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한도
2020년 12월 08일(화) 07:00
추사 김정희(1786~1856)의 ‘세한도’(歲寒圖)와 함께 평생 수집한 문화재를 나라에 기증한 손창근(91) 씨가 오늘 금관문화훈장을 받는다. 문화재청은 “손 씨가 아버지(석포 손세기)와 함께 모아 온 국보·보물급을 포함한 문화재 304점을 아무런 조건 없이 국가에 기증, 모두의 자산이 될 수 있도록 했다”며 훈장 수여 배경을 설명했다. 값을 매기기도 어려운 고가의 문화재를 아무 조건 없이 사회에 기증한 그의 결단은 금전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세태에 비춰 봐서도 사회에 귀감이 되고 있다.

손 씨가 기증한 문화재들 가운데 단연 주목받는 작품은 추사의 세한도다. 국보(제180호)로 지정됐으며 당대 제일의 문장가이자 명필이 그린, 예술적 가치가 인정된 그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한도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한다. 창문 하나만 있는 허름한 집 한 채에 나무 네 그루만이 덩그러니 그려져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세한도는 그림도 그림이지만 사연을 품고 있어 더 유명하다. 제주로 유배되면서 세상과 단절된 추사의 현실이 겹치면서 다시 읽히는 것이다. 좋은 집안에 실력까지 갖춰 사회적으로 인정받았던 그에게 제주 유배는 설 전후의 혹독한 추위를 이르는 세한(歲寒)과 다름없었을 것이다. 이는 우리가 늘 마주치는 삶의 시련을 떠올리게 하면서 깊은 공감과 울림을 낳는다.

세한도는 세상 권세에 기웃거리기보다는 늘 한결같았던 그의 제자 이상적에게 고마움을 전한 그림이기도 하다. 서문에 적은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歲寒然後 知松柏之後凋)라는 글귀가 이를 말해 준다. 겨울이 되어서야 소나무나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듯이, 사람도 어려운 상황 속에서야 진정한 친구가 누구인지 알게 된다는 의미다. 그림에는 또 장무상망(長毋相忘)이라는 인장도 찍혀 있는데, 오래도록 서로 잊지 말자는 뜻이다. 세한도는 삶의 한파를 그려 내면서 마음의 온기를 역설하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세상은 더 단절되고, 삶은 더욱 고달파지고 있다. 그럴수록 서로의 마음을 전하며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사회의 온기를 지켜 나갈 일이다.

/임동욱 선임기자 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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