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 끼고 쓰레기에 묻히고…기억도 함께 녹슬어간다
2020년 03월 10일(화) 00:00 가가
(10) 훼손 심각한 5·18 유적지
31개 사적비 대부분 관리않고 방치
칠 벗겨지고 주변엔 담배꽁초 수북
광고판·바리케이트에 가리고
안내판·이정표도 없어 찾기 힘들어
31개 사적비 대부분 관리않고 방치
칠 벗겨지고 주변엔 담배꽁초 수북
광고판·바리케이트에 가리고
안내판·이정표도 없어 찾기 힘들어
5·18이 불혹을 맞았다. 4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지만, 우리의 기억 속엔 아직도 생생이 1980년 5월의 그날이 남아있다.
기억은 그대로지만 당시의 현장은 세월의 시간을 빗겨가진 못했다.
1980년 당시 광주의 피로 물들여진 5·18의 현장은 왜곡과 폄훼와 함께 40년의 세월동안 없어지거나 많은 부분들이 변경돼 우리의 기억에서 서서히 지워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적지는 옛 전남도청으로 현재 다시 복원이 진행되고 있다.
광주시는 이러한 5·18의 중요 사적지 총 29곳을 선정, 이 장소에 오월 그날의 현장 사적비(표지석) 31개를 세워 보존하고자 했다.
하지만 광주시는 정작 5·18 사적지 관리에는 소홀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5·18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BTS(방탄소년단)팬 등 외국인들까지 찾고있다는 점에서 5·18 사적지에 대한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일보 취재진이 지난 7일 대표적 사적지로 5·18 당시 부상자들을 헌신적으로 치료한 옛 광주적십자병원을 비롯한 당시 시민군과 계엄군의 격전지이자 시민 고문 수용장소였던 옛 광주교도소 및 광주YWCA 옛터, 녹두서점 옛터, 광주MBC 옛터 등 7곳을 방문한 결과 대부분 관리가 부실했다. 대다수 사적지들은 칠이 벗겨지고 검은 때가 끼고, 주변에는 주변엔 담배꽁초와 쓰레기가 여기저기 버려져 있는 등 지저분한 상태였다.
◇옛 광주적십자병원=광주시 동구 불로동 옛 광주적십자병원(제11호)은 폐허 그 자체였다. 이 곳은 5·18 민중항쟁 당시 ‘광주적십자병원’으로 부상당한 시민들과 시민군을 치료하고 돌본 곳이었지만, 사유지인 탓에 관리가 어려워 방치되고 있었다. 또 사적비 인근 담벼락에는 ‘위험’을 알리는 안내판이 부착된 전기 변압기 등이 설치돼 있어 찾아보기도 힘들었다.
지난해 광주적십자병원이 민간에 매각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5월 단체들의 요구와 사적지를 보존해야 한다는 여론이 잇따르자 광주시는 고민 끝에 매입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광주적십자병원을 소유한 서남재단청산인측이 ‘89억원(감정가)+α’ 라는 막대한 매각가를 요구하면서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옛 광주교도소=옛 광주교도소(제22호)는 1980년 5월 당시 계엄군이 주둔한 곳이다. 광주에서 담양·순천으로 가는 길목이어서, 이 곳을 지나던 많은 시민들이 계엄군의 무차별 총격을 받아 희생된 곳이기도 하다. 이때 계엄군에게 끌려간 시민들이 고문당하고, 이 과정에서 사망한 희생자들의 시신이 인근 야산에 매장되는 아픔을 간직한 곳이다. 광주시는 이 곳을 5·18사적 제22호로 지정해 5월의 역사를 기리고 있고, 사적임을 알리는 사적비를 1998년 세웠다.
이날 찾은 사적지 주변에 버스승강장과 택시승강장이 있고 커피자판기까지 놓여진 탓에 자연스럽게 흡연구역이 되면서 사적지 주변에 담배꽁초와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사적비 뒤로는 건설자재들이 쌓여져 있었고 부서진 비닐 우산 1개가 방치돼 있는 등 사적지로 보기가 어려웠다.
◇광주YWCA 옛터= 5·18 당시 광주 YWCA 건물이 있던 광주시 동구 대의동 YWCA 옛터(제6호)는 들불야학 청년들이 민주시민회보를 제작해 광주소식을 전국에 전했으며, 민주인사들이 시민들의 희생을 막고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대책회의를 가진 곳이다. 지난 7일 찾은 광주YWCA 옛터에는 토익학원의 광고판들이 사적비에 기대 있었다. 심지어 사적비 앞에는 주차를 막기 위한 바리게이트가 설치돼 접근은커녕 사적비 자체를 제대로 보기조차 힘들었다.
◇광주MBC 옛터=5·18 당시 광주시 동구 궁동에는 MBC(광주문화방송국)이 있었다. 당시 군부의 검열을 받은 언론은 계엄군의 과잉진압 행위에 대해서 제대로 보도하지 않아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결국 1980년 5월 20일 밤 시민들은 진실을 보도하라며 항의하는 과정에서 MBC건물에 불을 지르게 된다.
서원문 제등이라는 광주폴리 안에 설치된 사적비는 녹이 쓸어 있었다. 오랫동안 방치된 때문인지 사적비가 설치된 폴리는 칠이 벗겨지는 등 노후화가 심했다.
