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이식비 중복 책정·교량 길이 부풀리기…나주시 예산낭비 ‘빈축’
2021년 01월 06일(수) 17:50
은행나무수목원 진입도로 확포장
5m 소하천 20m 교량…사업비 2배

은행나무수목원 입구에 신 모 병원장 정원에 무료로 이식된 은행나무들. 신 모씨의 요청에 시에서 시공사의 장비를 동원해 무료로 수목을 이식해 주고 신 씨에게 1300여만원에 이식보상비까지 친절하게 보상했다.

나주시의 행정 미숙에 따라 ‘남평 은행나무수목원 진입도로 확포장공사’가 지연<광주일보 1월5일자 12면>된 데다 사업비마저 중복 책정·지출하는 등 예산 집행에도 허점이 드러났다. 수목 이식비를 보상해준 뒤 무료로 나무를 이식해주는가 하면, 5m 소하천의 교량을 20m로 늘리고 특수공법을 채택해 예산 낭비를 불렀다는 의혹이다.

5일 나주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17년부터 남평읍 광촌리 입구에서부터 은행나무수목원까지 길이 403m, 폭 8m, 소교량 2개소 건설 등 ‘남평 은행나무수목원 진입도로 확포장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총 사업비는 23억4000만원으로 국비가 90%, 시비가 10% 투입된다.

그러나 나주시는 지장물 보상 과정에서 신 모씨의 은행나무 45그루 등 85그루에 대한 수목이식 보상금을 신 씨와 시공사에게 중복 책정해 집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주시가 시공사의 장비를 이용해 신씨 정원의 은행나무 수십그루를 무료로 옮겨심어준 뒤, 신 씨에게 이식보상금으로 1300여만원까지 지급했다는 것이다.

광주일보가 이같은 사실에 대해 취재하자 나주시는 뒤늦게 시공사를 상대로 “공사비 가운데 수목이식비용을 삭감하겠다”고 통보했다.

시공사는 즉각 반발했다. 시공사 측은 “나주시가 요청해 수목을 이식했다. 이식비용을 받는 것이 정당하다”며 “무료로 이식했으니 신씨에게 이식비용을 청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총 사업비 중 38.5%가 소요되는 소교량 2개소 건설과 관련한 의혹도 불거졌다.

하천 높이가 1.5m, 교량길이가 5m인 풍림천 소하천교. 라멘교로(n형)로 건설해도 충분한 5m 폭에 교량을 무리하게 20m로 늘려 특수공법을 동원해 건설 예정인 ‘풍림천교’.
나주시는 총 사업비 23억4000만원 가운데 9억원을 들여 ‘광촌 지방하천’ 6m 교량을 21m로, ‘풍림 소하천’ 5m 교량을 20m로 늘려 특수공법으로 건설할 계획이다.

하지만 현장을 둘러본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하천 폭이 5~6m인데 교량 길이를 과하게 늘리면 하천 폭은 어떻게 하려는지 궁금하다”며 “특수공법을 적용하면 건설비가 2배 이상 늘어나는데 특수공법을 적용하기 위해 무리하게 길이를 늘린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1991년 전남도가 시행한 광촌리 남평분교 폐교 앞 광촌교의 경우 하천 폭이 약 10m인데 교량 길이는 12m로 건설됐다.

이에 대해 나주시 관계자는 “수목 보상비가 중복으로 책정된 사실을 뒤늦게 알고 시공사에 반영된 공사비 삭감을 검토 중”이라며 “교량은 50년 빈도로 설계하면 길이가 20m와 21m가 나온다”고 해명했다.

/나주=손영철 기자 ycso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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