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설 대목…우울한 전통시장
차례상 간소화·온라인 구매에 말바우·양동시장 등 발길 한산
상인들 “2~3년전보다 매출 40% 감소…장사 접어야하나” 고민
2020년 01월 22일(수) 00:00

설 연휴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21일 오전 광주시 북구 말바우시장은 과일을 사려는 일부 시민을 제외하곤 손님이 적어 한산하기만 하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21일 오전 11시께 찾은 광주시 서구 서부농수산물시장은 설 연휴 ‘대목’ 장사를 하는 시장 풍경과 거리가 멀었다. 예년 같으면 설 연휴를 앞두고 선물 주문과 제수용 과일 구입 등을 놓고 상인과 손님이 뒤엉켜 북새통을 이루던 곳이지만, 시장 안팎엔 어두운 얼굴의 상인들만 보일 뿐 손님은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이 곳에서 15년 간 과일을 판매했다는 김송희(70) 할머니는 “내가 과일장사만 40년을 했는데, 이번 명절처럼 손님이 없기는 처음”이라며 “일반손님은 말할 것도 없고, 소매상들도 ‘설 경기가 죽어 대량구매 하기가 겁이 난다’며 소량구매만 한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비슷한 시각 광주시 서구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인 양동시장 역시 사정은 같았다.

건어물 판매상인 김순자(여·64)씨는 “10년 넘게 가게를 운영했지만, 평소는 물론이고 설 명절이 다가와도 손님이 없다”면서 “가족들과 함께 장사를 그만 둬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족의 대명절인 설을 앞두고 광주지역 재래시장 상인들이 뚝 떨어진 매출 때문에 울상을 짓고있다.

21일 광주일보 취재진이 광주지역 주요 전통시장과 농수산물직판장에서 만난 상인 대부분은 “‘설 대목’은 이제 옛말”이라고 했다.

오래된 경기침체로 전통시장의 주 고객인 서민들의 삶이 갈수록 팍팍해 지는데다 차례상 간소화, 온라인 구매 활성화 등이 겹치면서 전통시장을 찾는 발길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유통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올 설 대목장사는 그 어느 해보다 유독 매출하락이 심하다는 게 시장 상인들의 말이다. 과일 등의 가격이 전년보다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체감 하락 폭은 한층 심각하다.

농수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날 사과 10개 기준 소매가격은 2만 원으로 지난해 가격(2만5800원) 대비 13%나 내렸다. 다른 과일과 축산류 등의 가격도 전년 설 대비 10~30% 정도 저렴한 수준으로 판매되고 있다.

상인들은 “과일가격이 바닥인데도, 그나마 찾아온 손님들마저 가격이 비싸다는 말만 하고 발길을 돌리기 일쑤”라면서 “2~3년 전보다 40% 정도 매출이 줄어든 듯 하다”고 입을 모았다.

말바우시장에서 20년째 과일장사를 하고 있는 ‘은영이 아빠 청과물’의 이종화(53)씨는 “일단 경기가 너무 좋지 않다. 꼭 필요한 물품만 사서 가는 분위기”라면서 “예전처럼 명절에 과일을 선물하는 분위기도 사라졌다. 다들 (경기가)어려워 선물할 여유가 없다며 과일만 만지다 그냥 간다”고 푸념했다.

이씨는 “작년 설 때만 해도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지난해 추석부터 매출이 점점 줄더니 이번 설엔 지난해 설 대비 반토막이 났다”면서 “설 대목을 위해 신선한 제품을 많이 구입해 놨으니, 남은 명절 기간만이라도 손님이 많이 오셨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박창순 말바우시장 상인회장은 “재래시장의 주고객인 서민의 소비심리가 얼어붙어 명절인데도 쉽게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면서 “말바우 시장의 경우 침체한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주차장 증설·도로확장, 문화거리 조성 등 고객 유치 사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한영 기자 young@kwangju.co.kr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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