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대표 도서관 당선작에 대한 우려와 기대
2020년 02월 26일(수) 00:00

박 홍 근 포유건축 대표

건축 명품을 얻기 위한 ‘광주 대표 도서관’ 국제 현상 공모가 있었다. 응모 접수는 61개국 817개 팀이 등록했다. 그중 한 팀엔 필자도 있었다. 이후 33개국 134개 팀의 작품이 접수되었다. 필자는 접수하지 않았지만, 초기 흥행에는 성공한 공모전이었다. 외국 전문가 두 명과 한국 전문가 다섯 명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여 선정한 작품은 세르비아의 브라니슬라프 레딕(ARCVS, Serbia)의 응모안이다.

“당선작은 지표면 아래의 공간과 소각장을 연결하는 브리지를 다양한 기능을 담는 공간으로 제시하고, 특히 상부 브리지의 내부 공간은 도서관의 새로운 전경을 만들어낼 것으로 평가됐다. 기존 시설과 연계한 통합 이미지를 창출하고 주변 환경과도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혐오 시설을 교육·문화 시설로 탈바꿈시킨다는 취지에 들어맞는 우수한 건축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광주시가 설명했다”는 언론 보도가 지난 2월 12일에 있었다. 필자도 현상 공모에 응모하여 공고 내용도 숙지했고, 개념 스케치를 해 봤기에 누구 못지않게 당선작에 대한 기대가 켰다. 또한 심사위원들의 높은 판단력을 존중하며 그 결과를 보고 싶었다.

광주시청사 1층 로비에서 당선작과 입상 작품들의 전시가 있었다. 찬찬히 들여다봤다. 부지 해석과 공간 조직의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많은 아이디어를 주는 작품들도 있었다. 그런데 실제 지어질 당선작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마음속에 한동안 교차되었다. 필자의 시선으로 몇 가지 생각을 나누고자 한다.

첫째, 도서관 당선작만 본다면 미완성으로 보인다. 광주 대표 도서관은 상무소각장 전체 부지의 일부인 1단계 부지에 건립되는 것이고, 소각장 공장동이 위치한 곳은 2단계 사업으로 차후 프로그램에 의해 설계가 진행될 예정이다. 공모 지침엔 ‘전체 부지의 토지 이용 계획 아이디어를 통해 1단계 사업과 2단계 사업을 구분할 수 있는 사업 경계선을 제안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당선작이 보여주는 도면과 투시도는 1단계, 2단계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완결형이 될 것 같다. 소각장 공장동 부분을 제외하고 순수 도서관 부분의 형태 디자인과 도면 내용을 본다면 미완성으로 느껴진다.

둘째, 당선작처럼 완성될지 의문이다.

현상 설계는 기본 개념과 구상안을 제안하는 것이기에 일부 미비한 점은 어느 정도 이해한다. 그러나 1단계 구간의 당선작만 들여다보면 보완할 것이 많아 보인다. 기둥도 없는 엄청난 켄틸레버 구조물에, 피난에 필요한 법적 계단도 보이질 않는다. 즉 구조와 피난, 설비와 유지 관리 등을 고려할 때 많은 변형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를 보완한다면 현재 도면과 투시도가 보여주는 내외부 모습, 특히 외부 분위기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다. 당선작과 추후 완성 건물에 차이가 많이 생기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셋째, 2단계 설계도 동시에 진행되어야 하는가?

광주시는 당선작에 대해 “기존 시설과 연계한 통합 이미지를 창출하고 주변 환경과도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취지에 들어맞는 우수한 건축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발표했다. 다른 응모안들과는 달리 유독 당선작만 2단계 사업인 소각장 공장동의 계획안이 강하게 제시되었고, 공장동의 디자인이 함께 있어야 그럴듯한 계획안으로 보인다. 즉 2단계까지 동시에 완성되어야 완결형의 형태 구성이 되고, 동선 체계가 될 것 같다.

그런데 2단계 사업은 완전 별개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2단계 사업도 지금 동시에, 현 도서관 당선자와 추진해야 하는가? 그래야 통합 이미지를 창출하고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전체 설계가 되고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가?

이 모든 것은 필자의 시선에 불과하다. 설계를 관리하는 행정에서 국제 현상 공모를 하게 된 근본 취지를 살려 당선된 안이 관련 규정에 맞게 잘 다듬어지면서도 제시된 기본 콘셉트를 살릴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될 것 같다. 문화 자산이 될 건축물을 갖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건축주, 설계자, 심사위원, 시공자 등의 실력과 사명 의식은 물론이고, 행운도 따라야 문화 자산이 될 건축물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광주 대표 도서관은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창의적인 공간, 기억될 만한 멋진 형태, 가보고 싶은 매력적인 장소로 만들어져야 한다. 반드시 그렇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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