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유인 슬며시 결제…‘다크넛지’ 피해 속출
음원 스트리밍 등 온라인 거래
복잡한 절차에 계약해지 어려워
소비자원 2년여간 상담 77건
소액이라도 내역 꼼꼼한 확인을
2020년 01월 21일(화) 00:00

한국소비자원 사기방지 홍보안 캡쳐.

광주시 광산구에 사는 회사원 허모(33)씨는 최근 인터넷을 통해 전자책 월정액 이용권 1달 무료 이벤트에 참여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이벤트 참여시 자동결제 전 결제 안내가 이뤄진다고 했으나 막상 한달 뒤 안내 없이 6500원이 자동결제가 된 것이다. 허씨는 이후 업체에 환불을 문의했으나 업체로부터 이미 결제일이 일주일이나 지나 환불이 어렵다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허씨는 “자동결제 전 알림 안내가 오면 미리 해지하려고 했었다”며 “사전 통보도 없이 자동결제를 당하고 보니 너무 화가 난다. 여기에 계약 해지를 신청하는 곳을 찾느라 시간까지 낭비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최근 일정액을 내면 서비스 공급자가 사용자가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주기적으로 제공하는 ‘구독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자동 결제로 인한 피해자가 늘어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이 한번 자동 결제를 한 뒤에는 수개월이 흘러도 확인을 잘 하지 않는 소비자들의 습관을 파악, 첫 달 무료로 결제를 유도한 후 자동결제 연장 통보 없이 매달 요금을 받는 ‘다크넛지’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피해자들이 계약을 해지하려고 해도 홈페이지에서 해지란을 찾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고객센터와의 연락도 사실상 어려워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20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2년 10개월간(2017~2019년 10월)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다크넛지’ 관련 소비자상담 건수는 총 77건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는 해지수단을 제한함으로써 해지포기를 유도하는 ‘해지 방해’가 38건(49.3%), 무료이용기간 제공 후 별도 고지 없이 요금을 결제하는 ‘자동결제’가 34건(44.2%)을 차지했다. 이외에 사실과 다른 한시적 특가판매 광고로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는 압박판매가 4건(5.2%), 가격에 대한 착오를 유발하는 가격오인 1건(1.3%) 등이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구독 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 50개 앱을 대상으로 다크넛지와 관련한 거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사업자 자율 시정과 피해 예방을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무료이용기간 제공 후 유료로 전환하는 26개 앱 중 무기 이용기간 만료 시점에 유료 전환 예정을 고지한다고 표시한 앱은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2개에 불과했다. 전체 앱 중 결제 전 결제내용을 고지하도록 약관 등에 명확히 표시한 앱도 단 1개뿐이었다. 또 일부 앱은 1년 단위 결제 상품임에도 월 단위로 금액을 표시해 가격을 착각하도록 유도하거나 전화로만 해지 신청이 가능하기도 했다.

소비자원은 “가격을 오인하도록 표시하거나 해지수단을 제한한 사업자에 대해 유료전환 인접 시점에 소비자에게 고지하도록 ‘콘텐츠이용자보호지침’ 개정을 문화체육관광부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에게 다크넛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선 무료 체험 후 유료전환 고지 내용을 반드시 확인하고 최종 결제 단계에서 가격과 기간을 재차 확인할 것을 조언했다.

* ‘다크넛지’(dark nudge)

팔꿈치로 옆구리를 찌르듯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한다는 의미의 신조어이다. 영상과 음원 스트리밍 등 온라인 서비스를 일정 기간 무료로 이용해주겠다며 유인, 그 기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월 단위 요금 결제로 연결하는 편법적인 결제 방식이다.

/김한영 기자 you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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