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광가속기 나주 유치 이번엔 실패했지만
2020년 05월 11일(월) 00:00
전남도가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를 나주로 유치하는 데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수도권 접근성 등 불합리한 평가 항목에 끝내 발목이 잡힌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엊그제 신규 방사광가속기 구축 부지로 충북 청주시가 최종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나주는 총점 100점 중 87.33점을 획득해 90.54점을 얻은 청주에 밀렸는데 두 후보지의 점수 차이는 단 3.21점이어서 아쉬움이 더욱 컸다. 과기정통부는 “지리적 여건, 발전가능성 등에서 타 지역 대비 우수한 평가를 받아 청주가 최적의 부지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정부의 발표는 당초 우려했던 대로 수도권 접근성과 자원 활용 가능성 등 불공정한 공모 기준이 나주 유치에 결정적 장애물이 됐음을 말해 준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국가 균형 발전과 안전성을 고려한 분산 배치 요구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현재 국내에는 포항과 경주, 부산, 대전 등 영남권과 충청권에 모두 다섯 개의 가속기가 운영 또는 구축 중이며, 호남권에는 단 한 개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대전에서 불과 40㎞ 떨어진 청주에 또 다른 가속기를 구축하는 것은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키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전남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 김영록 전남지사는 입장문을 통해 “그동안 여러 차례 평가 항목과 기준의 개선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입지 선정의 전 과정이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는 것인데, 정부의 공모 사업이 이런 식으로 진행되면 호남은 다른 지자체와 경쟁에서 계속 뒤처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향후 국책사업 공모에서는 반드시 입지 선정 기준의 개선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방사광가속기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추가로 구축하는 방안을 마련, 최적지로 꼽히는 나주에 배치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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