일부 사적지는 그나마 관리 상태가 양호한 편이었지만 사적지를 찾기 어려웠다는 점은 모두 동일했다.
특히 광주시 동구 소태동의 주남마을 인근 양민 학살지는 인근에 안내판이나 이정표가 잘 보이지 않아 찾기가 어려웠다.
오월단체도 5·18 사적지에 대해 정비 등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문흥식 5·18구속부상지회장은 “현재 5월 3단체가 미래세대에게 어떻게 사적지를 활용하고, 5·18역사에 대해 알릴지 콘텐츠 작업 등을 심도 있게 광주시와 협의중에 있다. 40주년을 앞두고 사적지의 새로운 활용방안을 구상하고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물론 사적지에 대한 관리 부실에 대해서도 광주시에 새롭게 문제 제기 중이다. 구속부상자회가 일주일에 1차례씩 사적지 인근을 청소하고 있으나 비용과 인력면에서 열약한 실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는 5·18민주화운동 제4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5·18사적지를 점검한다. 대상은 1998년 1호로 지정된 전남대학교 정문 등 29곳이다.
시는 사적지 표지석과 주변 환경을 정비하고, 5·18유공자가 안장된 구 묘역을 중점 점검해 훼손된 시설물을 다음 달까지 집중 보수할 계획이다.
/글·사진=김한영 기자 young@kwangju.co.kr
기억은 그대로지만 당시의 현장은 세월의 시간을 빗겨가진 못했다.
1980년 당시 광주의 피로 물들여진 5·18의 현장은 왜곡과 폄훼와 함께 40년의 세월동안 없어지거나 많은 부분들이 변경돼 우리의 기억에서 서서히 지워지고 있다.
광주시는 이러한 5·18의 중요 사적지 총 29곳을 선정, 이 장소에 오월 그날의 현장 사적비(표지석) 31개를 세워 보존하고자 했다.
하지만 광주시는 정작 5·18 사적지 관리에는 소홀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5·18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BTS(방탄소년단)팬 등 외국인들까지 찾고있다는 점에서 5·18 사적지에 대한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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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동구 불로동 옛 광주적십자병원 인근에 설치된 오월길 조형물 앞에 차량방지턱이 버려져 있다. |
지난해 광주적십자병원이 민간에 매각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5월 단체들의 요구와 사적지를 보존해야 한다는 여론이 잇따르자 광주시는 고민 끝에 매입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광주적십자병원을 소유한 서남재단청산인측이 ‘89억원(감정가)+α’ 라는 막대한 매각가를 요구하면서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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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북구 문흥동에 위치한 5·18사적지 제22호인 옛 광주교도소 앞에 설치돼 있는 사적비와 오월길 조형물이 무관심 속에 방치돼 있다. |
이날 찾은 사적지 주변에 버스승강장과 택시승강장이 있고 커피자판기까지 놓여진 탓에 자연스럽게 흡연구역이 되면서 사적지 주변에 담배꽁초와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사적비 뒤로는 건설자재들이 쌓여져 있었고 부서진 비닐 우산 1개가 방치돼 있는 등 사적지로 보기가 어려웠다.
◇광주YWCA 옛터= 5·18 당시 광주 YWCA 건물이 있던 광주시 동구 대의동 YWCA 옛터(제6호)는 들불야학 청년들이 민주시민회보를 제작해 광주소식을 전국에 전했으며, 민주인사들이 시민들의 희생을 막고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대책회의를 가진 곳이다. 지난 7일 찾은 광주YWCA 옛터에는 토익학원의 광고판들이 사적비에 기대 있었다. 심지어 사적비 앞에는 주차를 막기 위한 바리게이트가 설치돼 접근은커녕 사적비 자체를 제대로 보기조차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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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옛터에 설치된 사적비에 녹이 슬어있다. |
서원문 제등이라는 광주폴리 안에 설치된 사적비는 녹이 쓸어 있었다. 오랫동안 방치된 때문인지 사적비가 설치된 폴리는 칠이 벗겨지는 등 노후화가 심했다.
일부 사적지는 그나마 관리 상태가 양호한 편이었지만 사적지를 찾기 어려웠다는 점은 모두 동일했다.
특히 광주시 동구 소태동의 주남마을 인근 양민 학살지는 인근에 안내판이나 이정표가 잘 보이지 않아 찾기가 어려웠다.
오월단체도 5·18 사적지에 대해 정비 등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문흥식 5·18구속부상지회장은 “현재 5월 3단체가 미래세대에게 어떻게 사적지를 활용하고, 5·18역사에 대해 알릴지 콘텐츠 작업 등을 심도 있게 광주시와 협의중에 있다. 40주년을 앞두고 사적지의 새로운 활용방안을 구상하고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물론 사적지에 대한 관리 부실에 대해서도 광주시에 새롭게 문제 제기 중이다. 구속부상자회가 일주일에 1차례씩 사적지 인근을 청소하고 있으나 비용과 인력면에서 열약한 실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는 5·18민주화운동 제4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5·18사적지를 점검한다. 대상은 1998년 1호로 지정된 전남대학교 정문 등 29곳이다.
시는 사적지 표지석과 주변 환경을 정비하고, 5·18유공자가 안장된 구 묘역을 중점 점검해 훼손된 시설물을 다음 달까지 집중 보수할 계획이다.
/글·사진=김한영 기자 you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