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의 필수 과제
2020년 04월 29일(수) 00:00
제21대 총선이 끝난 지 2주가 지났다. 이번 총선을 거치면서 대두된 문제점은 야당의 꼼수로 촉발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왜곡, ‘먹튀’ 논란을 부른 시대착오적 여성 추천 선거 보조금 제도, 35개나 되는 비례정당 난립 등 몇 가지가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선거를 코앞에 두고 졸속 확정된 희한한 선거구 획정을 지나칠 수 없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의 주요 기준은 인구수다. 2014년 헌법재판소는 평등 선거의 원칙을 기본으로 하는 투표 가치 등가성의 원칙을 지키기 위하여 지역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2대 1 이하로 하도록 기준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지역구별 상한 27만 3000명과 하한 13만 7000명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선거구를 획정한다.

문제는 저출산 고령화와 수도권 집중화로 인해 농촌 인구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인구수에 따른 선거구 획정은 과소 선거구의 통폐합이 필연적이므로 거대 선거구 내지는 희한한 선거구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 단적인 예가 순천시의 선거구였다. 인구 28만 6000명인 순천시는 자체적으로 온전한 2개의 선거구로 분할이 가능함에도 전남의 타 선거구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해룡면 지역을 인근 선거구에 편입시킴으로써 순천시민들의 적지 않은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와 같은 사례는 강원도 춘천시도 마찬가지였다.

이처럼 시군의 지리적·경제적·행정적 특수성과 지역 대표성을 무시한 인구수 기준의 선거구 획정은 희한한 선거구 출현 이외에도 인구 과소 지역을 통폐합함으로써 농촌을 대변하는 의원수가 계속 줄어든다는 게 문제다. 호남의 경우만 해도 1996년 15대 국회(총원 299명, 지역구 253명, 비례 46명)에선 호남 의원이 37명이었으나 2016년 20대부터 28명으로 줄어들었다. 불과 20년 사이 9명이나 줄어 그만큼 호남의 목소리가 사라진 것이다.

21대 국회의원 현황을 살펴보면 지역구 의원 253명 중 수도권 의원만 121명(47.8%)으로 거의 절반에 가깝다. 또한 수도권에서 한 개 자치단체에서 4명 이상을 선출하는 지역이 6곳(부천, 수원, 고양, 용인, 성남, 안산)이나 되는 반면, 전국적으로 4개 시군이 모여 한 개 선거구를 이루고 있는 지역은 15곳(강원5, 전남4, 경북2, 경남2, 충북1, 전북1)이나 되어 지역 대표성 측면에서 너무 대비된다. 일례로 장성·담양·영광·함평 선거구의 면적은 1840㎢으로 의원 49명을 뽑는 서울(605㎢)보다 3배나 넓고, 의원 4명을 뽑는 부천시(53㎢)보다 35배가 넓지만 의원 수는 겨우 한 명이다. 각종 법률을 만들고 정부 예산을 심의 의결하는 국회의원이 이렇게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농촌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국토 균형 발전이 제대로 이루어지겠는가?

따라서 이러한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선 우리나라도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시 지역 면적을 반영해야 한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보고서에 의하면 영국, 덴마크, 노르웨이, 캐나다 등은 선거구 획정시 지역 면적을 반영하고 있으며 영국의 경우 한 개 선거구의 면적이 최대 1300㎢을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도 인구 밀도가 낮은 선거구의 경우 인구 편차 기준 ±25% 적용을 예외로 하고 있다. 우리도 이와 같이 지역 면적을 반영하여 적어도 한 개 선거구가 3개 시군 이상은 벗어나지 않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

농촌은 인간의 생존과 직결된 식량 안보의 주요 산업 기지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보듯 식량 문제가 세계적 이슈가 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농촌이 소멸하지 않고 국토가 균형 있게 발전되도록 획기적인 정책적 배려와 지원이 필요하다.

21대 국회가 개원하면 많은 개혁 과제가 기다리고 있겠지만 적어도 이 문제만큼은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특히 20대 국회처럼 싸움만 하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다급하게 희한한 선거구를 만들 것이 아니라 미리 논의를 거쳐 선거법을 개정함으로써 더 이상 농촌 지역이 정치적으로 소외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 호남 지역 의원들이 앞장서야 한다.



강대석 시인·행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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