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편지
2020년 10월 08일(목) 00:00 가가
짧은 휴가를 보내며 여행지에서 수제 ‘햄버그 스테이크’ 도시락을 구입했다. 계란 프라이와 반찬, 국과 소스, 후식으로 약과까지 담긴 도시락의 가격은 5900원. 푸짐한 구성이 미안할 정도로 저렴한 가격이었다. 도시락을 열었을 때 초록색 메모지에 적힌 손 편지가 눈에 들어왔다. “힘든 시기에 저희 가게를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맛있는 식사 하세요” 편지 끄트머리에 그려진 ‘하트’ 모양을 보니 빙그레 미소가 지어졌다.
늦은 시간 가게에 들어섰을 때 목청 좋게 인사하던 젊은 주인장의 얼굴이 떠올랐다. 손님들에게 줄 메모를 한 자 한 자 써 내려갔을 그의 모습도 상상됐다. 마음이 담긴 소중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아마도 직접 쓴 손 글씨여서 더 마음에 남았을지도 모르겠다.
최근 나온 ‘길 위에서 쓰는 편지’(아르떼)는 다양한 사람들이 보낸 손 편지 70여 편을 모은 책이다. 책을 낸 이는 평범한 택시운전사다. 직장에서 명예퇴직한 뒤 택시 기사가 된 저자는 승객을 상대하는 일이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그래 짧은 시간이나마 손님들과 소통하자는 생각에 노트와 펜을 건넸다. 노트를 받아든 승객들은 조심스레 자신의 마음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픈 몸으로 병간호를 해 준 엄마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아빠의 생일을 축하하는 꼬마의 편지도 있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 차곡차곡 쟁여졌고, 이러한 삶의 풍경들은 또 다른 이에게 위로가 되기도 했다. 노트 제목 ‘길 위에서 쓰는 편지’는 우연히 저자의 택시를 탄 박준 시인이 지어 준 것이다.
코로나로 만남이 줄어들어 사람의 온기가 그리운 요즘이다. 올해 명절에는 부모님이나 지인들에게 손 편지를 보낸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만나지 못하는 애틋함을 편지에 담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이메일이 보편화된 이후 손 편지를 보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올해는 한 자 한 자 눌러 쓴 손 편지를 누군가에게 보내 보는 건 어떨까. 굳이 형식을 갖출 필요는 없다. 메모 같은 간단한 글도 좋고, 작은 선물에 동봉한 한 줄의 글귀여도 좋다. 당신의 마음이 담긴 손 글씨가 전하는 위로와 따뜻함은 당신이 상상하는 그 이상일 것이다.
/김미은 문화부장 mekim@kwangju.co.kr
최근 나온 ‘길 위에서 쓰는 편지’(아르떼)는 다양한 사람들이 보낸 손 편지 70여 편을 모은 책이다. 책을 낸 이는 평범한 택시운전사다. 직장에서 명예퇴직한 뒤 택시 기사가 된 저자는 승객을 상대하는 일이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그래 짧은 시간이나마 손님들과 소통하자는 생각에 노트와 펜을 건넸다. 노트를 받아든 승객들은 조심스레 자신의 마음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메일이 보편화된 이후 손 편지를 보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올해는 한 자 한 자 눌러 쓴 손 편지를 누군가에게 보내 보는 건 어떨까. 굳이 형식을 갖출 필요는 없다. 메모 같은 간단한 글도 좋고, 작은 선물에 동봉한 한 줄의 글귀여도 좋다. 당신의 마음이 담긴 손 글씨가 전하는 위로와 따뜻함은 당신이 상상하는 그 이상일 것이다.
/김미은 문화부장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