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그 영향
2020년 08월 05일(수) 00:00

강대석 시인·행정학 박사

요즈음 국회의 부동산 관련 법 단독 처리를 두고 여야의 공방이 뜨겁다. 여당은 부동산 시장의 안정과 서민 보호를 위해 시급한 의결이 불가피했다는 주장이고, 야당은 협치를 무시한 다수당의 횡포라며 비난하고 있다.

그동안 역대 정부에서 추진했던 부동산 정책을 살펴보면 한마디로 ‘그때그때 달라요’였다. 전 정부에서 규제 정책을 써서 집값을 안정시켜 놓으면 다음 정부는 경제를 살린다며 규제를 풀어 부양을 하고 그 다음 정부는 다시 규제 정책으로 집값을 잡는 일관성 없는 정책이 반복되었다. 그 사이 서울의 집값은 정책의 파고를 타고 예외 없이 뛰었다.

역대 정부 중 부동산 정책에서 가장 선각자적 모델을 제시한 정부는 아이러니하게도 노태우 정부였다. 토지 공개념 3법인 택지 소유 상한제, 토지 초과 이득세, 개발이익 환수제도를 처음 도입하고 주택 200만 호를 건설했다. 88올림픽으로 급등한 집값을 잡기 위한 조치였지만 획기적이었다. 토지 공개념 3법은 나중에 위헌 판결을 받았으나 만약 그대로 살아 있었다면 부동산 투기는 사라졌을 것이다.

김영삼 정부는 취임 초 금융 실명제와 함께 토지 실명제를 실시하고 주택임대 사업자제도를 도입하는 등 규제 정책을 폈다. 그러나 국내외 금융 위기 속에서 경제를 살리겠다며 아파트 분양가를 자율화하고 전매 제한을 풀어 부동산 시장에 불을 붙였다. 하지만 얼어붙은 경기는 부양되지 않았고 IMF 외환 위기도 피하지 못했다.

김대중 정부는 사상 초유의 외환 위기를 넘겨받아 이를 극복하기 위해 경기 부양책에 올인했다. 위헌 판결을 받은 택지 소유 상한제와 함께 토지 거래 신고제와 토지초과 이득세를 폐지하고 외자 유치를 위해 부동산 시장을 대외에 개방했다. 이어서 양도세 완화와 다주택자 청약 제한 금지 해제 등의 규제를 풀었다. 덕분에 IMF 외환 위기는 조기에 졸업할 수 있었으나 부동산 시장은 용광로가 되었다. 두 정부의 부양 정책으로 축적된 부동산 시장의 에너지는 김대중 정부 마지막 해 16.4%의 집값 상승률을 기록하며 노무현 정부로 이어졌다.

노무현 정부는 임기 내내 부동산 시장의 불길 잡기에 바빴다. 종합 부동산세를 도입하고 개발이익 환수제를 꺼내 들었다. 나아가 분양가 상한제 실시, 분양원가 공개, 종부세 중과 등 금융·세제·공급 등의 온갖 대책을 총동원하여 임기 말에야 겨우 불길을 잡았다. 5년의 노력 끝에 부동산 시장은 겨우 진정되었지만 민심은 보수로 넘어갔다.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강력한 규제 영향으로 비교적 안정된 부동산 시장을 물려받았다. 초기에는 반값 아파트 공약 등도 추진했지만 곧 토건 세력에 밀려 부양 정책을 펼치며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고 종부세·양도세를 완화하며 전매 제한까지 풀었다.

박근혜 정부는 한 걸음 더 나가 분양가 상한제, 토지 초과 이득 환수제, 재건축 공급 제한 등의 규제를 모두 풀었다. 대출 한도는 올리고 이자율을 내려주면서 ‘빚내서 집을 사라’고 부추겼다. 박근혜 정부 4년은 ‘갭 투자’와 전매 투기의 천국이었다. 보수 정부 9년 동안 고삐 풀린 부동산 시장은 양극화의 정점을 찍으며 문재인 정부로 넘겨졌다.

문재인 정부는 초기부터 투기 세력 단속에 칼을 빼들었다. 그러나 칼은 무뎠다. 강남을 치면 수도권으로 튀고 수도권을 치면 지방으로 튀었다. 문재인 정부의 상황은 노무현 정부가 처한 상황과 비슷하다. 전 정부에서 끼친 영향을 진화하기에 바쁜 형국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책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정부가 바뀔 때 마다 규제와 부양을 반복하는 정책으로는 서민의 주거 안정을 기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토지 공개념을 법제화하여 주택이 투기의 수단이 아닌 거주의 수단임을 명확히 할 때 부동산 시장은 안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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