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의어 사용법
2020년 12월 15일(화) 23:05 가가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뜻이 비슷한 단어의 사용법에 혼란을 겪는 경우가 있다. 워낙 의미가 비슷해서 적재적소에 사용하기가 힘든 낱말들이다.
‘운영’과 ‘운용’도 그런 단어 중 하나다. 둘 다 ‘무엇인가를 움직여 나간다’는 의미이지만 사용법에는 차이가 있다. 이처럼 비슷한 뜻의 단어를 유의어라고 하는데, 문맥을 통해 의미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운영은 학교·회사·대회 등 조직이나 기구와 같은 말과 어울릴 때 사용한다. 운용은 기금·예산·물품 등의 낱말과 어울려 쓰인다.
‘보존’과 ‘보전’도 헷갈리는 단어다. ‘무엇을 지킨다’는 의미는 같지만 보존에는 그냥 놔두면 훼손될 우려가 있는 대상을 지켜야 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에 비해 보전은 현재 상태를 지켜서 앞으로도 같은 상태에 있게 한다는 의미가 있다. 영토는 ‘보전’하고 문화재는 ‘보존’해야 한다가 맞는 표현이다.
‘개발’과 ‘계발’도 문맥에 따라 차이가 있다. ‘상태를 개선해 나간다’는 의미는 비슷하지만 개발은 단지 상태를 개선해 나간다는 의미지만 계발은 잠재돼 있는 속성을 더 나아지게 한다는 의미가 있다. 개발은 기술·경제 등 주로 물질적인 것에 사용하고 계발은 능력·재능 등 인간의 속성을 말할 때 사용된다.
최근 ‘신문’(訊問)과 ‘심문’(審問)의 사용법을 놓고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에서 때아닌 논쟁이 일었다. 둘 다 ‘묻다’라는 뜻인데 법조계에서 말하는 신문은 ‘사실관계를 물어 조사하는 절차’이며, 심문은 ‘피의자에게 의견을 낼 기회를 주는 절차’로 해석한다. 따라서 신문의 주체는 법원이나 검찰 등 수사기관 모두가 되지만 심문은 오직 판사만 가능하다.
그런데 검사징계법에는 심문이란 용어가 명기돼 있다. 이 때문에 징계위는 판사격인 징계위원만 증인에 대한 질문이 가능하고 윤 총장 측은 질문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에 반해 윤 총장 측은 시대에 따라 용어의 의미가 조금씩 달라졌다며 자신들에게도 질문권을 달라고 맞섰다. 결국 징계위가 윤 총장 측에 질문권을 허용했지만, 용어 해석을 놓고 양측이 벌인 신경전을 보면서 다시금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장필수 제2사회부장 bungy@kwangju.co.kr
‘운영’과 ‘운용’도 그런 단어 중 하나다. 둘 다 ‘무엇인가를 움직여 나간다’는 의미이지만 사용법에는 차이가 있다. 이처럼 비슷한 뜻의 단어를 유의어라고 하는데, 문맥을 통해 의미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운영은 학교·회사·대회 등 조직이나 기구와 같은 말과 어울릴 때 사용한다. 운용은 기금·예산·물품 등의 낱말과 어울려 쓰인다.
그런데 검사징계법에는 심문이란 용어가 명기돼 있다. 이 때문에 징계위는 판사격인 징계위원만 증인에 대한 질문이 가능하고 윤 총장 측은 질문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에 반해 윤 총장 측은 시대에 따라 용어의 의미가 조금씩 달라졌다며 자신들에게도 질문권을 달라고 맞섰다. 결국 징계위가 윤 총장 측에 질문권을 허용했지만, 용어 해석을 놓고 양측이 벌인 신경전을 보면서 다시금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장필수 제2사회부장 bung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