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광주 용봉동 '연지책방'
2020년 06월 24일(수) 00:00
<이색 독립출판물 가득 … 1년 365일 여는 무인 책방>
책방·출판사·독립출판 온라인플랫폼 ‘인디펍’
‘청년 책방지기’ 민승원 대표 1인 3역
다듬어지지 않은 날것 그대로 이야기
책방지기 취향따라 추천된 책 읽는 재미
1년 뒤 발송해 주는 ‘느린 편지’ 추억 선물

연지책방에서는 민승원 대표가 운영중인 1인 출판사에서 제작한 독립출판물을 비롯해 다양한 장르의 책들을 만날 수 있다.

동네 책방들을 방문해 책방지기를 직접 만나 보니, 책방마다의 색깔을 더 뚜렷이 알게 된다. 모든 서점들은 책방지기의 취향과 그 전의 업에 따라 각각의 색깔을 만들어 낸다. 개개인이 다르듯이 같은 콘셉트의 책방은 없다.

이번에 방문하게 된 연지책방도 마찬가지이다. 연지책방의 민승원 대표는 청년책방지기이다. (광주 서점 중에 가장 젊은 대표일거다) 책과 연결되는 연지책방, 연지출판사, 독립출판물 온라인 플랫품을 운영하고 있다. 한 가지 사업도 아니고 무려 세 가지이다. 직원이 많은 것일까? 아니다. 1인 책방, 1인 출판사, 1인 온라인몰 운영자다. 책방지기인 민승원 대표는 광주 동네책방계의 1인 기업이라 할 수 있겠다.

연지는 ‘연필과 지우개’의 줄임말로 책과 서점을 떠올리면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이름이다.

무인으로 운영되는 연지책방은 광주시 북구 용봉동에 위치해 있다.
출발은 연지책방과 연지출판사였다. 지금의 책방지기가 우연한 계기로 책방과 출판사를 인수하면서 연지책방은 두드러지는 특색을 만들어 냈다. 바로 무인책방이다. 책방은 젊은 세대들의 유동이 많은 전남대학교 후문근처에 위치 해 있다. 버스정류장 앞에 빨간 외관이 두드러져 눈길이 절로 가는데, 책방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개인에게 부여되는 비밀번호를 누르고 서점으로 들어가면 된다.

들어서는 순간부터 이 책방의 공간은 오롯이 나만의 공간이 된다. 그 안에서 책방지기가 큐레이션 한 책들은 천천히 둘러볼 수 있다. 무인으로 운영하기에 연중무휴이며, 운영시간도 오전 9시부터 밤 11시까지 운영되어 언제든지 방문 할 수 있다.

특히, 연지책방의 또 하나의 매력 요소는 ‘느린 편지’다. 서점에는 편지를 쓸 수 있는 골방(?)이 마련되어 있다. 무인서점으로 전환하면서 동네서점이 갖고 있는 아날로그적 감성은 유지하고 싶었는데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손으로 직접 쓰는 느린 편지이다. 친구, 연인, 자신에게 쓴 편지는 날짜를 적어두면 매달 분류해서 일 년이 지난 후에 우편으로 발송해준다. 일 년 뒤에 나에게 쓴 편지를 받는다니, 벌써부터 눈물이 날 것 같다.

재미난 에피소드들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편지를 쓸 당시에는 연인이었다가 헤어져서 연락이 오기도 한단다. “제발 그 편지 보내지 말아 주세요. 없애주세요” (하하하) 느린 편지 설명을 듣고 있으니 나도 너무 써보고 싶다. 지금 잘 하고 있다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일년 뒤의 내가 보고 싶다고 쓰고 싶다. (아. 눈물나)

이렇게 소소한 프로그램은 책방지기에게 돈이 되지는 않는다.그럼에도 서점의 한 공간에서 정성스레 쓴 편지를 선물처럼 보내주는 책방지기의 마음은 무얼까. 지금의 바쁘게 살아가는 시대에 느림, 사람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게 한다.

무인책방으로 운영하며 수익이 는 것은 아니지만 책에 관련한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연지출판과 독립출판물 온라인 플랫폼 운영이다. 연지출판사는 현재까지 전자책, 에세이, 시집 등 60여종의 책을 출간했다. 어떤 책은 기획부터 작업하기도 하고, 투고를 받아 출간하기도 한다.

연지출판사의 베스트셀러가 궁금하다. ‘초등학생이 좋아하는 365글쓰기 소재’이다. 광주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큰 형이 작업한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연지출판사를 유지하는 큰 공을 톡톡히 하고 있는 스테디셀러이다. 실제 내가 운영하고 있는 러브앤프리에서 스테디셀러이다. 내용도 좋고 잘 팔리는 책을 만들어준 연지출판에 감사하다.

