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임포마을] 일출 맞이하는 범종소리…소원을 빌어봅니다
2020년 07월 22일(수) 00:00
돌산대교 건너 금오산 끝자락
60여가구 135명 주민들 터전

여수 돌산대교를 건너 해안을 따라 남단으로 달리면 금오산 끝자락 임포마을에 닿는다. 임포마을 구석구석마다 다도해의 탁 트인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꽃을 밀어내느라/ 거친 옹이가 박힌 허리를 뒤틀며/ 안간힘 다하는 저 늙은 동백나무를 보아요 … 향일암 매서운 겨울 바다 바람도/ 검푸른 잎사귀로/ 그 어린 꽃을 살짝 가려주네요/ 그러니 동백이 저리 붉은 거지요/ 그러니 동백을 짐승을 닮은 꽃이라 하는 것 아니겠어요?”

송찬호의 시 ‘관음이라 불리는 향일암 동백에 대한 회상’의 한 구절처럼, 향일암 바다 풍경은 특별하다.

여수 돌산대교를 건너 해안도로를 달리면 금오산 끝자락 임포마을에 닿는다.

뒷산인 금오산에 국내 4대 관음기도처의 하나인 향일암(向日庵)이 있어 ‘향일암 마을’로도 불린다.

돌산읍 임포마을은 수많은 이의 희망과 포부를 품는 곳이다. 범종소리와 맞는 일출의 장관 덕분에 한 해 100만~150만 명이 이곳을 찾는다.

소원 3가지 중 한 가지는 이뤄진다는 설이 있어 새해 벽두에는 2만~3만 명이 이 작은 어촌에 몰린다.

한국의 대표 기도처로 알려진 향일암은 사시사철 떠오르는 해를 보듬는다. 임포마을 주차장에서 향일암까지 오르는 데 넉넉잡고 15분이다.
향일암은 금오산의 기암괴석 절벽에 자리잡았다.

금오산은 모양이 마치 거북이가 경전을 등에 지고 용궁으로 들어가는 모습과 같다고 해서 ‘쇠 금(金) 큰바다거북 오(鰲)’자를 쓴다.

산 전체를 이루는 암석들 대부분이 거북이 등껍질 문양을 닮아 향일암을 금오암, 또는 거북의 영이 서린 암자인 영구암이라고도 한다. 주민들의 입을 빌리자면 거북이가 경전인 향일암을 등에 짊어지고 남해바다 속 용궁으로 들어가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여수반도 남단까지 와서 향일암을 들르지 않는 것은 말이 안된다. 임포마을 주차장에서 향일암까지 걷는 데 넉넉잡고 15분이다.

일분일초라도 빨리 다도해에 펼쳐진 수평선을 만나고 싶다면 돌계단을 오르고, 여유 있는 등정을 원한다면 평길을 택하면 된다.

향일암을 향하는 오르막길, 알싸한 갓김치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골목길 양옆에는 30여 개 가게가 늘어져 갓김치와 고들빼기김치, 돌문어, 돌미역, 바지락, 송편 등 특산품을 내놓고 있다.

가파른 경사 길에 지칠 즈음 새로 담근 갓김치를 우썩 씹으면 다시 힘을 얻곤 한다.

임포마을에서는 ‘여수 10미’라 불리는 돌산갓김치와 게장백반, 서대회, 여수한정식, 갯장어회·샤브샤브, 굴구이, 장어구이·탕, 갈치조림, 새조개 샤브샤브, 전어회·구이를 한 번에 만날 수 있다.

임포마을로 시집 온 이평숙(60)씨는 향일암에 오르는 어귀에서 20년 가까이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향일암 일출을 보러 온 관광객이라면 저마다 갓김치 한 봉지씩은 들고 돌아가더라고요. 가게 명함을 들고 간 손님들이 저마다 입소문을 내준 덕분에 임포마을 주민들이 직접 담근 돌산갓김치가 택배를 통해 전국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고 있어요. 주말에는 하루 매출이 수십만 원을 찍기도 하죠. 저희 가게에서는 저만의 특제 육수와 살이 오른 갈치, 양파, 대파, 무를 넣고 끓인 갈치조림이 대표 메뉴랍니다.”

임포마을 토박이라면 금오산 ‘애드리길’에 대한 소싯적 향수가 있다.

1㎞정도 펼쳐진 오솔길에는 봄에는 붉은 동백꽃, 여름에는 풍란(風蘭)이 바닷바람에 나부낀다.

고향인 임포마을에서 수산업을 하다 은퇴한 조옥현(70)씨에게도 땔감을 구하러 애드리길을 오르던 기억이 생생하다.

임포마을의 60여 가구 135명 주민들은 대부분 펜션과 식당을 운영하지만 때로는 작은 어선과 맨손어업으로 싱싱한 해산물을 잡아 올리곤 한다.

임포 앞바다에서 잡힌 오징어, 삼치, 홍합, 바지락, 조개, 미역, 톳 등 제철 수산물들이 관광객들의 구미를 당긴다.

“40~50년 전에는 목넘이 애드리길이 동네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놀이터였어요. 전쟁놀이를 하거나 소를 멕일 때, 부모님으로부터 야단맞았을 때 애드리길은 항상 아이들을 보듬어 줬어요.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우리 마을에 딱 어울리는 것 같아요. 마을이 관광지가 되면서 이 길은 자연스럽게 잊혔지만, 앞으로 나무 난간길이 조성돼 외지인들도 애드리길에서의 소소한 감동을 느껴봤으면 좋겠어요.”

대웅전에 이르기 전 전망대에서 만난 문현경(30·대전)씨는 2박3일 여수 여행을 함께 온 친구들의 안녕을 비는 금빛 쪽지를 달았다.

가족의 건강, 수능 대박, 취업 성공 등 간절한 염원을 담은 수천수만 쪽지들이 바다 표면 위에서 반사된 햇살을 받아 더욱 눈부셨다.

“여수 밤바다의 낭만과 여기서 먹은 삼합도 좋았지만 가장 인상에 남는 건 임포마을 사람들의 넉넉한 인심이었어요. 다음에 여수를 찾을 때에는 금오산 정상까지 올라 이곳 절경을 제대로 즐기고 해맞이를 해보고 싶어요.”

/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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