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사초마을] 2년에 한번 돈복 터지는 날…맨손 채취 ‘사초개불’ 전국 명성
2020년 07월 22일(수) 00:00
모래와 진흙 섞인 마을 공동어장
천혜의 어장 강진만 보물 마을

하늘에서 내려다 본 개불잡이 모습. 사초마을 사람들은 개불의 자원 보존을 위해 2년마다 한번 공동작업장에서 개불을 잡고 있다.

바닷가 모래톱에 풀이 무성하게 자라는 것을 보고 터전을 이뤘다는 강진군 신전면 사초마을은 ‘개불마을’로 전국에 이름이 알려져 있다. 모래와 진흙이 섞인 연안에서 서식하는 개불은 대부분의 남해안에서 두루 채취할 수 있는 해산물이지만 사초 개불은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한 방식으로 채취를 하고 있다.

사초 개불은 마을에서 배로 5분 거리의 공동 작업장인 ‘복섬’ 앞에서 채취하고 있다.

쌍끌이 방식이 아닌 허리춤까지 차는 바닷물에 직접 들어가 쇠스랑 등을 이용해 모래바닥을 푹 찍어 개불을 잡아들인다.

사초항에서 배로 5분여 떨어진 복섬 앞의 공동작업에서 마을 주민들이 전통방식으로 개불을 잡고 있다.
사초 개불은 2년에 한번 물이 빠지는 음력 보름인 2월 중순이나 3월 중순, 4월 중순 쯤의 한 날을 정해 하루나 이틀 동안 각 집에서 대표로 한사람씩 어장에 나가 채취한다. 해마다 줄어드는 어족자원을 보존하기 위해 2014년 이후 공동 어장을 두고 격년제로 채취를 하고 있다. 격년제 덕분인지 사초에서 나는 개불은 다른 지역보다 크고 통통하다. 씹을 때 ‘오독오독’하는 독특한 식감과 짭쪼름하고 달큼한 맛이 일품이다.

특히 개불이 다이어트와 자양강장에 탁월하다는 입소문 덕에 채취 전부터 주문 전화가 밀려들어 잡은 뒤 바로 내장을 제거한 후 급속 냉동 해 배송을 하는 등 개불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아는 사람만 맛 볼 수 있는 ‘희귀 아이템’으로 자리잡고 있다.

사초마을에서는 주민들의 소득증대를 위해 지난 2014년부터 2년마다 사초 어촌계의 주관으로 개불·낙지축제를 열고 있다.

축제 기간 동안에는 마을 앞 수변공원에서 주민들로 구성된 풍물패가 관람객들의 흥을 돋우고 마을을 찾은 외지인을 위해 개불잡기 체험과 시식행사가 이뤄지는 등 주민들에겐 수익을, 관광객들에게 즐거운 추억을 선사하고 있다.

축제는 2018년 3회까지 진행되다 올해는 코로나 19감염증으로 인해 취소됐다.

전남 강진군 신전면에 위치한 사초마을. 강진만 연안에 위치한 사초마을은 양질의 어패류 등이 많이 나는 것으로 전국에 알려져 있다.
‘천혜의 산란장’인 강진만을 앞에 두고 있는 사초마을은 낙지와 문어, 감성돔과 농어를 비롯한 부서, 장대 등의 어류들도 많이 나고 가을에는 전어와 갈치도 올라온다.

150여 가구, 총 280 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 사초마을은 어촌계를 중심으로 맨손어업 등의 공동작업장과 어선을 이용해 어로활동을 하고 있다.

사초항 앞에 펼쳐진 김양식장과 더해지면 사초마을은 한 해 평균 30억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어획물 전량은 강진군 수협이 위탁해 판매한다. 사초마을은 사초 어촌계의 주도로 미래먹거리 마련에 힘쓰고 있다.

조수 간만의 차를 이용한 수평식 굴양식에 도전 중이고 강진군에서 바지락 종패를 지원 받아 양식장을 꾸리는 등 준비에 한창이다. 공동 작업장에 낙지 목장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다.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사초마을에 살고 있다는 김유순(63)씨는 “부녀회원들이 모여서 회의할 만한 공간이 필요하다. 마을회관이 있지만 마땅치 않다”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이어 “항으로 향하는 도로가 지난 태풍 때 균열되어 통행하는데 불편하다. 또 비가 조금만 내려도 가로등이 제대로 켜지지 않고 있다”며 “하루 빨리 정비되어 더욱 살기 좋은 마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주민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사초마을과 어촌계는 사초항 내 기반시설의 개·보수를 통한 어민들의 생활 개선 사업도 모색 중이다.

어민복지회관을 개축해 주민들의 교류 공간으로 활용하고 항내 안전시설 설치와 어구어망 창고 및 어선 인양기 등 편의시설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북동풍 파도를 타고 퇴적되는 갯벌을 막아줄 수 있는 외곽시설과 항내 침수를 차단할 수 있도록 방파제를 높이는 한편, 물양장 등의 어항기반시설을 정비할 계획이다.

간척사업으로 조성된 약 6000평 규모의 사초해변공원을 캠핑장으로 꾸미고 주변에 수목과 산책로 등을 조성할 생각이다.

캠핑장 한켠에 주민들 중심으로 열리는 상설 시장을 만들어 해산물들을 판매하는 등 주민들의 소득향상과 함께 관광객들의 지속적인 방문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김성기(50) 사초마을개발위원장은 “사초항에 7t급과 3.5t급 어선 인양기가 있기는 하나 오래됐고 어선들이 장기간 해수를 흡수해 10t 이상의 중량이 나가 들어올리기가 버겁다”며 “15t급의 크레인을 설치해 어업활동의 편의를 높이도록 힘쓰겠다.마을과 어항을 잘 정비해 살기 좋은 마을, 일하기 좋은 항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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