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 시장·김영록 지사의 발언 읽기
2020년 10월 28일(수) 05:30
-다름을 존중하면서 같음을 찾아보자

최 영 태 전남대 명예교수

시도 통합을 둘러싼 이용섭 시장과 김영록 지사의 발언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한쪽에서는 두 사람의 생각이 큰 틀에서 별 차이가 없으며, 양자가 회동을 통해 합의문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시도 통합 물 건너갔다” “시도 간 갈등만 키웠다”면서 부정적 논평을 한다. 과연 이용섭 시장과 김영록 지사의 발언에서 다름은 무엇이고 같음은 무엇인가?

대구·경북은 이미 2022년을 목표로 시도 간 행정 통합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부산·울산·경남은 동남권 메가시티(초광역 도시) 구상을 발표했다. 저런 정도의 구상을 발표하려면 준비 기간이 상당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지역에서는 정치권은 물론이요 학계, 시민사회, 언론 모두 통합에 관한 어떤 특별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정치적 주제가 아닌, 일상적 삶과 지역 문제에 대한 우리 동네의 둔감성을 유감없이 보여 주었다. 통합이 옳든 그르든 적어도 논의는 진즉 시작했어야 했다.

장석웅 전남교육감은 시도 통합을 할 경우 전남의 소규모 학교 문제 등 교육 행정 차원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도 공무원 등 직접적 이해관계자들이 말을 꺼내기 시작하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더욱 많아질 것이다. 시도 통합이란 이렇게 매우 어려운 주제이다. 통합을 추진하더라도 많은 연구와 소통이 필요한 이유이다.

통합 자체를 거부하지 않는다면 논의의 시작은 빠를수록 좋다. 먼저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영남 지역 지자체의 사례를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영남 지역 지자체들과 긴밀히 협력하여 정부와 국회가 통합 지역에 유리한 방향으로 특별법을 제정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공무원 등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에도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당연히 이런 작업에는 많은 시간과 연구가 필요하다. 이용섭 시장의 통합 제안이 늦었지만 다행인 이유이다.

김영록 지사는 본격적인 통합 논의는 민선 8기에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당연한 주장이다. 통합과 같은 복잡한 문제를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2022년 지자체 선거 때까지 완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부·울·경과 같은 메가시티 단계도 언급했다. 김 지사의 주장대로 메가시티 단계는 행정 통합을 위한 예행연습일 수도 있고, 그 자체가 목표가 될 수도 있다. 어느 것이 되든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김 지사는 시도 통합을 하려면 연방제 수준의 지역 자치를 전제로 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 후보도 공약했지만, 연방제 수준의 분권은 수도권 집중 완화라는 국가적 어젠다와 상통한다.

그러나 김영록 지사의 발언에서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전라북도까지 포함하는 메가시티 구상이 그렇다. 전라북도는 역사적·정치적으로는 광주·전남과 같은 운명체였지만 경제적 측면에서는 아니다. 전라북도는 순창군이나 고창군 등 몇몇 지역을 제외하고는 지리적으로 광주·전남과 하나의 생활권을 이루기 어렵다. 전북까지를 포함한 메가시티 주장은 통합 논의에서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전북과 광주·전남은 따로따로 대비하는 게 합리적이다. 그게 호남권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도움이 될 것이다.

경제적 효율성을 기하기 위해 가능한 큰 규모의 행정 단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아니다. 예를 들면 연방제 국가인 미국의 경우 캘리포니아주 인구는 3800만 명이나 되지만 와이오밍(Wyoming)주 인구는 56만 명 밖에 안 된다. 또 다른 연방제 국가인 독일의 바이에른주 인구는 1600여만 명이지만 브레멘주는 60여만 명에 불과하다. 통합 논의를 하면서 규모에 너무 신경을 쓰다 보면 통합의 근본 목적을 잃을 수 있다.

나는 이용섭 시장과 김영록 지사의 발언에서 통합의 로드맵을 발견했다. 즉 두 사람의 발언을 합하면 통합의 그림이 그려진다. 두 사람은 다소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동시에 적절한 역할 분담을 하고 있는 셈이다. 내가 두 사람의 발언을 갈등이 아닌 통합을 위한 생산적 노력의 과정으로 이해하는 이유이다. 두 자치단체장이 지금의 자세를 계속 견지하면 통합 논의에서 꼭 생산적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통합의 최종 주인공들인 시도민들의 자세이다. 우리 모두 다름을 존중하면서 같음을 찾으려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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