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폭탄 맞은 농산물에 밥상물가 ‘들썩’
2020년 08월 10일(월) 00:00
긴 장마에 엽채류·채소류 도매가 평년 대비 30~100% 급등
코로나로 직격탄 맞은 식당·영세업자들 원재료값 상승에 시름

<광주일보 자료사진>

예상보다 길어진 장마에 폭우로 인한 농경지 피해까지 겹치면서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장마철 생육 부진에 수확이 이뤄지지 않아 출하량 감소로 이미 가격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농경지 피해로 올 채소와 과일의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급식과 외식이 줄어드는 등 가뜩이나 상심이 큰 농가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은 물론, 원재료 값 상승으로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외식업계와 서민들의 ‘밥상물가’ 역시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얼갈이배추(상품·4㎏) 도매가격은 1만4600원으로 평년 7187원보다 103.1%나 올랐다.

장마가 길어지면서 노지에서 생산하는 상당수 농산물은 햇볕을 보지 못해 생육이 부진하고, 폭우가 내릴 때는 토사와 함께 쓸려나가는 경우가 많다. 긴 장마에 토지가 잠기거나 습도가 높아 잎과 줄기가 썩는 등 판매할 수 없는 상황도 발생하는 데다, 비가 자주 내리면서 수확에 나서지 못해 생산량과 출하량이 모두 줄어 가격이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장마가 이어진 탓에 얼갈이배추 외에도 청양고추(상품·10㎏)는 평년 4만1833원에서 8만600원으로 92.6%나 치솟았고, 청상추(상품·4㎏)는 5만2600원으로 평년(3만1400원)보다 67.5% 급등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금치(상품·4㎏)도 3만3267원에서 4만2600원(28.05%↑) 증가하는 등 엽채류와 채소류 대다수 품목이 30~100% 상당 가격이 올랐다.

과일류 역시 마찬가지다. 사과(후지·10㎏)는 평년 3만8333원에서 76.1%나 오른 6만7500에 거래되고 있고, 배(신고·15㎏)도 4만7000원에서 5만8500원으로 24.46% 올랐다. 여름철 즐겨 찾는 과일인 대추방울토마토(상품·1㎏)는 3880원에서 4550원(17.3%↑), 복숭아(백도·4.5㎏)는 2만원에서 2만3500원(17.5 %)에 거래되고 있다.

광주의 한 농가는 “흐린 날씨로 햇볕을 보지 못해 생육이 부진한 상태에서 폭우로 밭이 다 망가져 올 한해 농사는 다 망쳤다”며 “그동안 코로나19로 학교 급식 납품도 못해 농가의 어려움이 컸는데 날씨까지 도와주지 않아 피해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특히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광주·전남을 비롯한 전국을 강타한 폭우로 농경지 피해가 컸다는 점에서 향후 가격 상승폭은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농산물 가격은 밥상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여서 서민들의 가계경제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아 가뜩이나 고충이 큰 음식점 등 영세자영업자의 시름도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농산물 가격이 앞으로 더 오르게 되면 원재료 구입비에 지출이 늘어나는 소규모 음식점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며 “코로나19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휴업하는 등 침체에 빠졌던 영세한 식당들은 매출이 떨어진 상태에서 지출비용이 많아져 자칫 심각한 경영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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