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첨단기술·6차산업 접목 ‘新 전남인’ 신바람 일으킨다
2021년 01월 01일(금) 19:00
<1> 프롤로그
청정 자연 생산력·6차 산업 일자리 창출…매년 4만여명 유입
고령화 허덕이는 전남에 활력 주고 소득·삶의 질 향상 기여

김영록 전남지사는 주기적으로 전남의 농산어촌을 찾아 주민, 귀농산어촌인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지난 10월 29일 열린 영암군 중앙촌마을 간담회.

도시에서의 삶을 뒤로하고 전남의 농산어촌에 정착한 ‘신 전남인’들이 늘고 있다. 인구 감소, 고령인구 증가 등에 허덕이는 전남에 새로운 활력을 주고 있는 이들은 친환경, 첨단 기술, 6차 산업화(1차 생산 2차 가공 3차 유통을 융복합한 개념) 등을 접목하며 농산어촌의 소득 향상과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 일부 갈등·마찰도 있지만, 농산어촌 공동체에 스며들면서 인구 소멸 가능성이 높은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이들은 전남도의 다양한 귀농산어촌 프로그램을 통해 22개 시·군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귀농산어촌 종합지원 서울센터 운영, 농산어촌에서 먼저 살아 보기, 어촌계의 진입 장벽 낮추기, 어촌계와 귀어 희망 도시민의 직접 만남 유도, 귀어학교 설립 등이 대표적이다.

호남지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0개월간(1~10월말) 전남으로 귀농한 가구는 2014가구, 귀농인은 2020명으로 1가구당 평균 1.38명이 전남으로 주민등록을 이전했다. 22개 시·군 가운데 고흥이 176명으로 전국에서 1위를 차지했고, 나주도 귀농인 166명의 선택을 받았다. 같은 기간 전남 어촌으로 들어온 도시민은 358가구 372명(가구당 평균 1.36명)이었다. 해안이 있는 16개 시·군 가운데 신안 78명, 여수 56명, 완도 52명 등으로 우수한 성적표를 받았다.

전남이 귀농산어촌을 희망하는 도시민들의 발길을 붙잡을 수 있는 가장 큰 매력은 청정 자연이 가진 건강한 생산력이다.

특히 친환경 농업 측면에서는 압도적인 수치를 보이고 있다. 친환경농산물 인증 면적이 4만6460ha로 전국 8만2000ha의 57%를 차지하고 있으며, 유기농생태마을도 31곳에 달하고 있다.

해조류, 패류, 어류 등 양식어장의 75%인 12만720ha가 있으며, 여기서 생산되는 수산물이 184억5000t(2조6955억원)으로 전국의 57%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생산력에 더해 전남 농산어촌들이 현지에서 가공·유통하는 ‘6차 산업화’에 시동을 걸면서 다양한 일자리 수요가 생겨나고 있는 점도 장점이다.

전남귀어귀촌지원센터가 운영하고 있는 어촌 탐구생활, 귀어 스몰엑스포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도시민들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온텍트 시대에 전남의 농수축산물에 대한 전국민적인 관심이 높아지면서 남도장터가 매출 300억원을 돌파하며 최대 성과를 냈고, 전남어촌특화지원센터는 전남 어촌계와 도시민이 산지 직거래를 할 수 있는 ‘바이씨(buysea)’를 오픈하기도 했다. 도시 소비자와의 접촉면을 늘리면서 단순히 생산에 그쳐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았던 전남 귀농산어촌에 농수축산물 가공·유통, 관광 및 휴양 등의 기능이 더해지면서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도시 근로자 평균 소득보다 미치지 못하는 농산어촌에 질 높은 일자리들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의 한 대기업에 근무하다가 지난 2013년 고흥으로 귀농한 김원호씨는 체리와 매실을 키워 SNS를 통한 직거래로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팔고 식자재용 소스재료로도 일부를 공급하고 있다. 농업을 전혀 알지 못하고 귀농한 그는 농업 관련 서적과 주위 선배 귀농인들의 조언을 받아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작물인 매실을 키웠으며, 올해부터 체리까지 수확하면서 조만간 손익분기점을 넘을 전망이다. 현재 농산물의 판매와 식품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판매 법인과 농장 자체의 생산력과 농업수익 증대를 위한 생산 법인을 각각 설립해 운영중이다.

육군 중령 출신으로 서울에서 영광 백수읍 구수·대신마을로 귀어한 장문석 사무장은 2019년 전남귀어귀촌지원센터의 ‘3박4일 전남어촌 탐구생활’과 ‘도시민 전남 어민되다’ 등의 프로그램에 참가한 뒤 귀어를 선택했다. 구수·대신마을 주민들의 후덕한 인심과 끈끈한 정에 매료된 장 사무장은 2019년 12월 마을 이장과 어촌계원들의 도움으로 마을의 빈집을 임대받아 가족 3명과 생활하며 마을에 적응해 나갔다. 마을 주민들의 지지로 어촌계원이 됐고, 구수·대신마을이 어촌뉴딜 300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어촌계 사무장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정부에서 귀어귀촌 창업 사업대상자로 선정돼 임대받았던 집을 구매해 수리하고 있고, 배를 구입해 뱃머리에 자신의 이름을 새긴 ‘문석호’ 건조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윤연화 전남도 인구청년정책관은 “농업의 가능성과 전남 농촌의 미래시장에 매료돼 매년 4만여 명의 귀농산어촌인이 들어오고 있다”며 “보다 체계적인 귀농·귀촌 유치지원정책을 통해 예비 귀농·귀촌인들이 성공적으로 전남에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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