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금천마을-황규환 어촌계장] “바다는 풍요로운데 마을에 청년 적어 아쉬워”
2020년 07월 22일(수) 00:00
금천마을은 향일암으로 유명한 여수 돌산도에 자리 잡고 있다.

향일암이 돌산도 남쪽 금오산에 터 잡고 남해를 바라본다면, 그곳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금천마을은 돌산도 서쪽에 자리 잡고 육지 안쪽으로 쭉 뻗어 들어온 가막만과 살을 맞대고 있다. 여수시로부터 남쪽으로 16㎞, 돌산읍으로부터 북쪽으로 4㎞ 떨어져 있다.

금천에는 170가구 336명이 모여 산다.

1~19세가 22명, 20~40대 44명, 40~50대 92명, 61세 이상 178명으로 60세 이상 어르신이 전체 주민의 절반을 웃돈다. 어촌계원은 모두 137명이다.

마을에 언제부터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주민 박형주(79)씨의 13대 조부 묘소가 있는 것으로 미뤄 약 400년 전부터 마을이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금천마을은 1965년 전남에서 처음으로 굴 양식이 시작되면서 번성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어촌계장 황규환(64)씨에 따르면 그의 작은아버지 황용섭(1999년 작고)씨가 가막만에서 처음 굴 양식에 나섰다. 통영 등 경남에서 굴 양식으로 어가 소득이 늘어난 것을 본 전남도가 굴 양식 지원 사업을 시작했고, 도청 자금 지원을 받은 황용섭씨가 2년여 시험 양식을 거쳐 전남에서 양식에 성공했다고 한다.

고(故) 황용섭씨 아들 성일(53)씨는 “아버지께서 수심 낮은 가막만에서 양식에 도전하다 여러 번 실패한 후 성공하셨다”며 “전남도청 지원이 있었고, 당시 여수대와 통영 등을 찾아다니며 힌트를 얻고 나서 본인 만의 방법인 수하식 양식법을 개발하신 것”이라고 전했다.

어민들에 따르면 금천마을 굴 양식법은 경남에서 흔히 쓰는 뗏목(뗏목 아래 15m 이상 긴 줄을 매다는 방식) 방식이 아니라 수하식(垂下式)이라는 고유 방식이다. 가막만은 통영 등 경남과 달리 수심이 7~8m로 낮아, 뗏목을 설치하고 그 아래 양식줄을 내리는 방식은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마을에 적합한 방식을 개발하게 된 것이다.

금천마을의 굴 양식법은 해상에 100m 간격으로 양쪽 끝에 기다란 막대를 박고 그사이를 줄로 고정한 뒤 줄 아래로 7m짜리 양식 줄을 아래로 매다는 방식이다. 아래로 뻗은 7m짜리 줄에는 가리비 등 조개껍데기가 수십 개가 고정되며, 껍질마다 어린 굴이 붙어 자란다.

황 계장은 “마을 어르신들이 가막만 실정에 맞는 굴 양식법을 개발하면서 어가 소득이 늘고 어촌마을이 번성했다”며 “마을 앞 가막만은 여전히 풍요롭고 사람들 인심은 여전히 따뜻한데 청년들이 사라진 탓에 마을이 점점 활기를 잃어가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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