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2020년 03월 02일(월) 00:00
신천지 대구 교회를 중심으로 코로나 감염 확진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1984년 교주 이만희에 의해 창립된 신천지는 신약성경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새 하늘과 새 땅’의 한자어에서 비롯됐다. 정식 명칭은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 성전’인데 ‘증거장막’이란 계시록이 이루어진 실상을 보고 듣고 증거 하는 장막을 뜻한다고 한다. ‘성전’은 하나님을 모시고 예배드리는 거룩한 집이다.

기독교와 천주교로부터 신천지가 이단으로 규정된 것은 ‘교주 이만희는 곧 보혜사’라는 교리 때문이다. 원래 ‘보혜사’(保惠師)란 보살피며 은혜를 베푸시는 분인데 주로 ‘성령 하나님’을 가리킨다. 게다가 ‘우리에게만 구원이 있다’는 폐쇄적이고 편향적인 종교관 때문이기도 하다.

신천지가 ‘슈퍼 전파’ 진원지로 지목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교주 이만희의 사과와 책임지는 모습은 찾아볼수 없다. 종적마저 묘연한 그는 얼마 전 온라인을 통해 “금번 병마 사건은 신천지가 급성장함을 보고 이를 저지하고자 일으킨 마귀의 짓”이라고 주장해 공분을 샀다. 이단 전문가들은 신천지 성장과 코로나 집단 감염은 조직적이고 은밀한 포교 방식이 주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기존 교회에 잠입해 신자를 ‘추수’하는 방식, 신천지라는 사실을 숨기고 접근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얼마 전 신천지 교회의 전도 방법이 형법상 사기 및 협박에 가깝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 대전지법 서산지원은 지난달 14일 판결문에서 “어느 정도 교리에 순화될 때까지 숨기고 있다가 이후 신천지라는 것을 밝히는 형태의 전도 방법은 종교의 자유를 넘어, 우리 헌법과 법질서가 허용하지 않는 것이어서 그 자체로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최근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코로나 대책에 대한 질문을 받은 자리에서 ‘특정 교단에 대해 얘기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답변을 내놓아 논란이 됐다.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전도사 경력이 있는 황 대표는 정부에 대해선 매몰차게 비판하면서도 신천지에 대해선 ‘특정 교단’으로 두둔했다. 신천지를 신천지라고 말하지 못하는, 오로지 선거 표만 의식하는 제1야당 대표의 모습을 보면 씁쓸할 뿐이다.

/박성천 문화부 부장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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