이렇게 많은 일을 하다 보니 버거울 때도 있다. 아직은 이것저것 기술이 부족한 게 많아 더 배워야 하는데 특히 출판사는 운영을 하면서도 어렵기도 하다. 계속 공부하고 배워가면서 책 표지 작업과 내지 편집까지 하고 있다.

가장 애정이 가는 것은 독립출판물 온라인 플랫폼 ‘인디펍’이다. 인디펍을 운영하면서 점점 더 책임감이 생긴다. 인디펍은 유통이 원활하지 않은 개인이 내는 책, 사각지대의 1인 출판사의 독립출판물들을 전국의 독립서점과 개인 소비자가 인터넷으로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몰이다. 전국에서 첫 시도로 독립서점 도매 판매 유통은 유일하다. 현재는 알라딘의 제안으로 인디펍에 들어온 책들은 알라딘에도 구입이 가능하다.

인디펍을 운영하면서 책방지기는 점점 더 책임감이 생겨간다고 한다. 조금 더 온라인 시스템을 개선해서 책을 만드는 제작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고 싶고, 제작자들의 더 큰 출판의 발판과 지속성을 돕고 싶다고 한다.

독립출판물의 매력에 대해 물었다. 일반적인 출판에서 이야기 하지 않는 내용들이 독립출판물로 나올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한다. 대중강좌로 인기 많은 세바시, 테드에서 명사가 나온 강연이 좋기는 하지만 말 더듬거리고 말이 안 맞아도 더 진심이 느껴지고 재밌는 강의도 있다. 독립출판물이 그렇다는 거다. 다듬어지지지 않은 날 것의 형태로 이야기하는 것이 매력적이다. 물론 기성출판에서도 있을 수 있지만 독립출판은 더 부각되어 나오고, 아트북적인 요소도 크다. 개인이 작업을 하다 보니 소량 인쇄로 단가로는 안 맞음에도 불구하고 시도를 한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인디펍 2년을 넘어가면서 이제 흑자로 넘어갔다. 초기에는 온라인몰에 입고하려고 하는 창작자, 1인출판사가 없었다. 100개의 메일을 보내면 20개의 답변이 왔다. 초반에는 소셜크라우딩 펀딩 텀블벅으로 책을 내는 제작자들에게 연락을 많이 했는데, 그렇게 인디펍에 입고를 하고 이후에 출판사를 통해 다시 기성출판으로 나오는 책, 작가를 보면 그 성장을 보면서 기분이 좋기도 하다.

서점인이라면 좋아하는 출판사, 작가를 응원한다. 한국에서 책으로 돈벌기는 작가부터 출판사, 유통업체, 서점까지 다들 빠듯하다. 이런 구조 안에서도 연지책방과, 연지출판사, 그리고 독립출판물 플랫폼 ‘인디펍’을 운영하는 민승원 대표는 독립출판의 창작자들을 응원하고 그들의 책이 더 많이 소비자의 손으로 갈 수 있도록 유통구조를 탄탄히 만들어 가는 시도를 해가고 있다. 앞으로의 길에 응원에 응원을 더한다.

연중무휴 이색적인 무인서점에서 편안히 책을 보고 싶다면 연지책방을 방문해보면 좋겠다. 새로운 출판의 시도, 다양한 독립출판물을 집에서 주문하고 싶다면 인디펍의 주소창을 클릭해봐도 좋다.

<‘연지책방’이 추천합니다>

▲야망 있는 여자들의 사교 클럽(박초롱·딴짓)

여성들의 일과 삶에 대한 일곱 명의 이야기가 담긴 인터뷰집이에요. 다양한 직업 이야기를 들어보고 또 직업에 대한 더 넓은 시각을 가져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일하는 여성들의 솔직한 이야기와 그녀들의 각기 다른 ‘야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습니다.

▲동쪽 수집(윤의진·물고기 이발관)

태백산맥과 동해바다 사이의 작은 동쪽 마을에서 2년 동안 저자가 쓰고 그린 그림이 담겨져 있어요. 마치 윤의진 작가님의 개인전을 감상하는 듯 합니다. 따뜻한 색감의 색연필 그림과 함께 있는 짧은 글을 보면 힐링이 됩니다.

▲오늘의 인사총무, 맑음(이대리·연지출판사)

시중에 대기업 출신이 말하는 직장생활이나 노하우가 담긴 책이 많지만 중소기업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책이 많지 않은데, 이 책은 중소기업 인사총무와 인사총무 담당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요.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가지면 좋은 마음가짐과 태도 그리고 꿀팁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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