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리더십
2020년 03월 27일(금) 00:00
어느 나라 어느 시대이건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국민이 평안하게 살도록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역사적으로 국가 간 분쟁이 많았던 시기에는 전쟁에서의 리더십이 강조됐다. 자연히 위대한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전쟁에서 이겨 국가를 지켜야 했고, 승리를 위해서는 지형과 기후·날씨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했다.

승승장구하며 세계 역사를 바꿔 나갔던 나폴레옹은 러시아 원정에서 패배하며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나폴레옹이 한때 모스크바까지 점령했지만 결국 참패한 것은 러시아의 추운 날씨 탓이었다. 겨울에 시베리아는 영하 70도까지 내려간다. 이 거대하고 차가운 시베리아 공기가 러시아 전역을 동토의 땅으로 만든다.

1812년 6월 프랑스군은 ‘대륙 봉쇄령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60만 명의 병력을 이끌고 러시아 정벌에 나선다. 하지만 러시아는 응대하지 않고 후퇴 전략을 통해 프랑스군을 내륙으로 끌어들인다. 러시아의 여름·가을은 낮에 40도까지 올라가 무덥고 습하지만 밤에는 영하 10도까지 떨어진다. 기후에 적응하지 못한 프랑스군은 사망자가 속출했고 전염병까지 만연해, 전투가 벌어지기도 전에 절반이 숨졌다. 게다가 11·12월 들어 기온이 영하 40도까지 내려가자 결국 버티지 못하고 후퇴했으나 러시아군의 반격으로 60만 명 중 고작 수천 명만이 목숨을 건졌다.

히틀러의 소련 침공도 나폴레옹의 실패와 판박이처럼 닮았다. 히틀러는 1941년 소련 침공에 앞서, 기상대로부터 1812년과 그 해(1941년) 겨울의 날씨가 비슷할 것이라는 보고를 받지만 이를 무시한 채 진격을 명한다. 예보대로 그 해 12월 기온은 영하 38도까지 급강하했다. 병사들의 사망이 속출하고 탱크까지 작동하지 않아 참패한 히틀러는 이후 ‘내가 기상대 예보를 믿고 대책을 미리 강구했더라면’ 하고 수차례 되뇌면서 후회했다고 알려진다.

지금 전 세계가 코로나라는 공통된 적을 상대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코로나19’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처하는지, 얼마나 신속하게 퇴치하는지 여부가 한 나라의 국격과 리더십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채희종 사회부장 cha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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