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고-장필수 제2사회부장] 가족과 식구
2021년 01월 27일(수) 00:00 가가
얼마 전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의 ‘비혼 출산’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사유리는 결혼하지 않고 정자만 기증받아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우리 사회에 ‘자발적 비혼모’라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 개념을 화두로 던졌다. 전통적인 가족 개념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지만 여론은 용기 있는 그녀의 고백에 힘을 실어 주었다.
전통적인 개념의 가족 형태는 ‘혼인한 부부와 미혼 자녀’다. 그렇지만 현실에는 1인 가구, 동거인, 한 부모 가정, 비혼 출산 가정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있다. 1인 가구 비중만 봐도 가족 형태의 주류가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2010년 23.9%에서 지난해 30.2%로 급증한 것이다. 반면 전통 가구(부부와 미혼 자녀) 비중은 같은 기간 37.0%에서 29.8%로 줄어 역전됐다.
가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바뀌었다. 여성가족부가 최근 실시한 가족 다양성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 69.7%가 “혼인·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함께 거주하거나 생계를 공유하면 가족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현행 민법에는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 직계 혈족, 형제자매’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50년 만에 호주제를 폐지해 2005년 가족에서 ‘호주’ 규정을 삭제했지만 다양화된 가족의 현실은 미처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가족 정책의 법적 토대인 ‘건강가정기본법’에서는 가족을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기본 단위’로 정의하면서 현실을 반영해 2018년 ‘사실혼’을 ‘가족’에 추가하려고 했지만 무산됐다.
여성가족부가 비혼 1인 가구나 동거 커플도 가족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안을 마련하고 어제 공청회를 통해 의견 수렴에 나선 것이다. 계획안에는 자녀의 성(姓)을 결정할 때 아버지의 성을 우선하는 기존 원칙을 폐기하는 방안도 담겨 있다고 한다.
이는 가족의 범위를 넓혀 선진국 수준의 법적 혜택을 주자는 것인데, 만성적인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가족(家族)의 의미가 식구(食口: 한 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로 확대되고 있는 듯하다.
/장필수 제2사회부장 bungy@kwangju.co.kr
가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바뀌었다. 여성가족부가 최근 실시한 가족 다양성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 69.7%가 “혼인·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함께 거주하거나 생계를 공유하면 가족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이는 가족의 범위를 넓혀 선진국 수준의 법적 혜택을 주자는 것인데, 만성적인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가족(家族)의 의미가 식구(食口: 한 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로 확대되고 있는 듯하다.
/장필수 제2사회부장 bung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