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한가위
2020년 09월 08일(화) 00:00
민족 대이동이나 귀성과 벌초 등 명절 풍속도는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다. 자가용 시대가 열리기 전인 1970~80년대에는 기차표 예매를 위해 역에서 장시간 줄을 서야했다. 1978년 9월 한 일간지 칼럼은 “1인당 1000달러 소득의 비싼 국민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꼭 역전 광장 맨땅바닥에 쭈그러뜨려 앉혀야만 되는 것인가”라며 하늘의 별 따기 같은 역 매표 방식을 질책하기도 했다.

IMF 한파가 몰아치던 1998년 설에는 ‘나 홀로 귀성’이 급증했다. 유가 폭등과 함께 고속버스 요금이 오르자 귀성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가족 중 한 사람만 귀성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벌초 풍경 또한 달라졌다. 묘지 관리와 벌초를 대행해 주는 새로운 서비스 사업이 시작된 때가 1991년 한식 무렵. 도시에서 바쁘게 생활하는 출향 인사들이 지역 농협 등에 봉분 관리와 벌초를 위탁하는 등 새로운 문화가 자리를 잡았다. 물론 이에 대해 일부 기성세대는 ‘조상 묘를 정성으로 돌보지 않고 돈을 주고 맡기다니…’라며 좋지 않은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가위(10월 1일)가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추석 명절은 코로나 재확산으로 인해 벌초와 귀성을 꼭 해야만 하는 것인지 고심하게 만든다.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최근 직장인 8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복수 응답)에서는 올 추석 연휴에 ‘집콕’(30.8%) 혹은 ‘부모님 댁만 다녀올 것’(28.8%)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중앙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최근 추석 연휴(9월 30일~10월 3일) 기간에 “가급적 집에 머물러 달라”고 권고했다. 완도군은 추석 명절에 군민·향우와 함께 ‘이동 멈춤 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이래저래 올 추석 명절 풍속도는 예전과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실내 봉안시설 방문이 어려워지다 보니 ‘온라인 성묘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족도 많아질 것 같다. 올 추석은 귀성을 자제하는 대신 영상통화로 안부를 전하고, 마음을 담은 선물을 택배로 보내는 등 묘안을 짜내야겠다. 가족은 물론 사회 공동체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송기동 문화2부장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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