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십결’
2020년 06월 23일(화) 00:00 가가
21대 국회 원 구성을 둘러싸고 여야 대치가 장기화되고 있다. 177석의 슈퍼 여당인 민주당은 국회의장단에 이어 법사위원장 등 6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했다. 이에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 21대 국회가 시작도 하지 못한 채 공전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자진 사퇴 의사를 표명하고 칩거에 들어갔던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이번 주 국회에 복귀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하지만 주 원내대표는 ‘국회에 복귀하겠다’면서도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포기하겠다는 강수를 내놓았다. 권력 견제 수단인 법사위원장을 뺏긴 상황에서 다른 상임위원장을 가져 봐야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의회 독재’를 부각시키고 단일대오를 형성, 바닥에서부터 싸우겠다는 ‘배수의 진’으로 풀이된다.
미래통합당의 역공에 민주당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18개 상임위원장을 다 차지한다면 당장 실익은 챙길 수 있을지 몰라도 ‘무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도 이 같은 점을 우려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출구를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바둑은 반상(盤上)을 마주하고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인다는 점에서 정치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바둑에는 대국에 임하는 자세와 전략을 나타내는 ‘위기십결’(圍棋十訣)이라는 10가지 비결(격언)이 있다. ‘승리를 탐하면 이길 수 없다’는 부득탐승(不得貪勝), ‘상대를 공격하기 전에 나를 돌아보라’는 공피고아(攻彼顧我),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하라’는 사소취대(捨小就大) 등이 대표적이다. 탕평·협치·상생 등 정치에 필요한 많은 전략이 바둑에 모두 담겨 있다.
지금 정치권이 마주하고 있는 상황은 간단치 않다. 코로나19 사태와 남북관계 악화 속에서 당장 3차 추경안 처리도 급하다. 사실상 여야 모두 ‘결단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치는 결국 협상이다. 함께하는 것이다. 양당 지도부는 ‘위기십결’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국민은 국가적 위기 극복을 위해 어느 쪽이 먼저 한 걸음 물러나 ‘협치와 상생’의 포석에 나서는지 주시하고 있다.
/임동욱 서울취재본부장 tuim@kwangju.co.kr
지금 정치권이 마주하고 있는 상황은 간단치 않다. 코로나19 사태와 남북관계 악화 속에서 당장 3차 추경안 처리도 급하다. 사실상 여야 모두 ‘결단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치는 결국 협상이다. 함께하는 것이다. 양당 지도부는 ‘위기십결’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국민은 국가적 위기 극복을 위해 어느 쪽이 먼저 한 걸음 물러나 ‘협치와 상생’의 포석에 나서는지 주시하고 있다.
/임동욱 서울취재본부장 tu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