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프로그램
2020년 05월 07일(목) 00:00
KBS ‘전국노래자랑’의 송해 선생을 보면 나는 아주 오래전 지리산의 어느 하루가 떠오른다. 그의 나이 올해 94세이니 내가 ‘전국노래자랑’ 취재를 갔던 그 때엔 70대 초반 정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

지역 특산물을 맛나게 먹고 능수능란한 진행으로 분위기를 이끌던 선생의 모습은 TV에서 보던 것처럼 여전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그 긴 촬영 시간 동안 의자에 앉거나 쉬는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출연자들이 노래할 때도 대본을 보거나 노래를 들으며 종일 서 있었다. 진정한 프로였다.

매주 일요일 낮 12시 10분, ‘빰빰빰~빰빰’ 시그널과 함께 ‘딩동댕’ 실로폰 소리가 울리면 사람들은 TV 앞으로 모여든다. ‘전국노래자랑’은 1980년 첫 테이프를 끊었고 송해 선생은 1988년부터 지금까지 33년째 진행하고 있다. 꼬마 출연자들에게도 ‘송해 오빠’로 불리는 그는 전 국민에게 사랑받는 연예인이다.

라디오의 장수 프로그램 ‘별이 빛나는 밤에’와 ‘밤을 잊은 그대에게’도 여전히 청취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1969년 명사 대담으로 시작한 ‘별이 빛나는 밤에’는 이종환이 진행을 맡은 이후 최장수 심야 음악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고 나중에 이문세·옥주현·강타 등 수많은 가수들이 진행을 맡았다. 1964년 동양방송에서 시작된 ‘밤을 잊은 그대에게’는 황인용·송승환·신애라 등이 진행을 맡았다. 또 올해 30주년 행사를 진행했던 ‘배철수의 음악캠프’ 역시 팝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의 애청 프로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많은 이들이 음악 프로그램과 관련한 추억 하나쯤 갖고 있을 듯하다. 손글씨로 신청곡과 사연을 쓴 엽서를 보낸 뒤 두근거리며 선곡되기를 기다렸던 일, 청취자들의 사연에 울고 웃으며 공감하던 어느 날 밤의 기억 등.

MBC라디오 ‘싱글벙글쇼’의 강석·김혜영이 33년 만에 물러난다는 소식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면 늘 자연스레 듣곤 했던 ‘싱글벙글쇼’. 재치 있는 성대모사와 시사적인 내용으로 청취자들의 가려움을 긁어 주며 늘 서민과 함께한 후 아쉬운 작별을 고하는 이들 ‘라디오 스타’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김미은 문화부장 mekim@kwangju.co.kr

실시간 핫뉴스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