사한다면 최고 5000만원까지 저리에 빌릴 수 있는 ‘수산업 창업 및 주택구입’ 지원정책도 관심 가질만 하다.
손씨는 틈날 때마다 어촌계 활동과 마을학교 봉사를 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썩히지 않았다.
그는 전남도교육청이 진행한 총 80시간 교육과정을 이수해 ‘문해교육 지도사 2급’ 자격증을 땄다. 자격증을 취득한 뒤 보육교사로 활동한 경험을 살려 지역 아동들의 학습 능력 향상에도 힘쓰고 있다. 또 돌머리 해수욕장이 있는 석두마을의 어촌계가 주관하는 바지락 캐기나 장어잡기 등 맨손어업 체험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공공근로 사업의 하나인 ‘희망일자리’에 참여하기도 했고,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관광객에게 판매하며 소득을 올렸다.
손씨에게는 오래 전부터 품어온 인생 2막의 꿈이 있다. 그는 2년 전 한국커피협회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낸 뒤 자신만의 카페를 차릴 채비를 하고 있다.
손씨는 예비 귀어인들에게 ‘가족 간의 소통’과 ‘경험의 중요성’을 새겨두라고 전했다.
“저는 이 마을 출신이라 그런대로 적응할 수 있었지만 도시에서 줄곧 생활해 온 그의 남편은 해안가 특유의 억센 말투에 어려움을 겪었어요. 그때마다 이웃들이 먼저 배려와 친절을 베풀어 저희 가족에 힘을 실어줬죠. 귀어에 100% 자신이 없는 분들은 3박 4일짜리 ‘전남 어촌 탐구생활’이나 ‘도시민 전남 어민되다(한 달)’ 등으로 어촌 맛보기를 해보길 권합니다.”
/함평=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
하늘과 바다가 맞붙은 수평선을 오롯이 마주할 수 있는 그곳의 전망을 동경했기 때문이다.
함평군 함평읍 석성리 석두마을에서 만난 손성혜(40)씨의 집은 내 이상향과 닮았다. 창가에는 사시사철 푸른 바다와 갯벌이 담겨있고, 목재 바닥이 인상적인 현관은 언제나 손님을 반길 준비가 돼있다.
올해는 손씨가 이곳으로 귀어한 지 7년째 되는 해다. 석두마을은 그가 나고 자란 고향이자 친정이다. 광주에서 가정을 꾸려온 손씨는 둘째를 낳은 직후인 지난 2015년 귀어를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오랜 타지생활을 해온 그에게 함평은 고향이라는 것 외에는 어떤 접점도 없었다. 손씨는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 보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해답을 찾고자 귀어를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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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혜씨가 일군 텃밭에는 배추와 상추, 감자 등 제철 채소와 함께 전원생활에 대한 꿈도 영글어 간다. /함평=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
함평 석두마을은 다른 해안 마을보다 도로 사정이 좋아 광주의 어느 시가지든 1시간 안팎으로 닿을 수 있다. 덕분에 손씨 남편은 광주 직장생활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었다. 마을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함평초등학교가 있어 아이들 교육 걱정도 덜었다.
“도시를 떠나면서 가장 많이 하는 걱정 중 하나가 교육 문제인데 그건 오해예요. 바다와 갯벌에서 뛰놀며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것 외에도 아이 키우기 좋은 여건이 수두룩하죠. 초등 3학년인 아들은 방과 후 컴퓨터와 축구를 무료로 배우고 있어요. 무안 등지에서 역점사업으로 들고 있는 항공 교육 문을 두드리면 아들의 조종사 꿈에 한발짝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하고 있습니다. 둘째 어린이집 비용은 5만원이 채 들지 않고 있어요. 아이들은 영어와 드럼, 판소리, 검도 등을 마음껏 체험하고 있죠. 덕분에 저도 아이들과 검도를 배우며 ‘취미 부자’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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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마음껏 뛰놀기 바라는 마음에 집을 지으면서 넓은 나무 문간을 만들었다. 도시에서 아들이 앓던 아토피는 씻은 듯 나았다. <손성혜씨 제공> |
손씨는 함평군 ‘귀농 주택 신축’ 융자지원 제도를 활용해 6000만원을 지원받으며 공사비용 1억원을 마련했다.
전남도와 함평군은 귀농·귀어인에게 다양한 융자를 지원하고 있는데, 그 중 ‘귀농 주택구입·신축’ 지원대상에 선정되면 최고 75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신청 대상은 만 65세 이하 세대주이며, 귀농·귀어한 지 5년이 넘지 않으면 된다.
시중보다 낮은 2% 대출금리에 5년 거치 10년 상환 조건이라 젊은 귀어인 사이에서 인기다. 수산업에 종사한다면 최고 5000만원까지 저리에 빌릴 수 있는 ‘수산업 창업 및 주택구입’ 지원정책도 관심 가질만 하다.
손씨는 틈날 때마다 어촌계 활동과 마을학교 봉사를 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썩히지 않았다.
그는 전남도교육청이 진행한 총 80시간 교육과정을 이수해 ‘문해교육 지도사 2급’ 자격증을 땄다. 자격증을 취득한 뒤 보육교사로 활동한 경험을 살려 지역 아동들의 학습 능력 향상에도 힘쓰고 있다. 또 돌머리 해수욕장이 있는 석두마을의 어촌계가 주관하는 바지락 캐기나 장어잡기 등 맨손어업 체험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공공근로 사업의 하나인 ‘희망일자리’에 참여하기도 했고,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관광객에게 판매하며 소득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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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씨 가족에게 석두마을 앞바다는 365일 놀이터다. 함평 유일의 해상교통로와 인공해수 풀장, 갯벌탐방로 등이 있다. <손성혜씨 제공> |
손씨는 예비 귀어인들에게 ‘가족 간의 소통’과 ‘경험의 중요성’을 새겨두라고 전했다.
“저는 이 마을 출신이라 그런대로 적응할 수 있었지만 도시에서 줄곧 생활해 온 그의 남편은 해안가 특유의 억센 말투에 어려움을 겪었어요. 그때마다 이웃들이 먼저 배려와 친절을 베풀어 저희 가족에 힘을 실어줬죠. 귀어에 100% 자신이 없는 분들은 3박 4일짜리 ‘전남 어촌 탐구생활’이나 ‘도시민 전남 어민되다(한 달)’ 등으로 어촌 맛보기를 해보길 권합니다.”
/함평=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