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노벨상의 바로미터
2020년 10월 30일(금) 03:00

오창식 장애인고용공단 전남직업능력개발원장

전 지구촌이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고통받고 있다.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모든 것이 멈추는 암울한 상황임에도 자연은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덧 만추의 계절이 다가와 있음을 곳곳에서 확인하게 된다. 들판에는 황금빛 곡식들이 결실을 맺어 추수가 한창이고, 거리의 나무들에는 열매들이 가지마다 빼곡히 들어차 있다.

역사도 미래를 향한 전진을 멈추지 않는다. 가을은 인류 사회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주는 최고의 상인 노벨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올해 한국은 나노 입자에 대한 연구로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가 노벨 화학상 후보로 거론되었으나 아쉽게도 선정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눈부신 경제 발전으로 OECD에 가입한지 벌써 스물 네 해가 되었지만 한국은 노벨 평화상을 제외한 다른 분야에서 한 명의 수상자도 배출해 내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매번 반복되는 아쉬움에서 벗어나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때이다. 대한민국이 OECD 국가 중 노벨상 최빈국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자는 기초 과학에 대한 투자 미흡, 주입식 교육, 인재의 해외 유출 등을 이유로 꼽으며 시스템과 정부의 정책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유사한 교육 체계의 일본과 우리보다 투자가 늦은 중국은 이미 우리보다 더 많은 수상자를 배출해 내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으로 보기에는 부족함이 있는 것이다.

어쩌면 핵심은 보다 가까운 우리의 일상생활에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거기에 반드시 독서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발표된 OECD 주요국가와 노벨상 수상 국가의 월간 독서량 비교에서 우리나라는 0.8권으로 세계에서 최하위권인 166위를 차지했다. 참고로 다른 선진국들의 평균 독서량을 보면 미국이 6.6권, 일본은 6.1권, 프랑스는 5.9권으로 우리와 제법 격차가 벌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국가들은 노벨상 수상자 또한 각각 329명, 63명, 26명으로 많이 배출했다. 독서와 노벨상 간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9년 국민 독서 실태 조사’에 따르면 현재 한국은 그 약간의 독서량마저 더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성인 10명 중 4명은 1년간 책을 한 권도 읽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동영상 콘텐츠가 넘쳐나는 환경 속에서 독서라는 여가 활동은 한국인들의 머릿속에서 점점 지워지고 있는 현실이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여가 시간은 늘어났지만 한국인에게 독서를 위한 시간은 부족한 듯하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지속으로 발생한 답답함과 우울감을 해소하고자 연휴와 주말을 이용해 관광지로 떠나는 시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언론도 SNS를 활용한 관계 유지와 운동, 봉사 활동이나 가족 모임 등을 강조하며 새로운 시대의 감정을 잘 다스리라고 조언할 뿐 독서를 따로 언급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는 독서에서 나온다. 삶을 윤택하게 하는 새로운 기술과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발상의 전환 모두 독서에서부터 시작된다. 변화는 과거로부터 이어진 지식과 현재까지 축적된 시도들이 서로 어우러지는 순간에 이루어진다. 혁신의 아이콘인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가치는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점에 있다며 “소크라테스와 한나절을 보낼 수 있다면 애플이 가진 모든 기술을 내놓겠다”고 공언한 이유는 변혁의 핵심이 선인들의 지혜에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독서는 이를 획득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노벨상 수상자들 대부분이 어린 시절 엄청난 독서가였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일 년 가까이 지속되는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마음에 피로가 찾아온다면, 가장 위안이 되는 활동으로 독서를 추천하고 싶다. 지금의 상황을 마음의 양식을 쌓는 기회로 삼는다면 노벨상 강국은 넘을 수 없는 벽이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이 낙양귀지(洛陽貴紙·낙양의 종이 값이 천정부지로 오름) 같은 상황이 발생할 정도로 독서를 사랑하는 나라로 알려질 그런 날을 상상해 본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