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폐쇄
2020년 01월 31일(금) 00:00 가가
치명적인 바이러스 창궐과 전염병 만연 혹은 좀비 확산 등 재앙을 다룬 영화나 소설에는 반드시 도시를 폐쇄하는 장면이 나온다. 어떤 경우이든 질병 발원지가 있기 마련이고, 정부는 이의 확산을 막기 위해 해당 도시를 폐쇄하는 것이다. 폐쇄된 도시의 사람들은 감염자이건 정상인이건 죽음의 공포에 시달린다. 탈출을 시도하다 죽임을 당하기도 한다. 도시 밖의 사람들은 폐쇄 직전에 가족들을 구출해 내기 위해 목숨을 건다. 어찌 보면 뻔한 스토리이다.
전염병을 다룬 수많은 작품들이 있지만 그 원형으로는 역시 알베르 까뮈의 ‘페스트’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1947년 발간된 ‘페스트’는 프랑스령 알제리의 해안도시 ‘오랑’을 무대로, 흑사병의 재앙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그려 낸 작품이다. “도지사가 내민 공문을 받아 보았다. 공문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페스트 발병을 공표하고 도시를 폐쇄하시오. … … 실제 도시로 통하는 성문들이 폐쇄되자 벌어진 일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갑작스러운 이별이었다. 사람들은 아무런 준비도 못하고 당한 셈이었다.” 5부로 구성된 ‘페스트’ 중 줄거리가 급진전되는 1부의 마지막 쪽과 2부 시작 부분이다.
도시 폐쇄 이후 물가가 오르고 사망자는 계속 늘어나며, 자포자기하는 사람과 탈출하려는 사람들이 뒤엉킨 스토리가 전개된다. 지은이는 페스트 퇴치 이후에도, 페스트균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언젠가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각인시키며 글을 맺는다.
‘페스트’의 도시 폐쇄 장면과 전염병 퇴치 이후 분위기 묘사는 이후 전염병 관련 작품들에 크게 영향을 끼쳐, 어느 작품이건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을 주기까지 한다. 바이러스 창궐을 소재로 한 영화 ‘감기’와 좀비로 뒤덮인 도시 탈출을 그린 미국 영화 ‘월드워 Z’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발병지인 우한(武漢)시는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거대 도시다. 중국은 최근 우한시를 봉쇄했다. 한국과 미국 등 각국은 전세기를 띄워 자국 국민을 귀국시키고 있다. 소설과 현실이 다르지 않음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채희종 사회부장 chae@kwangju.co.kr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발병지인 우한(武漢)시는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거대 도시다. 중국은 최근 우한시를 봉쇄했다. 한국과 미국 등 각국은 전세기를 띄워 자국 국민을 귀국시키고 있다. 소설과 현실이 다르지 않음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채희종 사회부장 cha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