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소
2021년 01월 04일(월) 04:30 가가
강진을 대표하는 관광지 가운데 ‘가우도’(駕牛島)라는 섬이 있다. 섬 지형이 소 멍에(駕)를 닮았다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는데, 읍내에 있는 보은산은 소의 머리에 해당된다. 해안 경관이 아름답고 강진만과 바다에 떠 있는 무인도를 조망할 수 있어 사시사철 관광객이 끊이질 않는다. 또한 섬은 편백나무 군락지를 비롯해 후박나무나 곰솔나무도 많은 천혜의 관광자원이다.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에는 ‘소똥령’이라 부르는 곳이 있다. 우시장으로 팔려 가던 소들이 고개 인근에서 똥을 많이 누었다는 데서 유래한 지명이다. 경남 거창군 가북면에 있는 ‘우혜’(牛惠) 마을도 소와 관련이 있다. 뒷산에서 내려온 호랑이가 아이를 해치려 하자 소가 이에 맞서 아이를 구했다는 설화에서 그 같은 명칭이 붙었다는 것이다.
신축년(辛丑年)을 맞아 국토지리정보원이 조사해 발표한 소 관련 지명은 모두 731개다. 전남에는 농도(農道)답게 가장 많은 204개(28%)가 있었다. 뒤를 이어 경남 96개, 경북 94개로 집계됐다. 전남에서는 신안군이 우이도(牛耳島) 등 25개로 가장 많았고 영암(18개), 장성(17개) 순이었다. 그중 영암의 ‘독천’(犢川)은 송아지 시장 주변에 하천이 있어 송아지 ‘독’(犢) 자와 내 ‘천’(川) 자를 쓴 경우다.
예로부터 소는 근면·풍요·헌신을 상징했다. 농사를 짓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으며,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비상 금고’ 역할까지 담당했다. 그만큼 집안과 마을의 번창은 소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었다. 나주시의 ‘구축’(九丑) 마을에는 아홉 마리 소로 부를 일궜다는 얘기가 전해 내려온다.
올해는 육십간지 중 38번째인 ‘흰 소’의 해다. ‘천천히 걸어도 황소걸음’이라는 말이 있다. 이처럼 우리도 황소걸음으로 뚜벅뚜벅 성실한 한 해를 보냈으면 한다. 비록 코로나로 일상이 닫혀 있지만, 소 발톱이 씨앗을 상징하듯 언제고 희망은 움트기 마련이니까. 오늘이 새해 4일째, 계획을 세운 일이 있다면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을 떠올렸으면 한다. 그리고 명심하자. 그 계획을 주저앉히려는 온갖 유혹의 목소리쯤은 ‘쇠귀에 경 읽기’처럼 간단히 흘려버려야 함을.
/박성천 문화부 부장 skypark@kwangju.co.kr
올해는 육십간지 중 38번째인 ‘흰 소’의 해다. ‘천천히 걸어도 황소걸음’이라는 말이 있다. 이처럼 우리도 황소걸음으로 뚜벅뚜벅 성실한 한 해를 보냈으면 한다. 비록 코로나로 일상이 닫혀 있지만, 소 발톱이 씨앗을 상징하듯 언제고 희망은 움트기 마련이니까. 오늘이 새해 4일째, 계획을 세운 일이 있다면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을 떠올렸으면 한다. 그리고 명심하자. 그 계획을 주저앉히려는 온갖 유혹의 목소리쯤은 ‘쇠귀에 경 읽기’처럼 간단히 흘려버려야 함을.
/박성천 문화부 부장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